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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중국 로봇의 역습' 보여주기 넘어 가격표 달고 나왔다

가격·속도·실행력 3박자 확보…94조 원 규모 휴머노이드 시장 승부처는 '양산력'

2026.01.08(Thu) 19:45:20

[비즈한국] 화면 속에 갇혀 있던 인공지능(AI)이 마침내 육신을 얻어 현실 세계로 쏟아져 나왔다. 이번 CES에는 인간의 관절을 장착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군단과 고도화된 로봇 팔이 제조와 물류, 일상 영역을 파고들었다. 

 

CES 주최사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로봇 부문 출품작은 전년 대비 32% 급증했다. AI와 드론 부문 역시 각각 29%, 32%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피지컬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중국의 로봇 굴기가 ‘기술 과시’를 넘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니트리와 애지봇 등 중국 업체들은 파격적인 가격과 빠른 하드웨어 개발 주기를 앞세운 실행력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7일(현지시각) LVCC 노스홀 유니트리 부스 앞 복싱 로봇 시연에 몰린 인파. 사진=강은경 기자


#중국 로봇이 점령한 ‘기업용 AI’

 

엔터프라이즈 AI와 스마트 시티·사물인터넷(IoT) 부문 전시가 꾸려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 홀은 중국 로봇 기업들의 경연장이었다. 앞뒤 옆 부스가 모두 중국계 로봇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류용을 비롯해 음료 제조용 로봇 팔, 전신을 갖춘 휴머노이드까지 형태와 용도도 제각각이었다.

올해 CES에 참가한 중국 기업은 총 942개로, 미국(1476개)에 이어 국가별 참가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전시 기업(38개 사) 중 절반 이상(21개 사)은 중국 업체였다.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 애지봇(AgiBot), 갈봇(Galbot), 엔진 AI(Engine AI), 노에틱스 로보틱스(Noetix Robotics)와 정부 지원을 받는 ‘X-휴머노이드(X-Humanoid)’ 등이 전면에 나섰다.​

 

유니트리 부스 앞에 마련된 링 위에서는 관람객이 참여하는 R1의 복싱 대결 시연이 이뤄졌다. 사진=강은경 기자


#7000만 원짜리 복싱 로봇…“일단 시장에 던진다”

 

가장 인파가 몰린 곳은 유니트리 부스였다. 지난해 실시간 상호작용으로 눈길을 끌었던 유니트리는 올해 링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 ‘복싱 로봇’을 내세웠다. 링에는 모델명과 함께 ‘4만 9000달러(약 7000만 원)’라는 가격표가 붙었다. 현장의 유니트리 관계자는 “복싱 로봇은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휴머노이드 G1과 H1 모델을 통해 제조 및 산업 현장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15kg 적재 용량을 갖춘 강화된 H1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맞은편에는 싱가포르의 샤르파가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샤르파는 싱가포르에 글로벌 본사를 두고 중국 상하이에서 제조 및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다. 고성능 로봇 및 핵심 부품 개발에 주력한다. 로봇 손 ‘샤르파웨이브’ 등이 전시됐는데, 바람개비 날개에 가느다란 막대 손잡이를 조립하는 시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샤르파의 로봇 손 기술 샤르파웨이브는 정교한 작업도 소화가능하다. 사진=강은경 기자


중국 기업들의 차별화 지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통합, 새로운 부품을 소비자용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빠른 반복 주기 등 ‘엔드 투 엔드(End-to-End)’ 실행력에 있다는 평가다.

다만 사람의 동작 모사를 넘어 실제 제품 생산라인에서 인간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생존의 관건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개발 총괄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가격도 중요하지만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현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걸어 다니거나 쿵푸만 선보인다면 경제적 효용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애지봇 부스에 전시된 교육 및 연구용 X2(앞)와 접객용에 적합한 A2. 사진=강은경 기자


#엔비디아 파트너 애지봇, 양산 실적 앞세워 공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주목한 ‘애지봇(AgiBot)’은 이번 전시에서 접객용으로 적합한 ‘A2’와 교육 및 연구용 ‘X2’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X2는 민첩한 보행을 위해 설계된 큰 발과 내장 센서를 통해 자율적으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모습을 뽐냈다.

애지봇은 현재까지 누적 5000대의 로봇을 출하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미국 시장 정식 출시를 앞둔 상태다. BYD와 힐하우스 투자 등 중국 대형 자본의 전폭적인 지원이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들 역시 가지각색의 로봇 라인업을 쏟아냈다. ‘판시’, ‘링롱’ 등 20여 대의 로봇 제품을 보유한 정밀부품 제조사 엘와이 아이테크(LY iTech)도 지능형 로봇들을 선보였다. 다만 일부 업체 제품의 경우 외형이 다소 조악하거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기도 했다.​

 

중국 부품 제조사 엘와이 아이테크 부스에 전시된 로봇 제품. 사진=강은경 기자


#94조 로봇 시장 ‘현장 효용’이 가른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자회사로 편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통해 산업용 및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합류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이족·사족 보행 로봇 분야 기술력을 확보했다.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아틀라스’ 양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스마트 팩토리와 연계된 실질적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베어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LG전자는 로보스타,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용·자율주행·웨어러블 로봇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CEO는 7일 언론 간담회에서 “로봇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산업용은 로보스타와, 상업용은 베어로보틱스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LVCC 노스홀에 마련된 갈봇 부스에 여러 종류의 로봇 라인업이 전시돼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통계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 로봇 시장은 제조 로봇(50%), 서비스 로봇(17.5%), 부품 및 소프트웨어(32.5%)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23년 24억 3000만 달러(약 3조 원)에서 2032년 660억 달러(약 94조 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로봇 경쟁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중국은 이미 제품을 파는 단계에 진입한 모양새다. 애지봇과 같이 개방적 협력을 지향하는 기업들은 특히 생태계 확장 속도 면에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이 산업 현장 활용도나 대량 양산 역량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CES 혁신상 심사에 참여한 크리스 페레이라 아이엠팩트 창립자는 “가장 큰 변화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기능’에서 제품의 ‘기반’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라며 “중국 기업들은 이제 AI 자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보다 로봇공학과 자동화 분야에서 실용적인 기술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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