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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과학] 수백만 군중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길을 찾아라

광화문 광장의 최적 이동경로 시뮬레이션

2016.11.24(Thu) 19:54:30

이번 주말에 광화문에 전례 없던 인파가 모일 것이라고 한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지금까지 11월 주말마다 모였던 인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일부 추산으로는 300만 넘은 인파가 모일 수도 있다고 한다. 광화문, 넓게 보면 시청+종로+을지로+명동까지 포함하는 일대의 좁은 2차원 공간에 100만, 더 나아가 200만~300만의 인파가 비슷한 시간대에 몰리는 것은 집회 목적과 상관 없이 시민 안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나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일개 연구자로서, 자발적 시민 운동에 다른 것은 도움이 될 수 없겠지만 ​최근 ​다른 과학자들의 수학적 혹은 공학적 분석과 추론, 그리고 적용에 대한 일련의 포스팅을 보고, 나 역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분석하고 모델링한 결과를 공유한다. 이 연구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활용되길 소망한다.

 

지난 11월 19일 오후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에 모여드는 촛불집회 인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본 모델링은 지금까지 많은 동료 과학자들이 매진해온, 광장에 모인 군중의 숫자를 어떻게 셀 것인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광장에 모인 엄청난 규모의 군중이 갑작스런 변동 사태를 맞아 광장을 반드시 벗어나야 할 때 어떤 대피(이동) 양태를 보일지, 대피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 주요 대피로의 대피 효율은 어떤지, 그리고 개인의 유동성(혹은 전체 군중 대비 유동인구의 비율)이 대피 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도되었다. 다른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

 

물론 분석과 모델링 결과는 자연과학이나 공학과 달리 사회현상을 모사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가정과 단순화, 그리고 제한된 정보만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확대 해석은 무리며, 집회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참고용으로만 활용되면 좋겠다.

 

본 모델링에서 다루는 영역은 광화문 광장으로 한정했다. 나머지 광장과 연결된 샛길과 광장을 포괄하는 더 넓은 영역에 대해 100만이 넘는 인파를 모두 모델링하기에는 랩의 워크스테이션 메모리 용량과 계산 시간의 압박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물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대략 2주일 정도), 실제 이 일대의 100만~200만 군중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계산시스템의 자원 활용도 및 데이터 처리 시간에 달린 일일 뿐이다.

 

본 모델링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폰 노이만 이래 지고의 개발 및 활용 역사를 자랑하는 cellular automata 기법을 활용하였다. 이 기법은 말이 어렵지, 그냥 사람들을 그냥 바둑판 위의 바둑돌로 모사한 것이다. 사람들의 이동 방향은 동서남북으로 제한되며, 한 번 움직일 때 0.5m의 거리를 간다고 가정한다. 물론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꽉 낀 상황처럼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장소가 없으면 못 움직이는 상황도 모두 고려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들의 움직임은 ①스스로의 자발적인 마구잡이 움직임(random walk), ②주변 군중들의 움직임과 밀도에 의해 형성되는 이른바 사회적 역장(social field), ③대피구 혹은 대피로와의 거리의 함수로 모사되는 공간적 역장(geometric field), ④장애물 등으로 인한 움직임의 제한, ⑤그리고 개인들의 유동성(1초마다 움직일 확률)의 복합 확률로 모델링된다. 개인의 유동성은 평균 유동확률을 중심으로 모든 개인에게 푸아송 분포(Poisson distribution)가 되도록 설계하였다. 매 턴마다 사람들 각각의 움직임은 몬테카를로(Monte-Carlo) 방법에 의해 진행된다. 쉽게 말해 주사위를 던지되, 위에서 정한 확률이 난수에 비해 큰지 작은지로 결정된다.

 

특히 군중 집회 시 매우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social field에 대한 다양한 함수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정성적으로 이야기해서, 한 개인이 주변의 군중에 얼마나 쉽게 휩쓸릴 수 있는지에 대한 민감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결과는 모델마다 조금씩 차이가 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적인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나는 본 시뮬레이션에서 지수함수의 개량형으로 표현되는 벡터장 모델을 활용하였다.

 

광화문 광장의 지형은 가로 82m, 세로 562m의 직사각형으로 정하였으며 주요 대피로는 율곡로, 삼봉로, 세종로 사거리 방향, 세종문화회관 옆 주차장 가는길, 사직로, 8개로만 제한했다.


광화문 광장의 지형은 네이버지도를 참조하여 세로 562m, 가로 82m(측정치에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의 직사각형으로 정하였으며, 인구 밀도는 1인당 0.25㎡로, 그리고 광화문 전체의 인구 분포 확률은 70%로 가정하였다. 이 때 시뮬레이션 박스에는 대략 13만 개의 바둑알이 동시에 서로 영향을 받으며 움직인다. 이 정도 규모의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주요 대피로는 율곡로, 삼봉로, 세종로 사거리 방향(남쪽 방향), 세종문화회관 옆 주차장 가는길(세종공원로), 사직로의 8개 길로만 제한하였다. 건물들은 모두 벽이라고 가정하였다. 시뮬레이션에서는 대피로의 폭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각 대피로의 폭은 지도의 축적을 참고하여 정하고 나름 정확하게 입력하였다.

 

한 회(batch)의 시뮬레이션은 100%의 군중이 광화문 광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끝이 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매 시간마다 몇 %의 군중이 광장에 남아 있는지를 측정하였다. 개인의 유동성, 어떤 대피로가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지,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주로 알아보았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군중의 50% 이상이 대피하는 데 3~4분 정도, 70% 이상은 6~7분, 90% 이상이 대피하는 데 15분 정도 소요되었다. 

 

전체 군중의 50% 이상이 대피하는 데 3~4분 정도, 70% 이상은 6~7분, 90% 이상이 대피하는 데 15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하게, 미리 지정하지 않았는데도 군중은 자발적인 대피 패턴을 보이며, 이는 대략 10초 이내에 형성되었다. 사실 이러한 자발적 모임 혹은 흩어짐 패턴은 그간 많은 사회현상 모델링에서 관측된 바와 유사하다.

 

―초기 3분까지는 주어진 대피 경로로 거의 균일하게 대피가 이뤄지나, 5분 이후 율곡로, 6분 후 세종로 방향으로의 군중은 모두 대피한 반면 사직로8길, 삼봉로,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의 대피는 더딘 것으로 확인하였다.

 

―또 개인의 유동성에 따라 전체 대피에 걸리는 시간은 점증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특히 유동확률이 90%인 경우에 비해 10%인 경우는 대피 시간이 대략 40% 이상 더 걸렸다. 초기에는 1.5배까지도 벌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유동성이 90%인 경우에 비해 10%인 경우는 대피 시간이 대략 40% 이상 더 걸리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대피로로 가장 효율이 높은 곳은 율곡로 동서 양방향이었다. 기본적으로 도로의 폭이 넓을뿐더러 수직 방향으로 광화문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군중이 양분되어 효율적으로 빠져나간다. 대략 7분 이내에 이쪽으로 2만 4000명(서쪽으로 1만 2500명, 동쪽으로 1만 1500명) 정도가 빠져나간다.

 

―다음으로 효율이 높은 대피로는 세종로 사거리 방향(남쪽 방향)이다. 이곳도 도로의 폭이 넓고, 대피 방향이 사거리 이후부터는 세 방향으로 나뉘기 때문에 효율이 좋다. 대략 8분 이내에 1만 7000명 정도가 빠져나간다.

 

―사직로는 대략 중간 정도의 대피효율을 보였다. 14분 이내에 2만 8000명 정도 (서쪽으로 1만 4800명, 동쪽으로 1만 3200명)가 빠져나간다.

 

―효율이 안 좋은 대피로는 세종공원로, 삼봉로, 세종대로23길이다. 삼봉로의 경우, 18분 이내에 1만 6800명  정도가 빠져나간다. 세종문화회관 쪽으로는 22분 이내에 1만 5200명 정도가 빠져나간다. 세종대로23길의 경우 19분 이내에, 서쪽으로 1만 5900명, 동쪽으로 1만 5100명 정도가 빠져나간다.

 

―위아래의 좋은 대피로(율곡로, 세종대로 남쪽 방향)를 놔두고 왜 많은 사람들이 효율이 그다지 좋지 않은 대피로에 10분이 넘도록 머물러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위급 상황에서는 주변의 지형지물보다 내 주변 반경 5~10m 이내 사람들의 집단 움직임이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일종의 패닉 상황에 가깝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러한 군중 심리에 휩쓸려서 군중이 집단으로 움직이는 방향을 본능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는 위의 모델에서 social field에 대한 sensitivity를 조절함으로써 확인된다.

 

이상의 결론으로, 일단 가급적 세종로 사거리 남쪽 방향, 그리고 율곡로 동서 양방향으로 먼저 빠져나가는 것이 좋고, 다음으로는 사직로 8길, 그리고 삼봉로로 빠져나가는 것이 대피 효율이 좋다. 나와 가장 가까운 대피로가 세종대로23길, 삼봉로 등이라면 너무 그쪽 방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남북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대피해야 할 경우, 주변 군중의 움직임을 보지 말고, 지형지물을 숙지하여 대피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대피로가 광장의 양 끝단으로 효율이 제일 좋은 것으로 나타나므로, 만약 시민단체에서 가이드할 예정이라면, 이순신 장군 동상을 중심으로 3 혹은 4열 정도의 긴 남북 방향의 가이드라인 설치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우왕좌왕하는 주변 시민들을 보면 이 방향이 좋다고 방향을 같이 잡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원문 출처: 권석준 박사 페이스북 https://goo.gl/lTHXHL

권석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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