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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협력개발 위해 '물정화' 스타트업 차린 문과생

노승원 LS테크놀로지 대표 "설사로 사망하는 라오스 아이들 돕고파" 오존 산화 방식 개발

2018.07.17(Tue) 16:13:46

[비즈한국] ‘설사로 인한 5세 이하 아동 사망률 세계 2위.’​ 노승원 LS테크놀로지 대표(27)가 동남아시아 국가 라오스 이야기를 들은 건 대학 강의에서였다. 돕고 싶었다. 2016년 4월, 마음 맞는 친구 넷과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물 정화 사업’이었다. 사명의 LS도 ‘인명 구조(Life Saving)’의 약자다.

 

수(水) 처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열정만 가득한 봉사단체’가 되고 싶진 않았다. 넉 달 동안 인터넷, 학교, 동네 도서관을 모조리 뒤져 공부했다. 결국 기술이 필요했다. 막막했다. 정치문화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노 대표는 수 처리 베테랑(현 LS테크놀로지 기술고문)을 수소문 끝에 찾아냈다. 일주일 동안 하루 세 번씩 꼬박 찾아가 졸랐다. ‘미친 놈’​ 소리에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결국 허락을 받았다.

 

노승원 LS테크놀로지 대표(27)가 특허증을 옆에 두고 활짝 웃어 보였다. 그가 물 정화 사업을 시작한 건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물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팀에 수 처리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어요. 특허 기술을 가진 분을 발견했고 무작정 찾아갔죠. 토목업에 종사하다가 노년을 위해 퇴임한 분이었어요. 영리 목적이 아니라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쓰겠다고 설득했죠. 결국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특허는 있지만 기술 구현이 되지 않은 상태. 노 대표는 2016년 8월부터 1년간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모든 걸 쏟았다. 수익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했다. 그 사이 팀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가면서 팀이 물갈이되기도 했다. 노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사비를 털었다. 결국 2017년 8월 ‘오존 용해율을 98%로 높이는 물 정화 기술’을 획득했다. 전에 없던 기술이었다. 곧바로 법인도 설립했다. 

 

수 처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막 분리 방식과 오존 산화 방식. 막 분리 방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필터 정수’를 뜻한다. 레드오션이었다. 기존 업체가 가진 기술력이 뛰어나 진입장벽이 높았다. 오존 산화 방식은 비교적 미개척 영역이었다. 오존 산화 방식은 오존을 물 속 유·무기물과 반응시켜 물을 정화하는 기술이다. 해볼 만했다.

 

사업 시작할 때 내부에 수 처리 전문가는 없었다. 무작정 기술자를 찾아가 졸랐다. 허락을 받은 뒤 사비를 털어 기술 실현에 매진했다. 결국 1년 만에 성공했다. 사진= 최준필 기자

 

오존 산화 방식은 생성-용해-파괴 세 단계로 나뉜다. 노 대표는 오존을 물에 녹이는 비율(오존 용해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노 대표 말에 따르면 기존 오존 용해율은 50~70%. 가령 오존 10g 정수 효과를 내고 싶으면 20g을 만들어야 한다. 남은 10g은 후처리한다. 오존은 호흡기나 심혈관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기 때문에 후처리가 필수다. 

 

오존 용해율을 98%까지 끌어 올리자 자연스레 오존 발생과 처리에 드는 비용이 줄었다고 노 대표는 설명했다. 효율이 높아져 전력 소모량도 감소했을 뿐 아니라 유지비용도 줄어들었다는 것. 전체 설비(오존 발생·용해·파괴 설비) 가격도 15%가량 낮아져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안성맞춤이라고 덧붙였다.

 

“라이프스트로(Life Straw) 같은 필터 형태 정수기기를 공급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주기적으로 공급하기도 어렵고 정수하는 양이 부족하죠. 흡입력이 약한 노인은 사용이 힘들어요. 아프리카는 절대적 수(水)량이 부족하지만 라오스는 물은 많아요. 깨끗하게 바꾸기만 하면 되니까 우리 설비가 잘 맞죠.”

 

라오스에 들어간 500톤짜리 오존 산화 방식 기계 설비. 3500여 명 주민에게 매일 최대 50만 리터의 물을 공급한다. 사진=LS테크놀로지 제공

 

지난해 7월, LS테크놀로지는 국제협력단(코이카)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 사업에 선정돼 3억 2200만 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현재 라오스 비엔티안주 폰시빌라이마을에 정수처리 설비를 설치해 하루 최대 500톤 물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성이 충분해 보였지만 노 대표가 이 기술을 경쟁시장에 들고 나올 때는 고민이 깊었다. 영리 목적으로 쓰지 않겠다던 기술고문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왜 수영장에 가면 염소 냄새가 나는 줄 아세요? 오존은 악취 제거에 탁월하기에 냄새가 안 나요. 모든 수영장이 의무적으로 오존 산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쓰지 않아요. 배오존(융해되지 못하고 남은 오존)을 완전히 처리하기 어렵거든요. 오존은 비릿한 냄새가 날 뿐 아니라 치명적인 유해물질이에요. 그래서 수영장은 염소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개발도상국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우리도 안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경쟁시장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LS테크놀로지는 지난 4월 시장에 나와 2주 만에 4000만 원짜리 계약을 따냈다. 70톤 설비를 식물원에 공급했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업계에선 LS테크놀로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전 세계 오존 산화 방식 하수 처리 시장을 단 두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셀 수 없는 이해관계가 얽혀 돌아가는 시장을 작은 스타트업이 헤집으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미션이 ‘모두가 물 문제로부터 안전한 그날까지’입니다.” 인터뷰 중인 노승원 대표. 사진=최준필 기자

 

“오존 산화 설비 중 메인은 발생 장치예요. 오존 용해 장치는 세트로 끼워서 팔죠. 용해율이 낮으면 더욱 큰 발생 장치를 구입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기존 업체는 용해율을 높일 이유가 없었어요. 발생 장치를 더 비싸게 팔아야 하니까요. 기존 업체가 우리 장치를 반길 리가 없죠. 어쨌든 우리도 기존 업체에 영업해야 하는데 두고 봐야죠.”

 

노 대표는 기계 설비를 소형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사업 때 물류비 절감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 4월엔 ‘오존의 농도를 일정 이상으로 유지하는 오존수 생성장치’를 만들어 특허를 땄다. 이 기술은 보존·살균 과정에서 염소 사용을 줄일 실마리를 지녔다고 평가된다. 이 밖에 농사를 지을 때 농약 대신 해충을 퇴치하는 용도로 쓰는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현재는 국제개발협력 시장을 비롯해서 군 폐수 시장, 세차 폐수 시장, 수도권 지하수 살균 시장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그다음엔 고객에게 직업 찾아가 물을 관리해주는 ​B2C 시장에 도전하고 싶어요. 우리 회사 미션이 ‘모두가 물 문제로부터 안전한 그날까지’거든요.”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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