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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주식↑, 보수-부동산↑…문재인 정부에선?

노태우~박근혜 정부 자산가치 상승률 비교…미국도 같은 현상

2017.05.19(Fri) 05:55:42

[비즈한국] 제19대 대선전 내내 큰 지지율 격차로 리드하던 문재인 대통령. 그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며 대선을 앞둔 2~8일 코스피는 87.32포인트나 상승했다.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중도 진영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자 프랑스 CAC40, 영국 FTSE100, 독일 DAX30 등 유럽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보수 진영의 마린 르펜의 주요 공약이었던 프렉시트(프랑스의 EU탈퇴) 우려감이 완화돼서다. 유로 표시 자산을 사려는 심리가 커지며 이날 유로화도 강세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주식시장과 부동산 등의 오르내림은 글로벌 경제 환경과 국가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재테크 시장을 가장 크게 흔든 사건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어떤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느냐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의 성향은 정책에 반영되고, 정책에 따라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달라져서다. 흥미로운 점은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증시가, 보수 정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경기가 흥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1986년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뒤 치러진 6번(19대 제외)의 대선에서 보수 진영 후보가 네 차례 승리했다.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된 1987년 12월 18일 이후 다음 대선이 치러진 1992년 12월 18일 대선까지 코스피는 34.96%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보수 쪽인 김영삼 대통령 때는 당선 이후 5년 동안 40.14%나 떨어졌다. 외환위기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는 코스피 상승률이 각각 8.41%, 13.53%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진보 대통령인 김대중 대통령 때는 78.69%,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159.97% 급등했다. 물론 외환위기로 급락한 증시가 상승한 기저효과의 영향은 있다. 정권별 코스피 성적을 나열하면 ‘노무현-김대중-노태우-박근혜-이명박-김영삼’ 순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2차 석유파동이 끝난 뒤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다우지수 상승률로 순위를 나열하면 진보 진영인 민주당의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클린턴 대통령 시기인 1993년부터 2000년까지의 상승률은 226.76%,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09~2016년 상승률은 125.17%다. 다음은 보수 진영 공화당 대통령인 레이건(124.95%), 조지 부시(52.25%), 조지W부시(-18.63%) 순이다.

 

일반적으로 증시는 과감한 개혁 정책과 그에 따른 기대감을 먹고 상승한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정부 정책과 시장 구조, 기업 경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다. 진보 정부의 개혁 정책과 기업경기 부양을 기대한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려드는 셈이다.

 

외교적으로도 보수 정부는 일반적으로 대외 강경 노선을 걷기 때문에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북한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는 남북 대화가 단절됐다. 미국에서도 레이건 대통령은 옛 소련과의 우주전쟁을 기획하며 군비 확충에 나섰고, 부시 대통령 부자는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을 촉발하며 외교 불안을 일으켰다. 이에 비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클린턴·오바마 대통령은 교역 확대 등을 위해 유화책을 펼치며 세계화를 추진했다.

 

투자처로서 주식의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동산은 보수 정부일 때 빛을 봤다. 한국의 지난 6명의 대통령 가운데 전국 지가지수가 가장 많이 올랐을 때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다. 77.18%나 올랐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14.44%, 노무현 대통령 때는 19.61% 상승했다. 

 

미국의 경우 모든 주택거래의 집값 지수를 보면 레이건 대통령 시절이 48.5%로 1위였고, 2위가 조지W부시(41.63%), 3위는 클린턴(41.15%), 4위 조지 부시(11.6%), 5위 오바마(10.57%) 순이다. 전반적으로 보수 대통령일 때 집값이 많이 올랐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건설·토목 경기를 부양시키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자주 볼 수 있다. 유발 효과가 큰 건설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와 가계 소득을 늘리는 공급 확대 정책이다. 김영삼 정부는 1990년대 중반 주택 200만 호 건설 사업으로 내수 호황을 이끌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문제가 됐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통해 주택 경기 활성화를 도모했다.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보수 정부 때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런 차이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성향적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은 모호한 것을 싫어하고 빠르고 명확한 결론을 선호하는 데 비해 진보주의자들은 종결내리기를 미루는 성향이 있다. 

 

부동산은 주식에 비해 고려해야 할 점이 적고, 묻어두면 오른다는 결론이 명확한 투자자산이다. 반면 주식은 기업의 재무상황과 경영상태 등 따져봐야 할 점이 더 많다. 어떤 진영의 우세했느냐가 투자자산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런 차이가 자산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절대 변수는 아니지만.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체제(system) 정당화’ 이론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념과 관계없이 현재의 사회와 경제, 정치 체제에 맞춰 행동하며 그를 정당화하려는 심리가 있다. 정부의 성향과 경제정책에 따라 투자자산의 높낮이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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