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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는 옛말, 취준생 몰리는 '김대리의 비밀 과외'

채용 전반부터 회사 내부 정보 집중 교육…인사담당자 "오히려 감점 요소 될 수도"

2018.11.09(Fri) 15:49:45

[비즈한국] “면접관으로 들어올 후보를 추리고 그분들의 성향을 짚어줍니다. 알고 준비하는 것과 모르고 준비하는 것의 차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A 씨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 지원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면접 과외를 하고 있다. 회사가 투잡을 금지하고 있어 수업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앞서의 면접관 분석에 더해 사내 분위기, 채점기준 등 채용 전반에 대해 설명해주고 주 1회 기준 50만 원을 받는다.

 

최근 취업시장에서 A 씨와 같은 강사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지원자를 대상으로 전현직 직원들이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면접 대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대기업 채용 면접이 11월 초부터 중순까지 몰려 학원마다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하반기 대기업 채용 면접이 11월 초중순에 몰려 이를 대비한 면접 과외와 학원 강의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한 학원 풍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특정 회사의 이름을 건 수업을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한 대기업 임원 출신과 근무했던 직원들이 직접 만든 취업 학원도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인성·적성 검사, 면접 등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일부 학원은 올해 하반기 면접과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더해 회사 로고송 제작, 역할극 등을 수업에 포함하기도 했다.

 

# 블라인드 채용 확산이 사교육 시장 만들어

 

학원마다 노하우도 다양하다. 강사가 인사담당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수업이 가장 많지만, 수업 내용을 차별화한 곳도 있다. 

 

한 취업학원 관계자는 “회사를 그만두고서도 현직들과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회사 정보를 가져와 수업 내용에 포함한다. 면접관 후보 추리기나 성향 분석 등은 이렇게 이뤄진다”며 “단순 강의 수준이 아니다. 컨설팅 개념으로 보면 된다. 합격을 보장할 순 없어도 합격률을 높일 순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합격률이나 수강생들의 반응에 대해선 “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강료는 학원과 수업마다 다르지만 주 1회 기준으로 적게는 20만 원부터 많게는 60만 원에 달한다. 적은 비용이 아닌데도 면접 학원과 과외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학원 관계자들은 최근 취업 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학원 관계자는 “높은 스펙을 가진 취준생들이 늘어난 만큼 차별화가 중요해졌다. 다른 지원자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면접 때뿐이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블라인드 채용이 느는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출신 지역과 학력 등을 묻지 않는 이 채용 방식은 지난해 하반기 공공 부문에 전면 도입된 이후 민간 부문에도 확산되고 있다. 스펙이 가려지는 만큼 면접에서 변별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선 일부 직무나 일부 항목에 한해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는 회사가 대부분이었지만, 학원가에선 내년부터는 대기업 그룹 채용 전반에 도입될 것으로 관측한다. 

 

일부 취준생들은 회사 규모가 클수록 높아지는 연봉이 면접 과외 인기의 현실적인 이유라고 말한다. 실제 잡코리아가 올해 대기업 154곳과 중소기업 242곳의 4년 대졸 신입직원 연봉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은 평균 4060만 원, 중소기업 신입사원 연봉은 평균 2730만 원이었다. 연봉 격차는 지난해 1260만 원에서 올해 1330만 원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하반기 대기업 채용 면접을 앞둔 취준생 B 씨는 “재직 기간이 늘어날수록 중소기업과 대기업 차이는 더 벌어진다. 연봉만 보면 대기업 취직이 웬만한 사업이나 전문직보다 훨씬 낫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는데 취준생들은 대기업으로 몰린다. 가장 마지막 관문인 면접은 점점 강화되는데 매번 방식이 달라진다.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삼성 직무적성검사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 벼락치기보다 경험이 최고의 답변

 

면접 과외나 학원을 바라보는 현직 인사담당자들의 시각은 긍정적이지 않다. C 그룹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처음 면접을 보게 됐거나 채용 전반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한 경우라면 수업을 듣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딱 거기까지다.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면접 과외나 학원 수업 등을 통해 준비한 게 너무 티가 나 더 어색하게 보인다. 여기에 몇몇 지원자는 한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하기도 한다. 모두 감점 요소다. 면접 목적 가운데 하나는 지원자의 솔직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D 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면접관 정보나 성향 등을 분석해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되묻고 싶다”며 “전현직을 통해 맞춘다고 해도 운이 좋았을 뿐이다. 대기업 채용은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라 채용과 관련한 어떠한 정보도 인사팀 밖으로 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면접 트렌드는 ‘벼락치기’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E 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어떤 회사든 면접관들은 그 분야 전문가다. 과외나 수업을 통해 얻은 정보만으로는 면접 때 꼬리질문 몇 번만 거치면 금방 바닥이 드러난다”며 “미리 시간을 투자해 직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어떤 형태의 면접이든 경험은 그 자체로 최고의 답변”이라고 귀띔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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