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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광풍에 대한민국 정치·경제 중심 여의도는 '동-서 냉전' 중

정치권 서여의도 '정책 마련' 골머리…증권·금융가 동여의도, 정부 규제 '눈치보기'

2018.01.25(Thu) 14:13:43

[비즈한국] 50년여 전만 해도 버려진 모래섬에 불과했던 서울 여의도. 이곳은 오늘날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심장부로 거듭났다. 이곳을 오가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여의도는 여의도공원을 경계로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로 구분된다. 증권사·은행이 몰린 동여의도가 ‘자본’과 관련된 곳이라면 국회 및 각 정당 당사가 몰린 서여의도는 ‘권력’과 밀접하다.

 

여기에 전 세계를 휩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광풍으로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며 여의도 권력·자본 지도는 새로운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회에선 연일 암호​화폐 관련 토론회나 입법 발의가 논의 중이고, 증권사, 금융권, 암호화폐 거래소 등이 위치한 동여의도는 정부 눈치 보기 바쁜 상황이다. 

 

암호화폐 열풍으로 정치권의 ‘서여의도’, 증권가의 ‘동여의도’가 각기 분주하다. 사진=구글어스 캡처


# 규제해? 어떻게? 갈 길 바쁜 서여의도 정치권

 

‘서여의도’의 중심인 국회에서는 현재 암호​화폐 관련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실명제를 추진하는 한편 자금세탁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처해나가겠다는 뜻을 고수하는 가운데 국회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국회에선 암호​화폐 관련 정책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각 당마다 암호​화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대책을 고심 중이다. 

 

지지부진하던 입법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해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암호화폐와 관련된 단 한 건의 발의도 없었다. 최근 암호​화폐를 악용한 투자사기 행위 및 자금 세탁, 세금 회피 등 부작용이 급증하자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도권 내 편입을 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그동안 ​암호​화폐 관련 입법은 박용진 의원 발의 이외엔 없었다”며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엇박자를 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정부 입장을 기다리기보다는 국회도 입법을 통해 논의의 물꼬를 트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 정당마다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다른 기조를 보이고 있어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인증을 통한 관리를 강조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치권 개입 최소화를 주장한다. 바른정당은 정부 대처가 부족할 경우 국회 입법을 통해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당은 투기열풍을 우려, 정부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분위기다.

 

# ‘금지·자제령’에 잔뜩 움츠린 동여의도 

 

‘동여의도’​는 금융당국과 국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1일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폐지 등 고강도 규제 카드를 꺼내든 이후 임직원들에게 잇따라 암호​화폐 거래 금지령을 내렸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그룹 등은 계열사 전 임직원들의 암호​화폐 거래 금지를 당부하는 공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투자증권은 한 발 더 나아가 암호​화폐 관련 종목들에 대해 고객 투자 권유를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종목은 변동성이 크고 근거 없는 소문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유의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동여의도에 속하는 IFC몰 전 층에 걸쳐 있는 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대형 광고 현수막. 사진=비즈한국DB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동여의도에 위치한 암호​화폐 관련 업체는 코인원과 코인네스트 등 거래소를 비롯해 10여 개다. 지난해 10월엔 여의도에 남아 있던 마지막 주식 시세전광판(객장) 자리에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객장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만 거래돼 실체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암호화폐의 오프라인 객장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목적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말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부터다. 금융당국은 지난 12월 13일 미성년자·외국인 거래 금지, 과세 검토 등의 긴급대책을 시작으로 같은 달 28일엔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발급 중단 조치도 내렸다.

 

지난 23일 정부의 실명거래제 등을 담은 암호​화폐 투기 근절 방안이 발표된 뒤 업계는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폐쇄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아 향후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며 “다만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부분은 없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의도 금융권 직장인들 사이에선 암호​화폐 업계로의 이직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빗썸은 400명 신규 채용공고 계획을 내며 콜센터 직원 300명 외에 100명은 핀테크, 해외영업, 금융투자 등 분야에서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 직장인들에게 러브콜이 집중되는 것도 이들 분야다. 

 

빗썸의 이상준 이사는 과거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 내 팀장으로 재직하다 그만두고 현재 빗썸 전략금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IT 업계 인물들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합류하고 있다. 전수용 전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은 최근 빗썸 대표로 취임했고,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대표로 영입했다. ​

 

앞서의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고 거래소의 수익모델도 수수료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거래 형태는 주식 거래와 비슷한데 시스템이나 제도적으로나 부실한 면이 많다 보니 금융투자 전문가 모시기에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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