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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카오주차' 직접 해보니 '문전박대' 불청객이 따로 없네

관리인들 앱 사용 익숙지 않고 '노쇼' 고객에 불만…카카오 "개선해나갈 것"

2017.11.09(Thu) 11:09:31

[비즈한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경기 지역 1000여 개 주차장을 확보해 지난 10월 24일 ‘카카오주차’​를 출시했다. 카카오주차는 남는 주차장 공간을 대여해 운전자에게는 편의를, 주차장에는 수익을 주는 사업모델이다. 생소하지만 4300만 카카오톡 사용자를 거느린 카카오가 내놓은 작품이라 관심이 가는 건 사실. 잘 되고 있을까? ‘비즈한국’이 직접 사용해봤다. 

 

카카오주차는 빈 주차장 공간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사진=카카오주차 화면 캡처


# 예약하고 갔지만 주차 못 하고 퇴짜

 

“카카오주차? 아, 난 그런 거 몰라요. 가요 가. 안 한다고 한 달 전부터 말했는데 자꾸 그래.” 

 

​경기도 부천에 있는 A 빌딩 지하주차장.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주차관리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쫓기듯 나와야 했다. 카카오주차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된 주차장이 분명했지만 “모른다”는 말만 돌아왔다. 다음날 다시 찾아가 만난 A 빌딩 지하주차장 대표는 “주차관리인이 나이가 좀 있으니까, 카카오주차 조작방법도 잘 모르고, 가르쳐 줘도 영…”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A 빌딩 주차장의 나이 많은 관리인은  카카오주차 앱 사용에 익숙지 않았다. 사진=박현광 인턴기자


“외부 차량은 오후 4시 넘어서부터 받아요.”

 

서울 강남 B 빌딩 주차장을 찾아갔다. 카카오주차 앱으로 미리 예약했지만 퇴짜 맞았다. 예약이 확정된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자, 주차관리인은 “(관리자 태블릿 PC를 가리키며) 이 차예요? 4시 이후에 오세요. 혹시 그 전에 외부 차량 받았다가 여기 사람들(빌딩 소속 근무자)이 주차 못 하면 우리가 곤란해”라며 관리자 앱에 있는 ’자리 없음’ 버튼을 눌렀다. 직전 근무자가 ‘자리 있음’을 표시하고 퇴근해서 생긴 일이었다. 

 

“지하 5층으로 가세요. 카카오주차 이용하는 사람은 기계식만 쓰게끔 해요.”

 

광화문 C 빌딩 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장은 지하 2~5층에 걸쳐 운영되고 있지만, 카카오주차 이용객에게는 지하 5층 기계식 주차공간만 내주었다. RV(레크레이셔널 차량),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등 큰 차는 주차 못하는 공간이었다. C 빌딩 주차장 이 아무개 대표는 “평일에는 차가 꽉 차기 때문에, 주말에만 모든 주차공간을 (카카오주차 이용객에게) 열고 있다”고 했다.

 

노면주차장 자리가 비었음에도 카카오주차 예약자는 기계식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박현광 인턴기자


주차장에 따라 카카오주차 이용자에게 시간이나 주차공간에 제약을 두는 경우가 있었다. 카카오주차는 주차장 전화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주차장 사정을 미리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 ‘노쇼’ 고객에 주차장 공급자도 불만

 

“카카오 본사 직원이었으면 한소리 하려고 했어, 내가.”

 

남대문시장 근처 주차장 임 아무개 대표는 으름장을 놨다. 

 

“어저께 차 한 대 들어온다고 해서 (주차)자리를 비워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 나중에 보니 취소했더라니까. 우리는 자리싸움이고 시간 싸움인데, 온다고 해서 자리 비워놨는데 안 오면 우린 어쩌라고.”

 

카카오주차는 예약취소 수수료를 이용자에게 부과하지 않는다. 주차장을 예약해뒀다가도 목적지에 가까운 주차공간을 발견하고 예약취소하면 그만이다. 2013년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주차장은 35만 2387개다. 그 중 카카오주차가 제휴 맺은 곳은 1000여 개다. 카카오주차와 계약한 주차장 공급자가 볼멘소리 하는 이유다. 

 

가격할인 정책도 공급자에게 부담이다. 카카오주차를 통하면 종일 주차권을 적게는 2500원, 많게는 5000원까지 싸게 산다. 할인된 가격을 주차장 공급자가 고스란히 부담한다. 카카오주차는 할인된 가격에 수수료까지 챙긴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적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임 대표는 “우리는 카카오가 20%를 떼 가거든, 좀 싸게 해도 그쪽(카카오주차)에서 차 많이 밀어준다고 해서 (제휴)했는데, 많이 오긴 뭘 많이 와. 아직 한 대도 못 받았다”며 “앞으로 그냥 앱을 꺼놓을 생각”이라고 분통을 삭혔다. 

 

다른 곳도 사정이 같다. 노량진 D 빌딩 주차장 대표는 “조금 손해 보고 하는 거죠. 그래도 차가 많이 오면 좋은데 아직은 초기라 그런지 안 와요”라고 말했다. 역삼역 근처 주차장 관리인 이 아무개 씨는 “우리야 뭐, 좀 외진 곳에 있으니까 돈 좀 적게 받아도 그거(카카오주차) 하면 좋긴 좋아”라면서도 “근데 뭐 사람이 와야지. 이제까지 한두 대 왔나?”라며 멋적어했다.

 

남대문시장 인근의 한 주차장은 주말 운영을 하지 않지만, 카카오주차 예약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사진=박현광 인턴기자


# 주차장 확보는 난항, 홍보는 미적…앞으로 잘 될까?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주차에 무게를 싣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내비를 출시하며 TV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으로 광고를 쏟아내는 등 물량 공세를 보인 반면, 카카오주차는 따로 광고조차 만들지 않았다. 31초 카카오 모빌리티 소개 광고에 7초 등장하는 게 다다. 자체적으로 카카오주차의 사업성을 낮게 판단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취재 중 만난 주차관리인과 운영자 대부분은 카카오주차 실효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주차장을 운영하는 임 아무개 씨는 “차고 넘치는 게 주차장이야, 주차하기 힘들다고 하지? 주차는 차가 많이 오는 시간이랑 없는 시간이 있고, 차가 몰리는 지역이랑 안 그런 지역이 있다”며 “이거(카카오주차)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숭례문 근처 주차관리인 권 아무개 씨는 “왜 하는지 모르겠어, 이걸. 하도 찾아와서 계약하는 게 소원이라고 귀찮게 하니까 하긴 했는데 뭐 크게 다른 게 있겠느냐”며 “다 나이 든 사람들이 이걸(주차장 운영) 하는데 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빈 주차공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카카오주차가 인수한 파크히어를 제외해도 서울시에서 운영한 서울주차정보, 와이즈모바일(주)에서 만든 파킹박, 카카오주차 모델과 흡사한 스타파킹 등이 있다. 

 

주차장 2000여 곳을 확보한 스타파킹 관계자는 “이 사업에서 핵심은 주차장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라며 “주차장을 운영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공유경제 개념에 익숙지 않아서 계약을 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도 아직 수익보다는 투자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카카오주차도 선계약 주차장에 수수료를 면제하는 정책 등 주차장 확보에 집중했지만 쉽지 않았던 듯했다. 카카오주차에 등록된 주차장들 정책이 제각각인 이유도 계약 당시 카카오주차가 ‘을’​이었기 때문은 아닌지 유추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주차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서비스 초기라 미비한 점이 있겠지만 앞으로 개선해 나갈 테니 이해 부탁한다”며 “공급자가 서비스 제공에 익숙하지 못한 점은 찾아가서 교육하고 있다. 카카오주차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고 잘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현광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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