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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원전 변압기 담합' 본격 수사, 추가 의혹에 무혐의도 다시 본다

고발 건 외 가격 부풀리기 정황 등 확보…공정위 "무혐의 5건은 증거 불충분"

2018.02.22(Thu) 23:38:49

[비즈한국] 검찰이 원자력발전소 변압기 입찰 담합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수사 대상에 오른 효성과 LS산전의 담합 정황이 추가로 발견돼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울진 1, 2호기(현 한울 1, 2호기) 변압기 구매 계약 사업’에 참여한 효성과 LS산전이 민간 시장에 납품되는 제품보다 낮은 사양임에도 가격을 각각 2배 이상 부풀려 계약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효성과 LG산전 담합 의혹은 검찰 수사에 앞서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도 포함됐지만 무혐의로 처리됐다.​ 해당 정황과 관련된 새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공정위 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6개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정위는 공익 신고된 총 6건의 담합 의심 계약 건을 조사했는데, 5건은 무혐의 처리하고 혐의가 확인된 다른 1건에 대해서만 지난 2월 20일 검찰에 고발했다. ​

   

특히 새로 밝혀진 정황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변압기는 교류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장치. 수력·화력·원자력 등 각종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공장과 가정에 전달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한울 원자력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시세 보다 2배 이상 가격 부풀린 뒤 납품​ 의혹

 

담합 의혹이 제기된 계약은 한수원이 2013년 발주한 ‘울진 1, 2호기 480V 교류 정상/비상 계통 변압기 구매 건’이다. 2년간 총 42대의 변압기를 납품하는 계약이었는데, 당시 효성과 LS산전 두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전자상거래시스템 ‘K-Pro’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3년 3월 19일 효성이 11억 3899만 9974원에 계약업체로 결정됐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효성의 ‘ERP 시스템(납품되는 제품과 단가 등이 기록되는 내부 전산 시스템)’ 자료를 보면, 효성이 울진 1, 2호기에 납품한 제품명은 몰드변압기(CAST RESIN TRANSFORMER)다. 규격은 ‘몰드변압기 3상_60Hz_630kVA_6.6kV 480V’로 명시돼 있다. 견적 원가(단가)는 한 대 당 2158만 원이며, 2013년 3월 20일 납품이 확정됐다.

 

효성이 울진 1,2호기에 납품한 몰드변압기 단가와 규격.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몰드변압기 가격은 같은 제품이라도 규격의 ‘630kVA’로 명시된 ‘용량(kVA)’, ‘6.6kV​’로 명시된 ‘전압(V)’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용량 차이가 제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전압이 그 다음이다. 용량과 전압 숫자가 크면 제품 사양이 더 높다. 사양이 높으면 가격도 올라간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몰드변압기는 납품 업체마다 설치 환경, 장소 등이 제각각이라 정가는 없다. 다만 평균 시세는 950만~1000만 원 사이다.    

 

효성이 울진 1, 2호기에 납품한 제품의 단가는 평균 시세보다 2배가량 높다. 또한 앞서의 자료에서 2013년 다른 민간 업체에 납품한 내역을 보면, 민간 업체에 납품한 제품 사양이 더 높은 데도 단가는 한수원에 납품한 제품보다 더 낮았다. 효성이 한수원에 낮은 사양의 제품을, 평균 시세 보다 더 비싸게 팔았다는 뜻이다. 

 

2013년 6월 26일 ‘기아자동차(주)소하’에 납품이 확정된 제품의 규격은 ‘몰드변압기 3상_60 Hz_750kVA_22.9kV 380V’다. 효성이 울진 1,2호기에 납품한 제품과 비교해보면 용량(750kVA)과 전압(22.9kV)이 더 크지만, 단가는 970만 원이었다. 원전에 납품 된 제품 가격(2158만 원)보다 1188만 원가량 더 낮다. 기아자동차에 납품한 또 다른 변압기 가운데 한수원보다 낮은 사양의 제품(용량 600kVA)은 914만 원이었다.

 

다른 업체에 납품한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9월 23일 포스코 협력회사 ‘일진전기’에 납품이 확정된 제품 용량은 600kVA다. 단가는 988만 원이다. 

 

이 업체와 울진 1,2호기에 납품한 제품 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납품한 계약이 두 가지 확인 됐는데, 이 제품들은 용량이 각각 1500kVA, 2000kVA였다. 단가는 2090만 원, 2519만 원이었다. 원전에 납품한 제품 용량과 비교하면 각각 2배, 3배 이상 크지만 가격은 비슷하다. 

 

효성이 민간 업체에 납품한 몰드변압기 단가와 규격. 울진 1,2호기에 납품한 제품보다 사양이 높지만 단가는 더 낮았다.

 

효성은 2000만여 원에 달하는 단가를 근거로 울진 1,2호기 구매 사업 당시 11억 3899만 원을 투찰했고,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LS산전은 이 보다 더 높은 16억여 원을 투찰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효성이 자체 산출한 이익률도 의문투성이다. 효성은 이 구매 계약 체결 이후 이 계약을 담당한 실무자에게 ‘이달의 우수사원’ 포상을 했는데, 포상 사유를 보면 울진 1,2호기 사업에서 20.4%의 이익률을 올린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앞서의 단가와 최종 낙찰 금액을 등을 토대로 계산하면 이익률은 65%에 달한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민수용 제품과 한수원 납품용 제품은 큰 차이가 있다”며 “한수원이 제시하는 기준은 민간 시장에 납품하는 제품보다 높다. 하자보수 기간부터 민간 시장보다 길고, 내진설계와 제품 테스트, 신규 설치비용과 인건비, 원자재 가격 등을 고려하면 비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수원 납품을 위해선 별도의 기술 인증도 받아야 하는데, 외국에서 제품을 직접 운반해 인증을 받아온다. 내부 전산 자료에 모두 명시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비용들이 단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LS산전 관계자 역시 비슷한 취지의 해명을 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내용이라 답변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 계약을 직접 담당하고, 지난해 담합 사실을 공정위에 공익 제보한 김민규 전 효성중공업 차장에 따르면, 울진 1, 2호기 구매 사업은 신규 설치가 아닌 기존에 설치돼 사용되다가 수명이 다한 효성 변압기를 교체하는 사업이었다. 

 

또한 ‘비즈한국’이 한수원 측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구매 사업에서 추가 비용이 늘어나면 단가에 포함하지 않는다. 한수원 관계자는 “내진테스트를 비롯해 상당한 금액이 투입되는 추가 비용은 단가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로 계약에 명시해 지급한다”고 말했다.

   

앞서의 김 전 차장은 “민간 시장에서도 똑같이 테스트와 인증을 받고,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원전에 납품하는 제품이라 기준이 높지만, 민간 시장도 다르지 않다. 추가 비용을 고려해도 단가가 100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평균 시세로 42대의 변압기 총 액수를 계산하면 4억여 원이다. 담합 없이 정상적으로 투찰 한다고 가정하고, 기타 추가 비용에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더 올려 받더라도 통상 6억~7억 원에 투찰하고 거래된다”며 “당시 업계에서 LS산전 변압기가 효성 제품보다 원가가 더 낮고 성능이 우수해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이었다. 담합을 하지 않았다면 효성보다 더 낮은 가격에 투찰할 충분한 여력이 있는 LS산전이 10억여 원이나 높여 16억 원에 투찰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 의혹은 공정위와 한수원에도 번져

 

효성과 LS산전의 ‘단가 부풀리기’ 의혹의 불똥은 공정위로도 튄다. 공정위는 해당 계약에 대해 최근 무혐의 결정을 내렸는데, 앞서 단가 부풀리기 정황 등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9월 비즈한국 단독보도(관련기사 [단독] "월성 유찰" "알았시유" 효성·현대중·LS, 원전 변압기 입찰담합 의혹)직후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 20일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LS산전이 16억여 원에 투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별도 추가 조사 없이 무혐의 처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조사 착수 직후 두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제보자 주장과 회사 관계자 진술, 확보된 자료 등을 토대로 결정을 내렸다”며 “6건 가운데 5건이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는 ‘담합이 없었다’는 취지가 아니라 의심은 되지만 담합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도 마찬가지다. 구매 사업 입찰 금액의 기준이 되는 ‘예정가격’은 표준가격, 또는 시세 등을 조사한 뒤 결정해야하지만, 평균 시세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납품을 받고도 이후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측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고발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이문성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효성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의 단가 부풀리기 정황은 물론, 또 다른 증거 등을 확인했고 공정위가 무혐의 결정을 내린 계약 건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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