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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벤치마킹, 쿠팡 '풀필먼트' 어디까지 가나

입고에서 반품까지 원스톱 서비스…쿠팡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2018.02.22(Thu) 18:14:45

[비즈한국] 좋은 물건을 확보한 다음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행위를 흔히 ‘장사’라고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각 단계마다 상당한 노하우와 비용이 들어간다. 가령 좋은 물건을 확보했다고 해도 이를 보관하는데 비용이 들어가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홍보 및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며,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매장을 운영하게 되면 임대료나 운영비가 든다. 심지어 상품을 주고 돈을 받는 것조차 돈이 든다.

 

2000년 이후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전자상거래 시대에서는 각 단계별로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우선 소비자와의 거리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면서 상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형의 매장도 필요 없다. 이렇게 줄어든 비용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춰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선순환을 이룬다. ‘최저가’라는 말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판매할 물건을 배송하기 직전까지 보관하고 필요한 곳에 보내는 ‘물류’ 만큼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양측 모두 별반 차이가 없다. 전자상거래가 넘어서야 할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유통 기업으로 꼽히는 ‘아마존’이 방향을 제시했다.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쿠팡이 아마존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 아마존을 닮고 싶은 쿠팡의 풀필먼트 전략

 

‘풀필먼트(Fullfillment)’는 상품의 입고부터 재고관리, 분류, 배송은 물론 반품 등 사후처리까지 모든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다. 사실 물류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온 개념이다. 풀필먼트 전문 외주 회사가 일정 규모의 기업과 계약을 맺고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아마존은 이러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자사의 셀러(판매자) 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미국 내 2일 내 배송이라는 혁신을 완성시켰다.

 

쿠팡의 로켓배송 역시 이러한 풀필먼트 개념을 도입한 당일 배송 서비스다. 다만 아마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쿠팡은 아직까지 직접 매입한 물건에 한해서만 로켓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지 쿠팡 입점 셀러 들은 기존 방식대로 자신들이 직접 배송을 비롯한 모든 물류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쿠팡은 지난 2016년 물류를 전당하는 100% 자회사로 컴서브를 설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예 사명을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로 변경하며, 좀 더 노골적으로 아마존을 벤치마킹할 계획임을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두 가지 행보가 예상된다. 하나는 쿠팡 셀러 들에게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 품목 로켓배송’을 완성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이를 위해 물류창고를 지금보다 더욱 많이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마존 물류센터에서는 일정 수수료를 받고 셀러들의 상품을 보관하고 직접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 전 제품 로켓배송이 궁극적 목표?

 

쿠팡 이외에도 풀필먼트가 향후 물류업계에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다. 비단 쿠팡 이외에도 많은 유통, 물류 관련 주요 기업들이 이미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서비스 강화를 모색 중이다. 유통 및 물류 관련 컨퍼런스에 플필먼트가 단골 주제가 된지도 오래다.

 

하지만 업계 전반에는 아직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기류가 더 강하다.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기존 물류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익일 배송이 가능한 상황에서, 배송 시간을 앞당기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을 연구하고 도입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반론이다. 한마디로 아마존의 활동 무대인 미국과는 처해진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아마존을 따라하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풀필먼트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물류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본다”며 “입고부터 반품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아마존식 풀필먼트를 도입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벤치마킹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쿠팡 역시 본격적인 풀필먼트 서비스 도입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쿠팡 제공

 

하지만 쿠팡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들어갈 가능성까지도 점쳐진다. 쿠팡 자체 물류뿐 아니라 타사의 물류까지도 위탁 받아, 자회사를 본격적인 풀필먼트 전문 물류회사로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쿠팡 안팎의 전망이다. 풀필먼트는 단지 빠른 배송뿐 아니라 쿠팡의 상품 확보에도 한층 경쟁력을 더할 수 있다. 누구나 셀러가 될 수 있는 편의성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개인이 해외여행 도중 한국에 팔면 상당히 잘 팔릴 것 같은 물건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이 물건의 유통업자를 만나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한 다음, 물건을 받을 장소로 풀필먼트로 지정한다. 그 다음 적당한 이윤을 붙여 판매가격을 정하고 팔면 된다. 포장부터 배송, 고객응대, 반품까지 전부 풀필먼트에서 처리해준다. 

 

이렇게 생긴 판매 대금은 수수료 및 풀필먼트 서비스료를 제하고 통장으로 입금된다. 초기 소셜커머스로 포지셔닝한 쿠팡이 오픈마켓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도 이러한 아마존과 같은 풀필먼트 시스템을 미리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한때 불법 논란이 불거진 화물운송면허 문제다. 지난해 7월 법원이 1심 판결에서 판매자가 본인의 필요에 따라 물건을 판매 및 운송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즉,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배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바꿔 말하면 옆집 식당의 콩국수를 대신 배달해주는 것은 불법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쿠팡이 전기차에 관심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 법규상 1.5톤 이상 대형 화물차의 경우 수천만 원의 웃돈을 주고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구입해야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창고 거점 확대 등 배송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며 “로켓배송을 입점 제품까지 확대하는 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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