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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폭언 참고 2년 일한 대가가 15만 원, 실화? 열정 착취 스타트업 주의보

월급 대신 스톡옵션 주겠다며 유혹…결국엔 돈 못 받고 마음의 상처까지

2017.10.25(Wed) 19:13:38

[비즈한국] 최근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거센 가운데, 업계에서는 열정을 핑계로 노동을 강요하는 ‘열정페이’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급여 대신 스톡옵션을 제안하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높은 업무강도에도 불구하고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할 위험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비즈한국 DB


김 아무개 씨(23)​와 백 아무개 씨(26)​의 사례는 ‘열정페이’의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IT 스타트업 A 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으나 터무니없는 급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 6개월가량 일한 김 씨는 15만 원을, 2014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근무한 백 씨는 1년 동안 총 50만 원을 받았다. 

 

백 씨는 퇴사 후 노동청에 신고한 끝에 회사와 합의해 지난 7월부터 매달 밀린 월급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2일 함께 퇴사한 동료 2명과 함께 서울동부지방노동청에 해당 내용을 접수했다.

 

김 씨가 작성해 노동청에 제출한 진정이유서를 보면 A 사의 대표 신 아무개 씨(31)​는 김 씨 입사 당시 “무급인턴 1개월 후 월급을 받을 것인지 스톡옵션 지분을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말했고, 이후 “지분을 받게 된다면 큰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해 월급 대신 지분을 받도록 했다. 지분 및 월급에 대한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김 씨는 “당시 20명 규모 회사에서 월급 받는 사람은 2명에 불과했고, 지분을 강요하는 사내 압력에 굴복해 무급으로 일하게 됐다”면서도 “편의점 도시락, 삼각김밥이라도 숙식을 제공하니 견딜 수 있었다. 초창기에는 회사에서 돗자리를 펴고 자다 나중에는 회사 근처 공동숙소에서 합숙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했다. 대표가 (월급 및 지분을) 나중에 챙겨준다고 했으니, 모두 잘되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하며 버텼다”고 전했다.

 

백 씨 또한 “나는 회사에서는 유일하게 고용계약서를 작성했다. 일 12시간 근무에 5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는 계약서를 작성했고, 첫 달 5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동료들과 친해진 뒤 무급으로 일하는 동료들 때문에 돈을 받기가 애매해져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초창기 ‘동료’라고 말한 것과 달리 직원들에게 밤샘작업 등을 강요했고, 개인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에게는 ‘나가라’며 회사를 그만두도록 하거나 프로젝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와 백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신 대표가 폭언과 폭행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오른쪽)는 신 대표(왼쪽)가 직원들에게 개인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회사 대표와 직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신 대표는 김 씨가 “잠시 집에 와있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갈까요”라는 질문에 “혼났는데 꼭 가야했니” “집에서 내가 또 악당 되니”라고 답했다. 

 

신 대표는 친구를 만나러 가 자리를 비웠다는 직원들의 말에 폭언을 행사하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빠질 것을 강요했다.

 

다른 직원 두 사람이 친구를 만나러 갔다는 말에는 “친구 만나는 게 스트레스 푸는 거냐? 회사 일이 답답해?”라고 타박했다. 거듭 사과하는 직원에게 “꺼져라” “내가 우습냐” “네 그릇에 맞게 직원이나 해라” “짐 싸서 나가라”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빠질 것을 강요했다.

 


 

대화창에서는 신 대표가 “OO가 나한테 왜 맞았는지 생각해봐”라며 김 씨에게 가한 폭행을 시인하는 발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신 대표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직원 B 씨가 “형(신 대표)이 때려서 사람 구실 하게 됐어요”라며 자신이 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는 내용도 담겨있다.

 

놀라운 사실은 신 대표의 폭언 및 폭행, 강압적 태도에도 김 씨를 비롯한 직원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잘못했다, 노력하겠다”며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은 자신을 질타하는 신 대표에게 “맞아서라도 고치겠다” “버리지 말아 달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내 분위기에 대해 김 씨는 “회사가 나의 전부라 생각했고, 대표의 말을 맹신하게 됐다. 다들 회사에 자신을 바치다시피 일했고, 프로젝트에 애정이 커 도중에 나갈 수 없었다. 신 대표는 회사를 나간 이들에 대해 ‘의지가 나약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폭행을 당한 뒤 신 대표를 비롯한 사내 구성원들은 ‘한차례 성장한 것’이라며 칭찬을 했다. 신 대표는 나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에게 신 같은 존재였다. 폭행을 당한 것을 훈장처럼 생각하는 식이다”고 덧붙였다.

 

백 씨 또한 “신 대표는 친구를 제외하고 어린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폭언을 일삼았다. 성차별적 발언도 있었다. 직원 B 씨가 폭행을 당할 당시 방 밖에서 폭행을 당하는 소리도 들었다. 회사에서는 신 대표의 폭언 및 폭행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비즈한국’은 A 사 내에서 불거진 열정페이 및 폭언, 폭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위해 신 대표와 A 사에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해당 사건을 담당한 노무법인 종로 이주영 노무사는 “이번 사건은 임금체불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의사에 반대되는 강제근로 강요, 직장 내 폭언 및 폭행 등 많은 근로기준법 위반사례가 의심된다”며 “비슷한 사례가 이전에도 다수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지분을 약속하고 대표명함을 만들어주며 대외적으로는 대표라고 내세우지만, 실상은 강도 높은 업무를 강요하며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초년생들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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