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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익선동 한옥밀집지역' 지정에 주민들 근심 더 깊어지는 이유

상업화로 한옥 훼손 심해지자 서울시 나섰지만 '투어리스티피케이션' 걱정할 판

2018.01.10(Wed) 17:49:37

[비즈한국] 최근 젊은층의 ‘​핫 플레이스’​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에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지난 4일 서울시가 익선동 일대를 재개발구역에서 해제하고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키로 했기 때문.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되면 익선동 일대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관리되고, 기존 건물을 밀어내거나 고층 건물을 짓는 재개발이 불가능해진다. 한옥을 보전하고 경관 및 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임대 상인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혀 괜찮지 않아요.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이 동네 집값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한옥마을로 지정되면) 골목 맞은편까지 확장된다는 말도 있는데, 앞으로 임대료가 더 오르게 생겼습니다.”

 

지난 9일 익선동 골목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익선동이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5년 전부터 익선동에서 터를 잡고 공방을 운영한 그는 “재개발구역이 해제되고 한옥마을로 지정된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주)익선다다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해왔다. 2~3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이정도 수준은 아니었는데, 상권이 활성화되며 임대료가 급상승했다.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1920~1950년대에 지은 한옥이 밀집한 익선동 일대는 지난 2014년경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자진 해산한 이후 청년창업가들이 모여들며 ‘핫 플레이스’가 됐다. 사진=비즈한국 DB


1920~1950년대에 지은 한옥이 밀집한 익선동 일대는 2000년대 초 재개발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2010년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가 한옥의 보전을 위해 재개발 계획을 부결했고, 2014년경 재개발추진위원회 또한 자진 해산했다.

 

재개발추진위가 자진 해산한 2014년경부터 이 일대는 청년창업가들이 모여들며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이미 대중에 알려진 (주)익선다다를 비롯해 (주)이태리총각, (주)창화당 등 다수 법인이 기존 한옥을 리모델링해 가게를 열었고, 젊은층이 몰려들며 주거지였던 익선동 골목은 뜨는 상권으로 바뀌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익선동 일대는 지속적으로 매매가와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으나, 한옥을 원하는 상인들이 늘면서 매물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

 

상업용으로 리모델링된 한옥은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와지붕과 외관을 제외한 내부는 대부분 상점의 목적에 알맞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만화가게로 바뀐 한 건물은 천장 목재를 발견하기 전까지 한옥임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더 이상의 한옥 훼손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4일 ‘익선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 열람공고를 통해 익선동 일대를 재개발지역에서 해제하고,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도시환경정비구역 해제 시 난개발을 방지하고, 구역의 계획적 관리를 통해 정체성을 유지·보전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현지 주민들 대부분이 떠난 익선동 일대가 한옥마을로 지정되면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까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관광을 뜻하는 ‘투어(tour)’와 상업화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다. 관광객이 몰리며 지역 주민들이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를 입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지역으로 2008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된 북촌 한옥마을을 비롯해 이화동 벽화마을, 이태원 경리단길 등이 있다. 관광객에 시달린 이화동 벽화마을에서는 주민들에 의해 벽화훼손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7 서울공정관광 국제포럼’ 참가자들이 관광객으로 인한 주민 피해 대표지역인 서울 북촌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익선동 일대 한옥 118채 가운데 37채만이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상업시설 등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카페와 음식점이 생겨나기 시작한 2014년경부터 주거민들이 급격히 빠져나간 결과다. 익선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총 377명이 익선동을 떠났다.

 

익선동 맞은편 골목에서 30년간 약국을 운영해온 한 주민은 “가정집이던 한옥에 카페와 술집이 들어섰다. 밤이 되면 사람이 몰리고 시끄러워 그쪽 사람들은 못 살 정도다. 지금은 주민들이 거의 다 빠져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익선동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와 대규모 판매시설 등의 입지를 규제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리지 않도록 약속하는 상생협약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에 대해서는 “현지에 소통 공간을 운영해 활동가들과 함께 주민 의견을 듣는 중이다. 의견 수렴 기간이 남았고, 결정안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 방안은 시간을 두고 만들어갈 예정이다. 북촌 등 한옥마을의 선례를 참고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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