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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패트롤] 젊음 사라진 종로 '젊음의 거리'에 무슨 일이

임대료 내렸지만 '매출 감당 안 돼' 공실률 급증…익선동·광화문 등으로 유동인구 집중

2018.05.23(Wed) 15:00:01

[비즈한국]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는 ‘젊음의 거리’​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많은 인사동·피맛골·​명동 등과 인접하며, 금융권, 건설업계 등 다수의 기업 본사들이 자리하고 있어 전통 상권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다른 상권과 차별화되지 못한 채 불황까지 덮쳐 문 닫는 상점이 늘고 있다.

 

‘비즈한국’이 직접 종로 전통 상권의 공실 상가를 조사했다.


22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중심지 ‘젊음의 거리’ 일대 초입. 도로가에 위치한 건물이지만 1, 2층 모두 비어 있었다. 이곳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청바지 브랜드 ‘뱅뱅’이 입점했던 곳으로 2년째 방치되고 있다. 뱅뱅이 빠져나간 후 현재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변 노점상은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다 보니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와도 못 버티고 떠난다”며 “프랜차이즈가 떠나면 주변 상권은 활력이 떨어지고 오는 사람도 점차 없어진다”​고 말했다.

     

종로2가 ‘젊음의 거리’ 입구. 사진=김상훈 기자


이 같은 모습은 젊음의 거리 초입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비즈한국’이 관철동 일대 임차인을 구하는 건물을 전수조사한 결과, 16곳이 빈 상태로 남아 있었다. 특히 보신각이 위치한 종각역 사거리부터 종로2가 사거리까지 약 400m에 이르는 대로변에만 빈 상점이 8곳에 달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 전체가 공실인 경우는 두 곳이었다. 그 중 한 곳은 종각역 지하철 출구 바로 앞이어서 역세권이란 말이 무색해 보였다. 

 

젊음의 거리 초입에 위치한 이 건물 지상 1, 2층은 2016년 12월 청바지 브랜드 뱅뱅이 떠난 뒤 현재까지 빈 상태로 남아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청계천과 종각역 사거리 사이에 있던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스미스’도 4층짜리 건물 전체를 빌려 운영하다 지난해 9월 영업을 접었다. 또 이 건물 옆에 있는 또 다른 건물 1, 2층도 빈 상태여서 현재는 노숙자들이 들어와 자기도 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종로 상권 6층 이상 빌딩 공실률은 작년 1분기 11.1%에서 올해 1분기 20.1%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공실률은 9.8%에서 11.9%로 상승한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또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종각역 상권은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종각역 상권의 임대료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4% 급등했다. 서울 27개 상권 가운데 상승률 1위다.

 

표면적으로는 임대료 상승률이 높지만, 이 일대 부동산 관계자, 임차인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임대료는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종각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료 상승) 조사 결과는 익선동, 공평동 등 주변 종로 상권이 인기를 끌며 나타난 결과다. 오히려 이쪽(관철동) 상권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리고 있다”며 “대로변 빈 건물은 임대료를 30~50% 내렸고, 임차인이 나가겠다고 하자 임대료를 받지 않고 매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 인근에 위치한 이 건물은 현재 1, 2층이 빈 상태여서 노숙자들이 들어와 자기도 한다. 사진=김상훈 기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4~5년 전부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물밀듯 들어오며 임대료가 올랐지만 상권이 죽고 프랜차이즈가 다 빠져나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도 내려갔다”고 말했다. 

  

떠난 가게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매출을 고려하면 임대료가 아직 높은 수준이라는 게 임차인들의 설명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종로구 상권 월 평균 매출액은 3776만 원으로 같은 해 상반기 4486만 원보다 700만 원 정도 떨어졌다. ‘젊음의 거리’ 일대에서 가장 많은 업종을 차지하는 음식업은 상반기 4249만 원에서 3864만 원으로 400만 원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

  

주변 상권의 성장은 종각 상권 쇠퇴의 또 다른 이유다. 고객들은 길 건너 옛 피맛골터에 조성된 대형 오피스 빌딩과 맛집거리로 새로 꾸린 청진동과 공평동 등으로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최근 몇 년 사이 관철동 주변을 둘러싼 그랑서울, 센터원빌딩, 페럼타워, 디타워 등 대형 빌딩에 인기 식음료 매장이 들어서며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한옥마을로 지정된 익선동이 신흥 상권으로 떠올라 그 주변 골목으로도 유동인구가 몰리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는 경리단길 등 골목상권이 강세를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권이 한 번 떴다가 쇠퇴하기까지 변화가 5년이 채 안 걸린다”며 “단기간 내 공실을 매울 방법은 없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라든지 재개발 등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과거 전성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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