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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재벌개혁, 공약만으로도 '무시무시'

재벌을 ‘적폐세력’으로 규정, 전방위적 규제 예상돼

2017.05.10(Wed) 00:58:16

[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서 재벌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 ‘반부패·재벌 개혁,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됩니다’라는 제목 아래 나열돼 있다. ‘경제성장’ ‘국가경쟁력’ ‘4차 산업혁명’ 등의 키워드가 아닌 ‘반부패’라는 섹션으로 분류된 것만 보더라도 새 정부의 재벌에 대한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내용도 ‘​무시무시’​하다. 목표로는 세 가지가 제시되는데, ①특권과 특혜 철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사회 환경 조성 ②재벌 자본주의 사회를 혁파하여 포용적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 ③부패청산을 통해 OECD 선진국 수준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가 그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는 재벌을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 재벌을 최순실과 동급의 ‘적폐’로 규정

 

‘이행방법’으로 6가지가 제시되는데, 첫째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청산을 위한 가칭 적폐청산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와 부정축재 재산의 몰수 추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재벌을 동일한 선상에 두고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하고 있다. 

 

넷째에서 여섯째까지는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 추진’ ‘입시·학사비리 연루된 대학은 각종 지원 배제·중단으로 투명한 대학 입시 환경 미련’ ‘국가청렴위원회 설치 등 반부패 개혁 위한 제도적 장치 보완’으로 재벌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이다. 

 

둘째와 셋째가 재벌 관련 내용인데, ‘재벌의 불법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 등 재벌개혁 추진’ ‘문어발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방지’가 그것이다.

 

이미 삼성그룹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고, 지난해 추진하던 지주사 전환마저 포기했다. 그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된 상태라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빨리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 자녀 승계는 사실상 불가능해져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 따르면 재벌이 ‘계열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방안 마련’이 명시됐다. ‘우회출자’는 후계자가 100%에 가까운 지분을 가진 회사를 세우고 일감 몰아주기로 주식가치를 키우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녀 승계에 주로 쓰이던 이 세 가지 방안이 막힌다면, 재벌들은 더 이상 자녀 승계가 어려울 수 있다.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은 3세 경영인까지는 법적, 도덕적 부담을 무릅쓰고 승계를 이어 왔으나, 향후 자녀 승계는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녀 승계는 대를 이을수록 상속세 부담으로 지분율이 희석된다는 어려움이 있다. 국내 재벌가에서도 4세 경영인 체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그 대안으로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에서 정착된 방법이 재단을 이용한 우회 지배인데, 이것도 어려워질 듯하다. 

 

‘화폐전쟁’에서 예로 든 로스차일드 가문의 기업 지배 방식은 재단이 주력 기업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재단 이사회가 후계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법마저 막힌다면 국내에서도 미국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창업주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승계하는 모습을 향후 볼 수 있게 된다. 

 

새롭게 도입 시도될 것으로 보이는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는 대기업 운신의 폭을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은 올해 초 이 제도의 도입 움직임을 감지하고 반박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대기업들이 움츠린 가운데 나온 것으로, 대기업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지주사 요건과 규제 강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는 현 대기업 지배구조에도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삼성은 지주사 전환을 포기했지만, LG, SK, CJ 등은 지주사 체제이고 롯데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현재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 비율은 상장사인 경우 지분 20%, 비상장사인 경우 지분 40% 이상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집에는 구체적 수치가 표시되지 않았지만, 상장사 20%인 기준을 30%로만 올려도 당장 롯데의 지주사 전환은 어려워질 수 있고, 이미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대기업들도 지분 10%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전면적 조사와 수사를 강화하고 엄벌’이라는 내용 또한 재벌들이 긴장할 만하다. 

 

지주사 요건 등은 지배구조와 관련된 것이므로 기업 경영 일선과는 다소 먼 얘기들이다. 그러나 을지로위원회가 출범한다면 재벌이 타깃이 된 새로운 규제기관이 생기는 것이다. 일상적인 영업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악의 경우 보험사·카드사·증권사도 매각해야

 

‘금산분리를 강화해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이라는 내용도 대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뇌관이다.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제2금융권’에는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가 포함된다. 금융사 비중이 큰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을, 현대차의 경우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을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LG, SK, CJ는 금융 관련 계열사 비중이 미미하다. 롯데의 경우 롯데카드, 롯데손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 공약의 이면에 숨은 정치철학을 추정하면 국내 대기업들은 선단경영체제인 그룹경영을 포기하고 계열사별로 각기 쪼개지는 독립경영을 강제하는 것이 목표인 듯하다. 한국 대기업의 성장 비결이던 수직계열화의 시대가 저물 수 있다. 다만 이런 재벌개혁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반대로 인해 공약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기존의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의 행정규제도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재벌들로서는 새 정부의 반재벌 정책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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