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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 나의 20대를 지배한 스타크래프트가 20살을 맞다니

임요환 홍진호 국기봉 기욤 등 총출동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GG투게더'에 눈물이

2017.08.02(Wed) 18:10:33

지난 7월 30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GG투게더’ 행사. 사진=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페이스북


[비즈한국] “야, 아프리카 틀어봐.” 

 

친구의 한마디였다.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던 일요일 저녁에 온 친구의 메시지였다. 스마트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애플리케이션의 시작 화면은 하나의 방송으로 가득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 GG투게더’였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물론이요,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아프리카TV와 트위치까지 모두 스타크래프트 천지였다.

 

스타크래프트는 오래된 게임이다. 1998년에 나왔으니 한국 나이로 스무 살이다.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된 건 2001년이었다. 밖에서 뛰어놀기보다 친구들과 PC방에 가던 나였다. ‘그들만 보는 방송’이었지만 임요환의 우승에 힘입어 대중문화가 되던 시기였다.

 

맞벌이 부모님을 둔 외동아들이던 나에게 스타크래프트는 좋은 친구였다. 부모님이 없을 때 스타크래프트를 했고, 경기를 봤다. 친구들이 호나우두와 지단 그리고 피구를 좋아할 때, 내 슈퍼스타는 임요환이었다. H.O.T. 와 GOD가 대상을 두고 경쟁할 때, 내 관심사는 임요환의 결승 진출이었다. 비록, 당당하게 “저 게임방송 봅니다”라고 말하진 못했지만, 내 유일무이한 취미였다. 내 유년 시절은 분명히 스타크래프트와 함께였다.

 

이벤트 매치엔 추억의 선수들부터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들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한때 스타크래프트를 지배했지만 이젠 이름을 아는 것조차 신기한 일인 국기봉부터 2017년 아프리카TV 스타리그 우승자인 이영호까지 다양했다. 

 

지난 7월 3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특설 무대에서 진행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런칭 행사 ‘GG 투게더’에서는 국기봉과 기욤 패트리, 임요환, 홍진호 등 각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게이머들이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쳤다. 사진=스타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


추억의 선수들이 나와 추억의 맵에서 경기를 펼쳤다. 국기봉과 기욤이 보여준 경기력은 지나간 세월이 야속할 정도였다. 임요환과 홍진호 그리고 박정석과 이윤열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로게이머의 경기력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했다. 전장을 지배하던 황제의 손가락은 예전같이 움직이지 않았고 악랄할 정도로 치밀했던 폭풍의 공격은 녹이 슬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김택용과 이영호 그리고 이제동의 경기만큼 치열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좋았다. 내 유년 시절을 가득 채웠던 이들이 청년이 된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했다. 그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소리 질렀던 내 유년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생각해보면 후회스러웠던 학창시절이었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할걸, 조금 더 열심히 놀걸, 하다못해 문과가 아니라 이과를 갈걸 등 가지각색의 후회를 했다. 하지만 게임을 보았다는 사실엔 추호의 후회도 없다. 진심으로 스타크래프트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학원을 빠지면서 스타리그의 본방송을 사수하고, 엄마 몰래 결승전을 보러 가고, 가슴 졸이며 내가 응원하던 선수의 경기를 문자 중계로 받아보았다. 프로게이머들이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것처럼, 나도 내 눈시울을 바쳤다.

 

10대와 20대는 인생에 다시 오지 못할 황금기다. 그 황금기에 끽해야 30분밖에 되지 않는 게임은 분명히 그깟 게임 한 판일 거다. 누군가에겐 그저 게임 한 판이었지만, 내겐 추억이자 학창시절 그리고 10대의 전부였다. 그깟 게임 한 판이 내 10대를 만들어주고, 평생 음미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줬다. 

 

스타크래프트에 환호한 청춘은 지나갔고 다시는 올 수 없다. 하지만 게임에 청춘을 바친 게이머들과 그들의 경기에 울고 웃고 행복했던 많은 이들이 가끔 그때를 추억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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