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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혁신상 받았는데 매출이…' K스타트업, 제품화·수주 딜레마

상용화 단계서 탈락, 후속 투자 유치도 미미…질적 성장 위한 정책 지원 필요

2026.01.13(Tue) 17:36:59

[비즈한국] 스타트업에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는 글로벌 바이어와 투자자 앞에서 기술과 제품을 검증받고 판로를 탐색하는 관문이다. 올해 역시 통합한국관과 지자체관 등을 중심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CES 2026에 참관한 한국 기업 수는 약 1000개 규모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CES 큰손의 위상을 이어갔다. 특히 AI가 헬스케어, 스마트홈, 모빌리티, 로봇 등 거의 모든 산업 영역의 기본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기업 전시도 AI를 접목하지 않은 사례를 찾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기술 트렌드의 동조 측면에서는 분명 존재감을 확인한 셈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번 CES에서 기록적인 참관 규모와 혁신상 수상 소식으로 이목을 끌었다. 현지시각 8일 CES의 스타트업 전시 장소인 유레카파크 내 한국 스타트업 부스. 사진=강은경 기자


CES가 막을 내린 가운데 참관 기업에게는 전시에서 선보인 기술과 실제 시장 성과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다. 매해 한국은 기록적인 참관 규모와 혁신상 수상 소식으로 이목을 끌지만 한편에서는 전시회 참가의 실질적 효용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뒤따른다.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확인받았더라도 실제 매출이나 수주 등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내는 비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매해 혁신상 휩쓸어도 후속 투자 ‘제한적’

 

이번 CES에서 한국 기업은 총 347개의 혁신상 중 206개를 수상했다. 명단에 오른 150개(72%)가 중소기업의 제품이었다. 30개의 최고혁신상 중 15개가 한국 기업의 몫이었고, 이 중 AI 분야 최고혁신상 3개를 모두 한국이 가져왔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 역량과 기획력을 보여준다. 다만 이 압도적인 수치가 실제 글로벌 투자나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혁신상을 받은 기업 다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유통·영업·사후 운영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해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CES 2024 혁신상을 받은 한국 스타트업 116개가 가운데 수상 이후 1년 내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은 18.1%(21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해외 투자를 유치한 사례는 한 곳에 그쳤다. 

 

유레카파크 내 서울시가 마련한 서울통합관에 국내 업체들의 제품과 솔루션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데모’ 합격해도 ‘상용화’ 문턱 높아 

 

CES는 잠재 고객을 만나는 출발점이지만 실제 매출은 그 이후에 발생한다. 스타트업들이 겪는 주요 장벽 중 하나는 데모와 실제 운영 환경 사이의 괴리다. 전시장에서 관심을 보인 글로벌 구매자들은 후속 미팅에서 기술의 화려함보다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한지’, ‘양산 시스템의 신뢰성이 확보됐는지’ 등을 명확히 따져 묻는다. 

 

현지 유통망 확보, 파트너십 체결, 조달·설치·운영 능력 등이 갖춰져야 비로소 계약과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은 빠른 프로토타입 제작 능력과 전시용 기술 데모에서는 강점을 지녔지만 상용화 단계에서 요구되는 이 같은 역량에서 한계를 드러내기 일쑤다. 

 

CES에 참가한 기업 중 국고, 지방비, 학교, 대기업 등의 지원을 받은 경우는 지난해 기준 전체의 85%에 달한다. 이지영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국제 전시회 참가의 주목적을 잠재 고객 확보라고 본다면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들은 CES에 참가하기에 이른 시점일 수 있다. 그런데도 초기 스타트업이 CES에 다수 참가하게 된 이면에는 공공기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이 단계에 집중된 현실이 있다”고 봤다. 

 

이번 CES에는 국내 기업 약 1000개사가 참관했다. 지난해 기준 참관 기업의 85%는 국고, 지방비, 학교, 대기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사진=강은경 기자


해외 전시회 참가와 수상 그 자체를 성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지만 국내 마케팅 수단에 그치는 행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참여 규모 및 수상 타이틀에 매몰되기보다 사업화 진척을 위한 역량 강화 및 지원에 집중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헬스케어 제품으로 이번 CES에 참관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전시 이후 실증이나 도입 논의를 위해 구매 부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조달, 법무·보안 심사 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하는 비율이 크다”며 “상당수 계약이 중도에 멈춘다. 이는 개별 스타트업이 기술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실제 사업 성과·질적 성장이 관건 

 

AI가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상용화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우려도 있다. 의료·헬스 분야부터 자동화 기술, 로봇 등 물리적 하드웨어가 결합된 AI 제품은 안전 인증과 책임 소재가 사업의 전제 조건이 된다. 기술 시연으로는 통과할 수 있어도 규제와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데이터 문제도 대표적인 병목 요인이다. 이번 CES를 통해 미국 대학 등과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관련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업체 관계자는 “B2B나 공공시장으로 갈수록 데이터 반출 제한, 온프레미스(사내서버) 구축, 망 분리 요구 등이 붙어 계약 전환이 한층 까다로워진다”며 “개인정보나 민감정보의 수집·보관·활용 문제는 PoC(개념검증)에서 상용 계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마찰이 발생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통합한국관은 이번 CES 기간 23건의 수출 및 MOU 체결 등의 성과를 냈다. 사진=강은경 기자


그럼에도 현장의 가시적인 수치들도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에 따르면 통합한국관(470개사 참가)에서는 2480건의 현장 상담 진행됐고 23건의 수출·기술협력 업무협약(MOU) 체결 및 약 2억 4000만 달러(3500억 원) 규모의 계약이 체결됐다.  

 

창업진흥원의 K-스타트업 통합관(81개 사)도 1446건의 상담 및 26억 원의 계약 성과를 냈다. 부산시 역시 443건의 상담을 통해 2867만 달러(400억 원) 규모의 계약 성사를 예상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공동관(14개 사)은 42만 8800달러(6억 3200만 원)의 현장 계약 성과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기관들은 이제 단순 전시 지원을 넘어 밀착 사후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AI 등 우리 혁신기업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확인한 만큼, 후속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종필 창진원 원장은 “상담 결과가 실제 수출 계약과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는 업체들이 사업화 지원 및 세계 진출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거나 서류 평가를 면제하는 등의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현장에서 VC(벤처캐피털)들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창출하고 사전에 IR 피칭 교육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위해 공을 들였다”며 “전시 이후에도 리뷰 세미나 등을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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