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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가는 승계 작업, 이재용 ‘빅 피처’ 어떡하나

‘자사주의 마법’ 사라지고, 중간금융지주사 신설은 요원

2017.02.17(Fri) 19:01:19

 

구속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다고 하더라도, 진행 중인 승계 작업을 다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정훈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승계 시계가 늦춰지고 있다.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된 것도 그렇지만 그룹 승계에 필수적인 법률들이 ‘반삼성’ 분위기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야당이 집권한다면 이 부회장의 ‘​대관식’​은 더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사태 전 삼성이 그린 ‘빅 픽처’는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한 뒤 투자 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해 삼성물산을 그룹 전체 지주회사로 세우는 방향이었다. 

 

이를 위한 첫 단계가 이미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의 합병비율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등과 접촉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 노력들은 이 부회장 구속이라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단계가 삼성전자 인적분할이다.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2.78%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를 합병하면 최종적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게 되어 ‘지주회사-자회사’ 요건을 만족시키게 된다. 

 

그러나 이런 ‘자사주의 마법’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어 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제20대 국회 들어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법안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다수 발의되어 있다. 자사주 보유를 아예 금지하는 법안, 인적분할 전 자사주를 먼저 소각하도록 하는 법안,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 등이다. 

 

과거에는 이런 ‘반삼성법’ 발의에 여당이 합의하지 않아 구호에만 그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 상황은 법안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통과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가 ‘반재벌법’에 대한 반박자료를 연이어 내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1단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2단계 삼성전자 인적분할, 3단계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으나, 2, 3단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마지막 단계는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산업자본이 중간금융지주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중간금융지주사가 허용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화재를 아우르는 지주사가 되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형태가 삼성이 그리는 그림의 완성으로 알려진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시 삼성이 청와대와 접촉해 공정위를 통해 중간금융지주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하도록 요청했다는 혐의를 포함했다. 중간금융지주사 역시 삼성의 필요에 의해 추진되는 ‘청부 법안’이라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 중간금융지주사 신설의 득을 보는 유일한 대기업이 삼성이고, 추진 과정에서의 불법이 전 국민에 알려진 이상 이를 다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야권은 이 기회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것을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고 있다. 삼성이 협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정치권 등 전방위적으로 불법을 저질러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구속된 이 부회장에게는 추가 수사와 그에 따른 재판이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들을 다 거치고 자유의 몸이 된다고 하더라도 삼성의 승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이 그린 큰 그림과 그 과정의 편법성이 다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 총수의 자녀 승계는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앞으로는 일반적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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