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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대법관 제청과 '기울어진 저울'

'양승태 코트' 비판 목소리 커…다양성 확보할 수 있는 후보자 우선 고려를

2018.07.02(Mon) 09:21:02

[비즈한국] 오는 8월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제청이 눈앞에 있다. 지난 6월 20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로 추천한 10명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26일 종료했기에 곧 후임 대법관 3명의 면면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최종 상급심법원이라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은 단지 분쟁 당사자를 기속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기본권 보장 수준, 각종 사회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예컨대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관습법의 효력을 부인하고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구성원이 된다고 판례를 변경해 여자도 종중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과거사 사건의 손해배상 지연손해금 산정 시점을 불법행위 시로 보는 일반 사건과 달리 최종 변론 종결 시로 바꾸어 이미 1심 판결로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먼저 받은 피해자들이 오히려 국가에 돈을 돌려줘야 하는 참담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이라고 할 때의 권력에는 입법·행정·사법부가 해당된다. 그런데 사법부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국민이 선출한 기관이 아니다. 즉 민주적 정당성이 직접적으로는 없다. 즉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사법부 구성원인 판사들은 그렇지 않다. 

 

이에 헌법에서는 대법원장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을 보충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기에 대법원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그 첫 번째가 대법관들의 구성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양성’이라 함은 진보·보수라는 거대 담론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다양성이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보존해야 하는 가치는 당당히 지켜내고 때로는 오랜 관습이라도 과감히 폐기해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사회적 저울이 어느 한 축으로 기울지 않게 하는 것이 대법원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양승태 코트(법원)’ 시절의 대법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비단 최근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때문만은 아니다. 저울이 한 축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등장하는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예시가 된 KTX 승무원 사건, 콜텍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등은 하급심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하나같이 대법원에서 원고(노동자들)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의 취임식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퇴임식 때 모습. 사진=비즈한국DB


사건마다 사실관계, 증거 등이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견 사측에 경도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대법관 후보자는 기울어진 저울을 정상화할 수 있는 이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그다음으로 대법관의 전형을 비판하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에서 벗어날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는 외관상 구성의 다양성을 실천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비서울대, 여성 변호사 출신으로 대법관이 됐던 박보영 전 대법관의 사례(대표적으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를 보건대, 외관상 다양성보다는 생각 내지 가치관의 다양성이 더욱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후보자가 법관이라면 그동안의 판결 성향, 변호사라면 변론 내지 사회활동 성향, 교수라면 논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수십 년간 대법원은 거의 대부분이 정통 법관들로 구성됐다. 물론 연간 대법원 접수 본안사건 수가 4만 건을 훌쩍 넘기에 업무효율성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대법원이 평생 재판만 한 사람들만으로 재판을 하는 것보다는 재판을 받아본 변호사 또는 판결을 분석하고 논문을 써온 교수들 비중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다. 

 

‘김명수 코트’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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