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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기준 바꾼다?

법조계 "10만 원 배상 바뀌어야" 범죄위험 커지고 정부 엄정 대응 방침에 '판결 달라질 가능성'

2025.12.08(Mon) 11:14:26

[비즈한국] 10만 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이용자들이 과거 손해배상 소송 시 받은 배상액이다. 

 

지난 2014년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서 고객 이름,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등 개인정보 20종 1억여 건이 유출됐을 당시 피해자들은 1인당 20만~7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배상액을 10만 원으로 판결했다. 추가적인 재산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고, 카드사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후 2016년 인터파크, 2024년 모두투어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도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들에게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이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 관리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기업에 높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의 경우 유출된 고객 정보는 3370만여 건으로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정부도 나서서 높은 수준의 과징금 필요성을 거론한 만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호조치 이행한 기업엔 “책임 없다” 판결도 

 

우리 법은 미국 등에 비해 기업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법은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최대 300만 원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중대 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배상액이 정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소송에 직접 참여해야만 배상금을 받을 수 있고, 배상금을 10만 원 받더라도 변호사 비용을 빼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게다가 법원 확정파결이 나올 때까지는 보통 2~3년 정도 걸린다. 

 

심지어 기업이 ‘보호조치’를 다 이행했다면 책임이 없다고 한 판결도 있다. 지난 2014년 KT 가입자 981만 명의 개인정보 1170만 건이 유출된 사고 당시 피해자들은 “1인당 50만 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KT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KT가 법령상 보호조치를 이행했음에도 정보 유출이 발생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을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정부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시사

 

쿠팡의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법무법인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법무법인 청, 지향, 번화, 로피드 등이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한 법무법인 청은 지난 1일 이용자 14명과 함께 1인당 2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 밖에 법무법인을 통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는 이들은 1만 5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법조계는 추산한다. 대부분 배상금 20만 원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원 기존 판례가 10만 원에 묶여 있다 보니 재판 청구에 드는 비용까지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집단 소송을 하려는 것이다. 

 

통상적인 경우처럼 10만 원 배상 판결이 나올 경우 변호사 비용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소를 통해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배상금은 5만 원 내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3370만여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은 피해 회원들에게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공지해 빈축을 샀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배상금을 높일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늘었고 개인정보를 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10만 원’이라는 액수는 너무 과거에 묶여 있는 것 같다”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범죄 피해 노출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기업에 책임을 묻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들이 미국 법원을 통한 소 제기를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대륜은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와 사내 개인정보 인증 업무 담당·관리자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5일 고소하는 한편, 미국 뉴욕 현지 법인 SJKP LLP와 연계해 쿠팡 본사를 상대로 한 미국 집단소송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어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강경 대응을 예고한 만큼 이번에 법원의 ‘기준 금액’이 올라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판사 출신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300만 원이라는 법적 가이드라인에 비해 10만 원은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다. 정부가 과징금을 높게 매기면 그만큼 법원도 배상 금액을 올리지 않겠냐”며 “경찰 조사를 통해 쿠팡 과실이 어느 정도인지가 드러나도 배상 금액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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