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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판타지의 힘' 허은오

2017.09.18(Mon) 14:11:00


[비즈한국] 최근 우리 사회에 도깨비 열풍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감성으로 잘 버무린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벌어진 현상이긴 하지만, 답답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픈 사람들의 마음이 그런 신드롬을 불러온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도깨비와 저승사자, 삼신할멈, 귀신 같은 무서운 존재가 이야기를 이끈 드라마인데도 아름답게 남아 있는 것은 판타지의 힘이다. 그것도 우리의 토속적 환상 이미지를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이처럼 판타지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 힘이 예술을 발전시켰고, 인류의 정신 영역을 기름지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미술의 새로운 흐름으로 판타지가 각광받고 있다. 

 

靜: 145x70cm, mixed media, 2017년

 


허은오도 판타지에 주목하는 작가다. 그런데 그의 그림에서는 정작 환상적인 것을 찾을 수가 없다. 꽃이나 새, 나무, 과일 혹은 바위 같은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소재뿐이다. 전통 민화에 화조화라는 항목에 단골로 등장하는 모티브다. 표현 방식도 민화풍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판타지의 힘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경 연출에 있다. 그의 그림에서 배경의 환상성은 압도적이다. 흡사 깊은 바다 속 심연의 고요함이나 우주 공간의 광막한 정적을 떠올리는 흡입력을 보여준다. 작가는 스쿠버다이빙의 경험에서 이런 화면을 연출하게 됐다고 말한다.

 

“깊은 바다 속에서 보이는 세계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고요함이 있는가 하면 환상적인 색채와 형상도 함께 있어요. 이처럼 상반된 세계를 그림에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작가는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우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번짐 효과를 이용한다. 물감을 잘 녹이는 성질의 기름인 테레핀으로 이런 효과를 연출한다. 테레핀유에 풀어낸 여러 가지 물감을 캔버스에 붓고 색채가 번져나가면서 서로 섞이는 과정에서 환상적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다.

 

靜: 50x50cm, mixed media, 2016년


 

이렇게 만들어진 배경위에 꽃이나 새, 나무 등을 세밀하게 그려서 배경과의 거리감을 최대한 넓혀준다. 추상적 배경과 극사실적 사물 묘사의 대비로 인해 작가가 의도하는 화면의 공간감이 살아나는 것이다. 평범한 소재가 판타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이유다.

 

허은오가 환상적 화면을 연출할 수 있는 기법은 우리 전통 회화 방법에서 나온 것이다. 먹의 번짐 효과를 바탕으로 하는 수묵화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유화에 응용한 결과다. 소재 역시 그렇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경험이 서양적 재료를 잘 소화해 성과를 얻은 셈이다. 동양의 기법과 서양 재료의 결합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퓨전화의 성공 사례로도 보인다. 그게 한국적인 판타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신선하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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