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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돈을 더 내야 한다면?

경제적 차별 여전한데 여혐 늘어…남녀대결 아닌 사회구조와의 싸움으로

2017.09.25(Mon) 15:32:38

[비즈한국] 커피값을 남자한텐 2달러, 여자한텐 3.5달러 받은 카페가 있다. 손님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돈을 더 내야 하는 여자뿐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남자들도 화를 내거나 황당해했다. 

 

사실 이건 미국의 비영리단체 Girl Talk HQ가 2016년 9월 캐나다 토론토의 한 카페에서 실험한 것이다. 핑크택스(pink tax)를 고발하는 차원의 캠페인이었다. ‘핑크택스(pink tax)’란 같은 상품이라도 여성용이란 타이틀을 붙으면 좀 더 비싸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여성용 제품에 핑크색을 많이 쓰다 보니 이런 이름을 붙인 건데, 성차별이 가격차별로 이어진 경우다. 

 

사진=Girl Talk HQ 동영상 캡처


실제로 2015년 뉴욕시 소비자 보호원이 90개 브랜드 800개 제품의 남녀용 가격 차이를 조사했더니, 여성용이 평균 7%가량 비쌌다. 뉴욕에 이어 캘리포니아,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도 같은 조사를 했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여성용은 용량이나 개수를 남성용보다 적게 하거나, 남녀 제품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게 용도나 사양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Girl Talk HQ에 따르면, 이런 차이를 1년간 소비에 적용시켜보면 2000달러, 평생이면 10만 달러가 된다. 즉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같은 품질의 같은 용도의 제품을 쓰는 데에 평생 1억 원 정도를 더 쓴다는 셈이다. 

 

여성이 패션과 뷰티에 남성보다 좀 더 높은 지출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 보니 가격 차이를 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가격 책정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의 일환인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좀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을 일부러 싸게 팔 이유는 없기도 하다. 하지만 이걸 남녀를 기준으로 매기는 건 분명 차별이다. 오죽했으면 1996년 캘리포니아에선 성별에 따른 가격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런 법이 존재한다는 건 미국에서도 분명 이런 가격차별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오죽하겠나. 내가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기도 한데, 자주 이용하는 세탁소에서도 남자 재킷을 맡길 때와 여성 재킷을 맡길 때 가격이 다르다. 심지어 여자 원피스 한 벌이 바지와 재킷으로 구분된 남자 정장 한 벌보다 비싸다. 설마 싶다면 세탁소에 옷 맡길 때 세심히 보라.

 

그런가 하면 반대로, 남자에게만 커피값을 더 받는 카페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있는 한 카페가 2017년 8월부터 남자에게만 판매 가격에 18%를 더 부과했다. 2016년 기준 오스트레일리아의 남녀 임금격차가 17.7%인데, 그만큼을 남성이 자발적으로 더 내도록 해 여성을 위한 서비스에 기부한다. 이런 취지와 이유를 카페 입구에 붙여둬서 그런지 남자들의 반발이 별로 없다고 한다.

 

여자라서 또는 남자라서 커피값을 더 내야 한다고? 남녀차별은 여성과 남성이 싸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싸워야 하는 문제다.


OECD 평균 남녀 임금 격차가 16%다. 한국은 어떨까? OECD 회원국 가운데 남녀 임금 격차 1위가 바로 한국이다. 그것도 OECD 평균보다 두 배나 높은 압도적 1위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14년 36.7%, 2015년 37.2%, 2016년 36.7%로 남녀 임금 격차가 30%를 넘는 건 우리가 유일하고,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격차 2위가 일본인데 그들은 25%대다. 우리보다 10%포인트가 낮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2016년 기준 144개국 가운데 116위다. 2015년엔 115위였다. 경제적 측면의 성 불평등성이 꽤나 심각한 것이다.

 

요즘 한국에선 여성혐오가 기승이다. ‘꼰대’라 불리는 기성세대만이 아니라 2030들에게도 나타난다. 취직도 잘 안되고 경제적 불안감도 큰 상황에서 생긴 사회적 분노를 여성혐오로 표출하는 이들도 생긴다. 과거 남성이 누렸던 우월적 지위나 특혜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손해 보고 빼앗기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면 여성혐오에 좀 더 쉽게 빠진다. 여성도 의무복무해야 한다는 청원에 수십만 명의 남자들이 참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남녀평등을 이룬 뒤에, 그때 가서 여성혐오를 하건 여성을 군대를 보내자고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별은 남자와 여자가 싸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관행과 싸울 일이다. 그러니 남자와 여자를 대결 구도로 몰고 가거나 그로 인해 서로 갈등하는 상황은 불필요하다. 여성혐오가 커질수록 남성혐오도 커진다. 여성혐오의 피해를 겪은 여성들의 반발에서 시작해, 이후엔 아예 이유 없는 혐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성혐오든 남성혐오든 심각한 문제다. 누군가를 혐오라는 시각으로만 바라봐서야 되겠는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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