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스피가 7500선을 넘었다. 5월 11일 장중 한때 8000선에 육박했다가 차익실현 매물에 잠시 숨을 고른 정도다. 미국 S&P 500도 7500을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미 양국 주식시장이 동시에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모임만 나가면 주식 이야기다. 누구는 SK하이닉스로 얼마 벌었다더라, 누구는 엔비디아로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을 벌었다더라. 그동안 주머니 사정 때문에, 혹은 신중함 때문에 주식판에 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가슴을 친다. 포모(FOMO·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위험한 발상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주식에 올인하자.”
결론부터 말한다. 단호히 반대한다. 어떤 경우에도 반대한다. 30년 동안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면서 수많은 사이클을 목격했지만, 거주 주택을 팔아 다른 자산에 올인했다가 행복해진 사례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 반대 사례는 차고 넘친다.
내 말이 미덥지 않다면, 슈퍼 부자들의 충고를 들어보자.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은 1958년 미국 오마하의 평범한 주택을 3만 1500달러에 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집에 살고 있다. 그는 공개 석상에서 “내 인생에서 세 번째로 잘한 투자가 바로 이 집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두 개의 결혼반지였다.
오해하지 말자. 버핏이 “수익률 측면에서 집이 주식보다 낫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솔직하게 “집을 사는 대신 그 돈으로 주식을 샀더라면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집을 산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집은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의 안식처이자, 인생 설계의 기반이며, 무엇보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한 발 더 나간다. 2014년 포춘 컨퍼런스에서 그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30년 만기 모기지로 집을 사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금융상품”이라고도 했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면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2012년 CNBC 인터뷰에서 그는 젊은 투자자에게 망설임 없이 답했다. “주식이냐 집이냐 묻는다면, 나라면 30년 모기지로 집부터 사겠다. 그게 최고의 거래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또 한 사람의 전설, 피터 린치다. 마젤란 펀드를 13년간 운용하며 연평균 29%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가 쓴 명저 ‘월가의 영웅(One Up on Wall Street)’4장에는 이른바 ‘거울 테스트(Mirror Test)’가 등장한다. 주식을 사기 전에 거울 앞에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세 가지 질문이다. 그중 첫 번째가 무엇일까.
“나는 집을 소유하고 있는가?”
린치는 단호하다. “주식 투자에 앞서 반드시 집을 먼저 사야 한다. 100번 중 99번, 집은 돈을 벌어 주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사람들은 집을 살 때는 학군을 보고, 도로 사정을 보고, 배관 상태까지 점검한다. 냉장고 하나 살 때도 꼼꼼히 따진다. 그런데 주식을 살 때는 출근길 버스에서 누가 한마디 했다고 1만 달러를 던진다. 그러고는 손실이 나면 자기 운을 탓한다.”
촌철살인이다. 30년 동안 만난 수많은 투자자들을 떠올려본다. 분당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살 때는 한 달 동안 학군을 분석하고, 교통 호재를 따지고, 주변 인프라를 점검하고, 단지별 매매가와 전세가를 엑셀로 정리하던 사람이, 며칠 후 주식 종목 하나를 살 때는 친구가 점심시간에 들려준 한마디로 결정한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린치가 집을 먼저 사라고 한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집은 레버리지가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20%만 자기 돈을 넣고도 100%의 자산을 소유한다. 주식을 신용으로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안전하고 장기적인 레버리지다. 둘째, 가격이 하루에 5%씩 출렁대지 않는다. 한밤중에 호가창을 들여다보며 식은땀을 흘릴 일이 없다. 셋째, 무엇보다 그 안에서 산다. 가격이 떨어져도 거주 효용은 그대로다. 주식이 반토막 나면 자산이 반토막 나지만, 집값이 일시적으로 흔들려도 가족은 여전히 그 집에서 산다.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주식 폭락기를 떠올려보자.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쇼크, 2022년 인플레이션 쇼크, 그리고 올해 3월의 중동발 코스피 12% 폭락. 주식을 끝까지 들고 버틴 사람과 공포에 못 이겨 던진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었나. 멘탈의 차이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버틸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다. 내가 사는 집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사람은 주식이 출렁여도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집을 팔아 주식에 올인한 사람은 다르다. 주식이 30% 빠지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거주 불안과 인생 설계의 붕괴로 직결된다.
여기서 한국적 상황을 더한다. 2026년 5월 한국 부동산 시장은 만만치 않은 변곡점에 와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5월 10일부로 다시 부활했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예외는 확대됐다. 시장은 규제 강화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형 역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6~2027년 서울 입주 물량 절벽이 코앞이다. 임대료는 구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시점에 자기 집을 판다고 생각해 보자. 주식이 올라서 차익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차익을 본 다음에는 어디서 살 것인가. 전세는 씨가 마르고 있고, 월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매매가도 마찬가지다. 한 번 집을 팔고 나면 같은 동네에 다시 들어가기가 어렵다. 주식으로 30%를 벌었다 한들, 그사이 집값이 30% 올라버렸다면 결과적으로 마이너스다. 더 나아가 주식이 30% 빠진다면? 자산과 거주지를 동시에 잃는다. 이중 타격이다.
슈퍼리치들이 “내 집 마련을 먼저 하라”고 말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의 축적은 수익률 게임이 아니라 생존 게임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평생 강조한 두 가지 투자 원칙을 떠올려보자. “원칙 1, 돈을 잃지 마라. 원칙 2, 원칙 1을 잊지 마라.” 거주 주택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원칙 1’의 영역에 속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잃어서는 안 되는 베이스라인이다.
그렇다면 주식 투자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정반대다. 주식 투자도 해야 한다. 다만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내 집을 먼저 마련하고, 그곳에서 비롯되는 심리적·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잉여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다. 버핏도 린치도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다. ‘집을 먼저 사고, 그다음에 주식을 사라’고 했을 뿐이다.
투자 자산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만 거주 주택을 깔고 앉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시속 200km로 달리는 일과 같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 번 사고가 나면 회복 불능이다.
지금 주식 시장은 사상 최고가다. 누군가는 더 오를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거품이라 한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거주 주택은 사이클과 무관하게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시장이 어떻든 그 집은 가족이 사는 곳이다. 시장이 폭락해도 그 집에서 잠을 잘 수 있다. 시장이 폭등해도 그 집의 효용은 그대로다.
거대한 포모의 파도가 밀려온다. 친구가, 동료가, 친척이, 옆집 사람이 주식 이야기를 한다. 그 와중에 자기 집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집을 팔면 ○○ 주식 몇 주를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든다.
그때 거울을 한번 보자. 그리고 피터 린치의 첫 번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자. “나는 지금 안정적으로 살 집을 가지고 있는가?”
그 답이 ‘예’라면, 그 집은 결코 팔지 말자. 잉여 자금만 주식에 분산하자. ‘아니오’라면, 주식 투자 자금이라고 생각했던 돈으로 먼저 내 집부터 마련하자.
워런 버핏이 1958년에 산 그 집에서 그는 지금도 살고 있다. 그사이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 집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집을 깔고 앉아 그 위에서 차분히 투자했기 때문이다.
포모는 시장이 만든 감정이고, 내 집 마련은 인생이 만든 기반이다. 둘을 헷갈리지 말자. 시장은 내일도 열린다. 그러나 가족이 안정적으로 살 집은 한 번 놓치면 다시 잡기 어렵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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