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홍춘욱 경제팩트] 전문가들의 장기전망, 믿어야 할까?

다트 던지는 원숭이보다 적중률 낮아…선지자처럼 말하는 고슴도치형 전문가에 속지 마라

2017.08.01(Tue) 09:56:08

투자전략가 켄 피셔는 30개월 안에 일어날 사건이 아니라면 주식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비즈한국] 얼마 전 소개했던 책 ‘역발상 주식투자’에서 켄 피셔는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향후 30개월 안에 벌어질 가능성이 낮은 사안에는 아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의 먼 미래는 지금은 알 수 없다! 추측해야 할 변화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30개월 이상은 내다보지 않는다. 30개월을 넘어가면 순전히 어림짐작이어서 확률이 아니라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가능성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천천히 진행되는 초장기 추세들을 거론하면서, 결국 우리가 파멸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도한 부채, 중국의 세계패권국 부상, 지구온난화 등이 그런 사례다. (중략)

 

그러나 우리는 간단한 기법을 이용해 먼 장래에 관한 이런 무의미한 주장을 무시할 수 있다. 단지 “30개월 안에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나요?”라고 물어보면 된다. 지나치게 낙천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그들이 경고하는 위험이 아무리 크고 끔찍하더라도 30개월 안에 일어날 사건이 아니라면 주식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사건이 먼 장래에 마침내 일어나더라도 말이다! 주식시장은 그렇게 멀리 내다보는 법이 없다. -책 120쪽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혹은 스스로 전문가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의 초장기 예측이 그렇게 빗나갔다는 증거가 있는가? 

 

이에 대해 최근에 발간된 흥미로운 책 ‘슈퍼 예측’의 저자 테틀록 교수는 켄 피셔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한지 검증한) 연구는 1984년~2004년까지 약 20년에 걸쳐 진행된 힘겨운 작업이었다. (중략)

 

1년 앞만 내다보면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적중률이 높았다. 하지만 1년이 넘는 장기간의 예측에서는 정확성이 떨어졌다. 가령 3~5년 정도 기한의 예측에서 전문가들은 다트를 던지는 원숭이들보다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중요한 발견이었다. 이런 결과는 복잡한 세상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한계를 보여준다. -책 18~20쪽

 

충격적인 주장이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테틀록 교수는 주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 소련의 변화였다. 

 

소련의 지도자 브레즈네프가 1982년에 사망하면서 체르넨코가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살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허약한 노인이었다. 체르넨코 사후의 정황에 대한 의견은 일치되는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다음 소련 지도자의 성향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인사들 할 것 없이 모두 강경파가 권력을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략)

 

체르넨코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은 전문가들이 옳았다. 그는 3년 뒤인 1985년에 사망했다. 그러나 이후 역사는 그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체르넨코가 사망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소련 정치국은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54세의 고르바초프를 차기 공산당 서기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고르바초프는 정책 노선을 신속히 그리고 대폭 바꿨다. 그는 개혁과 재건의 기치를 내걸고 소련 국민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고르바초프는 또한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군비경쟁을 완화하고자 노력했다. -책 87~89쪽

 

그럼 전문가들의 장기전망은 전혀 믿을 필요가 없을까? 이에 대해 테틀록 교수는 두 종류의 전문가 집단이 있으며, 전문가의 집단별 전망에 아주 큰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어떤 이유로 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나았을까? (중략) 차이를 만든 중요한 요인은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한 그룹은 빅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체계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중에는 환경적 비관론자도 있었고, 풍요로운 운명론자도 있었고, 심지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시장 근본주의자도 있었다. 

 

이데올로기는 달랐지만, 매우 이데올로기적인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일치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문제가 복잡할 경우 문제를 마음에 드는 인과관계의 틀에 억지로 밀어 넣은 다음, 틀에 맞지 않는 것은 모두 부적절한 방해물로 간주했다. (중략)

 

다른 부류는 좀 더 실용주의적이었다. (중략) 그들은 가능한 한 많은 곳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은 생각하는 도중 사고의 변속기를 자주 바꾸었고 ‘그러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의 연결사를 자주 사용했다. 특히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이나 확률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중략)

 

2500년 전 그리스의 아르킬로코스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은바 있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1가지를 안다” 아르킬로코스가 여우 편이었는지 고슴도치 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2가지의 유명은 중요한 의미를 드러낸다. (중략)

 

이기는 쪽은 늘 여우다. (중략) 여우들은 정말로 예지력이 있었고, 고슴도치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책 112~115쪽

 

빅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그리고 선정적인 주장을 펼치는 고슴도치형 전문가들의 전망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선지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고슴도치형 전문가와 신중한 여우형 전문가. 고슴도치형 전문가를 만나면 일단 여우처럼  까다롭게 굴어보자.


물론 사회에는 고슴도치보다는 여우형 전문가들이 월등히 많다. 그러나 여우는 선정적인 주장을 강한 어조로 펼치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전문가들을 식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단정적으로 미래를 예언하고 자신이 선지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일단 그가 고슴도치인지 아닌지 한번 ‘여우’처럼 까다롭게 굴어보는 것이 어떨까?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상장 지연에 주주들 속타는데 교보생명은 "IB업계 기대감 탓"
· 금융업계 '고액연봉자 조사'에 "올 것이 왔다" 뒤숭숭
· [홍춘욱 경제팩트] 어떤 뉴스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 [홍춘욱 경제팩트] 월셋집 주인은 왜 노인들일까?
· [홍춘욱 경제팩트] 심리적 편향으로 본 주식시장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