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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꿔왔던 이상형이 당신의 '돈'을 기다립니다? 소개팅 앱의 불편한 진실

상대 만나기까지 끊임없이 현금결제 요구…업체들 "커피 한 잔 가격에 불과"

2017.12.22(Fri) 10:39:14

[비즈한국] ‘부담 없이 빠르게 쏠로 탈출 하는 방법? 소개팅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에서 연애하기. 꿈꿔왔던 이상형이 지금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루 수백만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의 소개 문구 중 일부다. 소개팅 앱은 이용자에게 이성을 소개하고 상호간 호감에 따라 만남을 주선하는 일종의 소셜 데이팅 서비스다.

 

2015년 170여 개의 데이팅 업체가 존재했으며 회원 수는 330만 명을 넘어섰다. 시장규모만 500억 원에 이른다. ​

 

이 같은 소개팅 앱은 최근 급격히 늘었다. 2015년에만 170여 개의 데이팅 업체가 존재했으며 회원 수는 330만 명을 넘어섰다. 시장규모만 500억 원에 이른다. 

 

앱 이름도 다양하다.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사랑의 짝대기’, ‘썸타임’, ‘정오의 데이트’, ‘너랑나랑’, ‘심쿵’, ‘커플메이커’, ‘이음’ 등 잠자던 연애세포도 깨울 법한 명칭이다. 

 

작지 않은 업계 규모만큼이나 SNS에선 소개팅 앱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해 특정 앱을 홍보하는가 하면, 앱별 이성만남 성공률을 분석한 카드뉴스도 눈에 띈다. 업체가 내놓은 이용자들의 각종 후기도 다양하다. 

 

‘비즈한국’도 소개팅 앱 열풍에 뒤늦게 동승해봤다. 이용 대상으로 선정한 앱은 구글 플레이에서 ‘소개팅 앱’이라 검색했을 때 상단에 뜨는 ‘심쿵’, ‘당연시’, ‘이음’ 총 3개다. 다운로드 수만 최소 50만을 넘는 유명 앱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데이팅 서비스의 실상은 그 이름과 겉치장만큼 매력적이지 못했다. 이용자들의 연애심리를 자극해 무분별한 소비만을 조장하고 있었다. 이성 소개·탐색·구애 기능 모두 가상화폐인 ‘하트’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심쿵 광고화면. 사진=심쿵 앱 캡처


100만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개팅 앱 ‘심쿵’. ‘어제 연결성공 수’와 ‘누적 연결성공 수’를 보여주는 로딩화면은 이용자에게 설렘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앱은 일종의 호감 표시인 ‘초이스’ 신호를 보내 상대의 마음을 떠 보고, 상호 간 ‘좋아요’를 주고받을 시 대화방을 개설하는 방식이다.

 

심쿵이 신규 회원에게 제공하는 기본 하트는, 출석체크 보상하트 1개를 포함해 총 11개. 이성 탐색이 시작됐다. 

 

가입과 동시에 누군가 나를 ‘초이스’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이성에게 ‘좋아요’를 보내면 연결 확률(대화방이 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에, 이를 곧바로 따랐다. ‘좋아요’를 보내기 위해선 이성의 프로필을 우선 확인해야 했다. 

 

그 비용으로 지불한 하트는 5개. 하지만 ‘좋아요’는 이보다 더 많은 15개의 하트를 추가로 필요로 했다. 수중에 남은 6개의 하트론 부족했다. 가입 3분 만에 하트를 충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부가세 포함 7425원을 결제해 100개의 하트를 충전했다. 신입회원이 아니면 해당 금액의 두 배를 지불해야 했다.

 

기자를 초이스한 이성 두 명이 뒤이어 또 소개됐다. 궁금했다. 두 명의 프로필을 조회해 마음에 드는 한 명에게 ‘좋아요’를 보내는 데 하트 25개를 소비했다. ‘좋아요’를 전송하자, 하단에 비슷한 조건의 이성 4명이 소개됐다.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추천 이성 프로필 조회에 또 다시 10개의 하트, ‘좋아요’ 전송에 15개의 하트를 소비해야 했다. 대답이 올지 안 올지 모를 이성 세 명에게 대화를 신청하는 데만 50개 이상의 하트를 사용했다.

 

‘소개팅’란에 매일 소개되는 두 명의 이성 중 한 명의 프로필 조회는 무료였다. 하지만 이들에게 전송하는 좋아요에도 하트가 소진되긴 마찬가지였다. ‘게시판’에 등재된 이성을 향한 쪽지 발송도 하트 없이는 불가능했다.

 

추가로 관심을 표한 이성 두 명에게 ‘좋아요’를 전송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 두 명에게 쪽지를 보내고 나니 6개의 하트가 남았다. 하트 100개를 충전한 지 30분도 안 된 시점이었다. 5390원에 하트 70개를 추가 구매했지만, 보유 하트가 다시 바닥을 드러내기까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또 다른 앱 ‘당연시’는 어떨까? 일정 시간을 두고 이성을 소개하는 건 동일했다. 다만 매일 16명의 이성을 모아 진행하는 이상형 토너먼트는 새로웠다. 채팅방은 서로를 동시에 결승전에 올렸을 때 개설될 수 있었다. 3 대 3 미팅도 색다른 시스템이었다. 

 

당연시 소개화면. 사진=당연시 앱 캡처


하지만 대화신청(앞서의 ‘좋아요’ 기능과 동일), 대화방 개설, 관심 이성 프로필 조회에 비용이 들긴 당연시도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이성의 프로필 사진은 한 장만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선 추가 하트까지 필요했다.

 

‘내 프로필을 조회한 이성’, ‘나에게 호감을 보인 이성’ 알림 등은 마찬가지로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일정량의 하트가 필요했다. 

 

1회 참여에 하트 5개가 소요되는 3 대 3 미팅도 마찬가지였다. 하트가 저렴하고 결과가 즉각 나온다는 점에서 제한 없는 미팅 참여가 가능했지만, 이 같은 특성이 소비를 조장했다. 기자는 하루 만에 12번의 미팅에 참여해 총 60개의 하트를 지불했다. 

 

가입과 동시에 1만 2650원을 주고 구입한 하트 170개와 기본 하트 38개는 하룻밤 사이 12개로 줄었다. 이것만으로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대화신청도, 평균 22개의 하트를 필요로 하는 ‘맞춤 소개 받기 기능(나이, 신체조건 등을 설정해 이성을 소개받는 기능)’도 이용할 수 없었다.

 

이음은 타 소개팅 앱에 비해 비싼 편이다. 사진=이음 앱 캡처


140만 명의 회원이 선택했다는 소개팅 앱 ‘이음’은 시작부터 포기했다. 상대에게 관심을 표할 수 있는 OK권(앞서의 ’좋아요‘ 기능), 상대선택권 가격이 앞서의 두 앱과 비교해 월등히 비싸서다. 그 전 대화방 개설 확률을 떠올려보면 선뜻 결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소개팅 앱 이용실태에 따르면, 실제 이용자들이 소개팅 앱에 지출하는 금액은 적지 않았다. 1인당 월평균 1만 8398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이 선택한 상대방으로부터 맞선택을 받기까지 남성은 평균 3.7회, 여성은 평균 3.0회의 유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개팅 앱 시스템을 실제 사용해본 이용자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아만다 등의 소개팅 앱을 이용해본 A 씨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려면 돈을 엄청 써야 한다. 이성은 만나보지도 못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지난해 1년 가까이 소개팅 앱을 사용한 B 씨도 마찬가지였다. B 씨는 “소개팅 앱으로 4명의 이성을 만났지만, 앱에 사용한 금액만 6만 원이 넘는다. 한 달에 최소 5000원씩은 결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앱에서 대화방을 두 번 열어본 경험이 있는 C 씨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C 씨는 “뭐만 했다 하면 하트를 요구한다. 앱 내 하트를 무료로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결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 씨는 “이들 광고도 대부분 과장됐다. 막상 들어가 보면 현질(현금결제) 유도가 많다”고 덧붙였다.

 

국내 소개팅 앱이 아닌 해외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로벌 소셜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를 사용하는 D 씨는 “해외 앱은 우리나라처럼 결제를 할 필요가 없다. 시스템도 직관적이다. 우리나라 앱처럼 쪽지, 사다리, 좋아요 등 잡다한 게 없다”며 “틴더는 서로 ‘좋아요’만 누르면 바로 대화가 시작된다. ‘좋아요’도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D 씨는 “우리나라 소개팅 앱 회사는 자기들 이익 챙기기 바쁘다. 소비자 중심의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소개팅 앱 업체 관계자는 “돈을 안 낼 경우, 앱을 통한 이성 만남을 가볍게 여기는 분들이 있다”며 “책임감을 키우기 위해 일정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광고가 아닌 이용자들 소비로 운영수익을 충당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아서다. 해외 앱인 틴더와 다른 점”이라며 “이용자들에게 요구하는 금액은 커피 한 잔 가격이다. 이성을 직접 만나 소개팅을 하는 비용보다 더 저렴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성진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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