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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프로젝트 낙인' 초대형 IB, 연내 출범도 물 건너가나

국회·은행권 강력 반발, 금융위는 깊은 고민, 증권업계는 양극화 심화 우려

2017.10.25(Wed) 17:20:50

[비즈한국]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두고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월 말 국내 최초 초대형 IB가 탄생할 계획이었지만 국회와 금융당국이 건전성 문제를 지적하고 은행권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에 따라 11월 중 ‘1호 초대형 IB'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연내 출범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월 말 국내 최초 초대형 IB가 탄생할 예정이었지만 국회와 금융당국의 건전성 문제 지적과 은행권의 강력한 반발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서울 여의도 IFC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IB(Investment Bank)는 자금을 직접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은행을 말한다. 고객 예금을 대출하는 전통적 상업은행과는 다르다. 채권·주식·외환과 부동산·M&A(인수합병)·IPO(기업공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증권업계에선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게 초대형 IB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은 이번 IB 출범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도록 기존 은행과 벤처캐피털 중심의 자금공급에 더해 증권사 업무영역을 끌어올 계획이다. 만기 1년 이내 발행어음 업무를 허가해 증권사가 기업금융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어 ‘혁신 자본 공급’을 늘리는 게 당국이 제시한 초대형 IB 제도의 핵심이다.

 

증권업계는 예금을 활용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마땅한 투자자금이 없고 주식 중개 등 수수료 위주 사업 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 적었는데,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반기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IB 출범은 증권업계에선 획기적인 조치다. 업계 전반의 사업구조가 개편되는 등 변화가 크다”라고 말했다.  

 

현실화 방안은 지난 2016년 8월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 방안’을 내놨고,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5개 증권사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2017년 7월 중소 증권사 인수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4조 원 이상 늘려 금융위에 인가 신청서를 냈다.

 

계획대로라면 10월 말까지 금융위 심사가 마무리되고 국내 최초 초대형 IB가 탄생할 예정이었다. 최근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국회와 금융혁신위원회, 은행권이 우려와 비판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다. 

 

목소리는 국정감사에서 높아졌다.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최대 8조 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하면 수백조 원의 부동자금이 몰릴 수 있다”며 “안정성과 건전성을 기준으로 IB 인가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된 프로젝트인 만큼 국회에서 재검토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연일 반대 공세를 벌이고 있다. 국회 지적도 ‘입김이 센’ 은행권의 반발을 고려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은행권이 지적하는 부분은 종합투자계좌(IMA)다. 초대형 IB가 자기자본을 8조 원 이상 확보하면 IMA가 허용되는데, 고객이 맡긴 자금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고 수익을 지급할 수 있게 되면 은행이 독점하던 수신업과 유사하고, 대출·지급보증·어음할인 등 신용공여를 하면 사실상 은행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증권사에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며 “1997년 외환위기 단초를 불렀던 단자사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와 은행권 지적에 금융당국도 고민이 깊다. 법 개정에 동의했던 국회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기조에 맞춰 금융위가 ‘금융 적폐청산’을 위해 발족한 민간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초대형 IB는 혁신 자본 도입 취지보다 금융산업적 고려가 더 컸다”며 금융위와는 다른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 부위원장(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여기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위주의 보수적 영업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정감사와 금융혁신위 발표 이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던 금융위가 입장을 바꿔 사실상 원점 재검토 의지를 보인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내부에선 의견이 갈린다. 업계 사업구조가 크게 개편될 것이라는 분석은 공통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 다르다. 대형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시장 지배력이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로 증권업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선 무료 수수료 경쟁, 신용이자율 인하 등 각종 출혈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라며 “대형 증권사의 몸집이 커지면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는 중소 증권사는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중소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은 부동산·M&A(인수·​합병) 등 초대형 IB 사업에 맞게 구조를 개편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증권사 간 경쟁이 심한 부분에서 힘을 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중소형 증권사들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두각을 보이던 분야에 집중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등 틈새시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1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초대형 IB 신규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인가 안건이 올라가야 11월 중 출범이 가능하다. 이번 안건 상정에서 제외되면 다음 증선위 안건상정을 기다려야한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흐름대로라면 올해 출범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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