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CES가 처음으로 문을 연 ‘CES 파운드리’는 기존의 부품 공급망 전시와 달랐다. ‘CES 2026’ 2일 차인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개막한 파운드리 행사의 목표는 명확했다.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이 실제 산업에 접목돼 어떻게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가다.
패널 토론 등이 열리는 공간 옆으로는 엔비디아의 전시가 진행된다. 엔비디아는 프리미엄 완성차 벤츠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1위 업체인 중국 애지봇까지 엔비디아 생태계를 구성하는 파트너사와 함께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칩 제조사의 역할을 넘어 산업 전반의 운영체제(OS) 플랫폼을 지향하며 자사 기술이 실제 산업 공정과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에서 ‘혁신 가속 허브’로
7일 오전 9시 20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옆 퐁텐블로 호텔에서 별도로 진행되는 파운드리 부문의 첫 개막식이 열렸다. 파운드리 행사와 전시는 딥테크 기업과 투자자 등이 밀도 있게 교류하도록 설계됐다. 화려한 볼거리 위주의 일반 전시와 달리, 이곳은 한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비즈니스 관계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는 엔비디아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된다. AI 자율주행 시스템 ‘알파마요 스택’이 탑재된 벤츠 차량이나 세계 최초 개인용 로보카 ‘텐서’ 등 모빌리티군과 애지봇 등 물리적 제품도 공개됐지만, 각 기술의 시뮬레이션을 화면에 띄워 보여주는 비중이 높았다.
엔비디아의 전시는 자사 기술이 기존 제조 공정과 소비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음을 증명하는 데에 집중했다. 엔비디아는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로봇과 모빌리티 등 하드웨어 시스템에 지능을 부여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는 ‘피지컬 AI’라는 슬로건을 걸렸고 글로벌 대기업 및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소개됐다.
#자율주행 벤츠부터 로보카 ‘텐서’·중국 ‘애지봇’까지
‘텐서’는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다. 사용자와 대화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에이전틱 모빌리티’를 지향한다. 현장의 텐서 관계자는 “단순한 자율주행이 아니다. 보행자나 돌발 상황을 인간처럼 이해하고, 스티어링 휠이 대시보드 안으로 수납되는 4단계(L4) 자율주행”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텐서 말고도 다른 모빌리티군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가장 주목받은 건 엔비디아의 차세대 자율주행 AI 모델 알파마요 스택을 접목한 벤츠 차량이었다. 알파마요는 카메라 데이터와 인간의 주행 데이터를 결합해 학습된 추론 기반 시스템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6일 CES 특별 연설에서 이를 공개하며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에 챗GPT의 순간이 도래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 미국 시장에 알파마요를 탑재한 벤츠 차량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에도 알파마요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로보틱스 구역은 ‘로봇이 어떻게 지능을 갖게 되는가’에 대한 해답을 데모로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업체인 중국 애지봇의 ‘A2 울트라’는 코스모스 모델을 통해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시연했다.
현장에 배치된 스크린에는 로봇이 현실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대신 가상 세계인 ‘옴니버스’ 안에서 수만 번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엔비디아는 로봇 제조사들에 하드웨어를 직접 공급하는 대신 로봇의 두뇌가 될 지능의 기반을 파운드리 형태로 공급하며 산업 생태계를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BMW 부스에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GPU 기반 가상 시뮬레이션이 시연된다. 실제 차량을 제작하기 전 가상 환경에서 구현, 신차 디자인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솔루션이다.
독일의 다국적 제조 기술 기업 지멘스와는 공장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업용 메타버스의 실질적인 활용 사례를 보여줬다. 이 역시 실제 공장 가동 전 발생할 수 있는 병목 현상을 가상 세계에서 미리 해결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CES 파운드리 부문 신설은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의 단일 성능에서 AI 인프라를 통한 가치 창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젠슨 황 CEO가 언급한 “500만 달러 투자로 7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구체적인 지표는 이제 반도체 기업이 부품 공급업체를 넘어 고객사의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설계해주는 ‘전략적 파운드리’로의 진화를 시사한다.
파운드리 행사는 본 행사 3일 차인 8일까지 이틀간 개최된다. LA타임스는 “CES 파운드리는 현재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넘어 미래 혁신을 이끌어갈 기초 기술의 중심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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