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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가상일 뿐인데 왜 범죄인가" 버튜버 모욕죄 성립을 둘러싼 법적 쟁점

연기자 신원이 드러나지 않아도 처벌 가능성 커져…고양지원 판결·일본 사례가 기준 재편

2025.12.23(Tue) 11:00:11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버추얼 유튜버를 대상으로 한 모욕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버추얼 유튜버(버튜버)’라는 것이 있다. 필자 같은 영포티에게는 매우 낯선 개념이다. 과거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에서 묘사하는 가상 이미지에 대한 몰입은 디스토피아적 은유로 인식됐다. 대중은 블레이드 러너 초반부에 등장하는 거대한 게이샤 이미지에 열광한 것 같다.

 

그러나 기술과 문화는 인식을 앞질러 왔다. 버튜버는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겐 자연스러운 소통의 대상으로 기능한다. 필자는 버튜버의 공연을 보면서 연기자가 물리적으로 다른 장소에 있음에도, 레이턴시 없이 동작이 구현되는 기술적 진보에 감탄했다. 그러나 다른 관객의 시선은 버튜버 그 자체에 집중돼 있었다. 실제 연기자와 가상의 캐릭터를 동일시하는 데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버튜버에 대한 모욕 행위를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번 글에서는 버튜버를 유형에 따라 구분함으로써 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

 

버튜버를 유형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기자의 존재와 신원이 명백하게 밝혀진 경우다. ‘이세계 록스타 숲튽훈’을 예를 들 수 있다. 숲튽훈의 본체는 유명 가수 김장훈이다. 유명인이 왜 버튜버 활동을 할까? 이는 ‘부캐’를 키우는 것과 같다.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페르소나)로 활동해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둘째는 단체·기업이 광고 및 홍보를 목적으로 버튜버를 제작해 출시하는 것이다. 이때 버튜버 활동은 연기자의 인격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자본과 기획에 의해 제작된 프로젝트 산물의 성격을 갖는다. 국내에서는 증권사나 홈쇼핑사가 버튜버를 제작해 자사의 서비스를 홍보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역시 일본의 전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제작한 버튜버이다.

 

셋째, 1인 연기자가 연기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 연기자의 신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경우다. 예를 들어 버튜버 활동을 통해 음성은 공개했고, 활동 과정에서 주소 등 인적 사항이 드문드문 드러나긴 했으나 이러한 정보만으로는 연기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다.

 

형법 제311조는 모욕죄를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였을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은 ‘공연성’ ‘객체(피해자 특정성)’ ‘모욕적 행위’이고, 이 모든 것을 충족해야 모욕죄가 성립한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모욕적 행위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 감정이나 추상적 판단을 말한다.

 

버튜버에 대한 모욕죄 성립 여부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요소는 모욕죄의 행위 객체다. 자연인·단체 등은 모욕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데 실무상 주로 사람, 즉 자연인에 대한 모욕일 경우 모욕죄로 처벌 받는다.

 

연기자의 존재와 신원이 명백하게 밝혀진 버튜버를 모욕하는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모욕죄가 성립한다. 그 모욕은 곧 연기자를 모욕한 것으로 연기자의 인격적 가치와 사회적 평가를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체·기업이 제작한 것으로서 연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그 연기자가 중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 연기자의 인격이 표현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업무상 저작물이므로 피해자인 사람을 특정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버튜버는 자본과 기획의 산물이므로 이를 훼손·훼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나 저작권 침해 책임으로 제재하면 된다.

 

버튜버 모욕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경우는 연기자는 있으나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다. 사진=생성형 AI

 

가장 쟁점이 되는 사례는 연기자는 존재하지만 그 연기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이다. 우선 이러한 버튜버를 모욕한다면 민사적으로 불법 행위 책임이 성립한다는 판결이 있다. 이른바 ‘플레이브 사건’에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플레이브 구성원을 모욕한 사람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 아바타란 현실의 사용자가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의 표현물을 말한다. 형법상 모욕죄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융합된 메타버스 시대에서 아바타는 단순한 가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자기표현·정체성·사회적 소통 수단임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아바타에 대한 모욕행위 역시 실제 사용자에 대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 특히 아바타를 사용하는 사람의 정체가 드러나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아바타가 그 사용자와 동일시되는 경우라면 아바타에 대한 모욕행위는 실제 사용자에 대한 모욕행위로 볼 수 있다.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본체를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구성원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 다만 본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데, 본체의 존재와 신원은 적어도 가족이나 기획사 간의 관계에서는 드러나 있을 것이다. 위 고양지원 판결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아바타를 사용하는 사람의 정체가 드러나 있고, 불특정 다수가 아바타를 그 사용자와 동일시하고 있으므로 아바타에 대한 모욕은 실제 사용자에 대한 모욕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서 언급했듯 버튜버의 원조이자 대국은 일본이므로 일본의 사례가 많은 참고가 된다. 일본에서는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버튜버라도 그 버튜버를 모욕할 경우 각종 법적 책임이 발생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도쿄지방법원은 2023년 캐릭터에 대한 글이 캐릭터 연기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악플러의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오사카지방재판소 역시 표면적으로는 버튜버를 향한 모욕이라고 하더라도 그 버튜버를 연기하는 자를 향한 것이라고 인정되면 연기자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업무상 저작물은 아니고, 연기자의 존재는 분명하나 그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버튜버에 대해서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양지원 판결에서 보듯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있다). 필자는 실무상 모욕죄로 인정받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로는 첫째, 버튜버는 연기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어서 버튜버라고 연기자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연기자가 그 버튜버와 동일한 존재라는 것이 일정 범위 내의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실이라면 버튜버에 대한 모욕은 연기자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는 일본 재판부, 고양지원 민사 판결이 인정한 바이다.

 

둘째, 산업적 측면에서 버튜버에 대한 모욕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 과거 캐릭터가 가진 경제적 가치가 강조됐을 때 캐릭터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미국 회사들이 저작권법 등을 도구로 캐릭터 보호를 강조했고 이는 통상 문제로 비화된 바가 있다. 이는 캐릭터가 가진 힘에 주목해 법적인 보호를 시도하는 것인데, 버튜버 역시 이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버튜버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가 일본인데, 일본에서 버튜버를 보호하는 판결이 선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셋째,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피해자의 실재성이다. 버튜버를 모욕하면 그것으로 연기자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연기자는 버튜버와 자신을 동일시하므로 누군가 버튜버를 모욕하면 연기자는 자신이 모욕 받는 것으로 여긴다.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논리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위와 같은 논의가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아바타, 사이버 정체성, 메타버스 등의 개념이 낯선 세대 간 감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법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 이제는 버튜버에 대한 모욕 행위를 진지하게 형사 책임 대상으로 논의할 시점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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