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가맹사업에서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점주)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각자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한다고 장래 모든 분쟁을 예방하는 것도 아니다. 가맹본부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브랜드의 영속성을 꾀한다. 그러나 점주 중 상당수는 브랜드 가치의 유지보다는 비용 절약에 관심이 있다. 점주로서는 자신의 가동연한 내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은 점포 환경 개선, 즉 인테리어 리뉴얼이다. 가맹본부는 주기적으로 매장의 간판 등 인테리어를 교체하려 한다. 국내 요식업과 소매업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죽은 브랜드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니, 주기적으로 인테리어를 교체해 새로움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점주는 인테리어를 위한 신규 투자가 달갑지 않다. 인테리어 리뉴얼이 매출과 이익 증대에 기여한다는 확신도 없다. 심지어 인테리어 리뉴얼을 가맹본부가 특정 시공업체에 일감을 밀어주는 것으로 간주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지점마다 같은 브랜드임에도 간판이나 인테리어는 제각각인 경우도 많다. 1.0 버전, 2.0 버전, 3.0 버전의 간판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가맹본부가 볼 때 이러한 현상은 브랜드의 통일성과 가맹사업의 본질을 해친다. 그래서 구식 인테리어를 유지하는 점주에게 인테리어 교체를 직간접적으로 권유한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인테리어 리뉴얼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한다. 가맹사업법 제12조의 2(부당한 점포 환경개선 강요 금지 등) 제1항은 ‘가맹본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점포 환경 개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해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 2(점포 환경개선 비용 부담의 범위 및 절차 등) 제1항은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로 △점포의 시설, 장비, 인테리어 등의 노후화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위생 또는 안전의 결함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가맹사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 2개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법령상 허용하는 리뉴얼 사유는 점주의 자발적 동의, 위생, 안전 문제에 국한된다. 그런데 대체로 가맹본부가 인테리어 리뉴얼을 하고자 하는 목적은 고급스러운 이미지 유지나 마케팅에 있으므로, 법령상 정당화 사유를 충족하지 못한다. 점주의 자발적 의사나 위생 또는 안전상 결함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요’는 어디까지 해당하는 것일까? 공정위 고시는 ‘협박, 요구, 요청, 제안 등 방식에 관계없이 가맹점사업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가맹본부가 요구하는 일정한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말하며, 직접적·명시적인 강요가 없더라도 가맹본부의 의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는 간접적·묵시적 강요를 포함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가맹본부가 인테리어 리뉴얼을 언급하거나 리뉴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조차 가맹사업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특히 가맹본부는 부당한 점포 환경개선 강요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스스로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 법 위반이 성립되지 않음을 소명할 의무가 있다. 조문 구조를 보면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인 점, 공정위가 처분 요건 충족을 입증해야 함을 의미하는 ‘부당성’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고 ‘정당한 사유’라는 문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다. 규제의 강도가 약하지 않다는 의미다.
규제로 인해 가맹본부가 같은 시기, 같은 디자인으로 매장의 인테리어를 일사불란하게 교체·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맹본부는 핵심 상권에 일종의 플래그십 매장으로 직영점을 개설한 후 그 직영점에 최신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가맹점의 경우 점주가 바뀌거나 10년 갱신청구기간이 지나 재계약할 때 인테리어 리뉴얼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관행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가맹사업법상 부당한 점포 환경개선 금지조항은 점주 교체·영업 양수도·재계약 시에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하고,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가맹본부가 여러 사유를 들어 규제를 회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생각하면 위와 같은 의견에 따라 법령을 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현재 우리나라 유명 프랜차이즈는 인접 거리 출점 금지 규제로 인해 신규 출점이 어렵다. 기존에 출점한 매장을 수십 년간 유지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주 교체, 재계약 시에도 점포 환경개선 금지조항을 적용한다면 가맹본부는 사실상 인테리어 리뉴얼을 집행할 기회가 없다. 신규 출점이 없으니 신규 인테리어를 집행할 방법이 없고, 기존 매장에 대해서는 일체의 리뉴얼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인 균형점은 10년의 가맹계약 갱신 청구 기간에는 점주의 자율에 맡기고, 영업 양수도로 점주가 바뀌거나 재계약할 때 리뉴얼 협의를 허락하는 것이다. 보통 10년 정도 지나면 출점 당시의 투자금은 회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맹본부의 브랜드 관리와 점주의 투자 회수는 늘 긴장관계에 있다. 법령상 정당한 사유가 없는 강제 인테리어 리뉴얼은 금지하나, 현실에서는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다만 모든 논의는 정당한 절차와 성실한 협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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