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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광 대표 최초 인터뷰 "블랭크는 디지털 방문판매 회사"

연매출 1500억 노리는 3년 차 스타트업…"파격적 직원 복지는 생존 위한 것"

2018.07.05(Thu) 16:32:58

[비즈한국] 지난 1년간 스타트업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미디어커머스’ 혹은 ‘콘텐츠마케팅’이었다. 이를 주제로 셀 수 없이 많은 컨퍼런스가 열렸고 다양한 성공 사례와 방법론이 소개됐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은 단언컨대 ‘블랭크코퍼레이션(블랭크)’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진 않지만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동의한다.

 

블랭크가 밝힌 지난 6월 매출은 120억 원, 올해 매출은 1500억 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자신했다. 설립된 지 불과 2년 6개월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성적표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몸집만 키운 커머스 기업이 아니다. 영업이익률도 20%가 넘는다는 후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보통 매출액의 5배를 친다. 기업 가치 1조 원에 이른 스타트업을 실리콘밸리에서는 ‘유니콘 기업’이라고 부른다. 아직은 섣부르지만 성장세를 감안하면 블랭크는 유니콘 기업에 충분히 근접해 보인다.

 

이렇게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 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언론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았고 대표와 직원들 역시 그 흔한 컨퍼런스에 단 한 번 얼굴을 들이민 적이 없다. 지금부터 정확히 1년 전 ‘비즈한국’이 간곡히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도 때가 아니라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직은 본질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블랭크라는 기업의 실체와 남대광 대표의 경영철학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는 ‘비즈한국’​과의 첫 인터뷰에서 그간 밝히지 않았던 실적과 전략, 비전을 시원하게 풀어냈다. 사진=이종현 기자

 

# 결핍을 찾아내고 설득하는 것이 비결

 

많은 이들이 블랭크라고 하면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퓨어썸 샤워기’ ‘마약 베개’ ‘악어발팩’ 같은 제품 이름은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인의 제품 체험 평가를 직접 촬영해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그다음 자체 구축한 홈페이지로 연결해 구매로 전환하는 것이 블랭크의 메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18개의 브랜드, 250개가량의 상품을 내놨다. 가장 많이 팔린 악어발팩은 무려 141만 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마약 베개도 판매량이 벌써 80만 개를 넘어섰다.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타트업을 창업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소비자에게 그만큼 익숙하기 때문이다. 블랭크는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산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오랫동안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장사꾼의 그것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저희는 상품을 기획할 때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소비자에게 어떤 결핍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령 사업 초기 론칭한 블랙몬스터는 남자의 외모에 대한 결핍을 채워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눈썹을 채우고, 옆머리를 누르고, 빈 머리를 채우는 제품들이죠.”

 

블랭크는 얼마 전 사무실을 강남구 테헤란로로 이전하고 새 단장을 했다. 새 사무실에는 편의점 수준의 카페와 탕비실을 만들어 직원들이 마음껏 허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블랭크는 소비자에게 영상을 통해 이러한 결핍을 깨닫게 하는 탁월한 설득력을 가졌다. 이는 놀라울 정도로 높은 구매 전환으로 이어진다. 발바닥의 각질은 타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본인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다. 잠을 자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은 것도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결핍이다.

 

‘공백’ 혹은 ‘텅 비어 있음’ 을 의미하는 블랭크라는 사명도 결핍이라는 단어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최초 회사 설립 당시 사용한 사명 블랭크TV에서 TV도 지웠다. TV라는 말이 주는 영상 회사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다.

 

“블랭크는 영상 회사도, 유통 회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개념으로 정의 내리기 힘든 융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은 영상이라는 콘텐츠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영상으로 소비자를 찾아가 일일이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저희 스스로 ‘디지털 방문판매’ 회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파격을 넘어선 복지혜택의 숨은 이유

 

스타트업 업계에서 CEO(최고경영자)의 나이가 30대 중반이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남 대표는 지금까지의 경영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대단히 파격적이고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블랭크는 올 초 월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을 때 자축의 의미로 80여 전 직원에게 100만 원 상당의 순금 트로피를 돌렸다. 격려 차원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매년 전 직원을 300만 원 상당의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잘나가는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많이 하는 복지 정책이다. 

 

남대광 대표는 전 직원에게 전세 보증금을 1억 원 한도에 무이자로 빌려준다. 최근에는 월급과 별도로 매월 200만 원의 적금을 대신 내주고 있다. 2년간 진행되는 한시적인 복지 프로젝트다. 중간 입사자는 2년을 다 받지 못하지만, 올 초 정도에만 합류했으면 4800만 원과 그에 대한 이자만큼의 목돈이 생긴다. 물론 이것 역시 전 직원 대상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주어가 다르다. 전세 보증금 무이자 대여나 적금 가입은 남 대표의 사비로 하는 복지정책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증여세도 함께 내줬다는 설명이다.

 

“누구나 삶은 괴롭기 마련입니다. 업무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하는 것이 있어요. 저는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전세 자금 무이자 대여나 적금 등은 삶에서 오는 결핍을 채워주기 위함입니다. 물론 100%는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회사 성장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무실 한편에는 블랭크가 판매하는 제품을 직원들이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자판기가 놓여 있다. 매달 일정 코인을 받아 제품을 선택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쉬운 말도 아니다. 일반적인 기업의 복지혜택이나 조건을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직원 100명 미만의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표로서 증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회사가 성장 단계에 있는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제가 보유한 구주를 매각하면서 생긴 자금이 있었어요. 저는 이렇게 생긴 돈으로 강남 빌딩을 소유하는 대신 함께하는 직원들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블랭크는 지난해 소프트뱅크 벤처스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다른 속내도 있다. 1년 전 요청한 인터뷰가 성사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실체화하는 과정에서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싶다는 것. 대우가 좋고 비전이 있는 회사에 인재가 몰려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재는 오직 돈만 생각하면 차라리 프리랜서를 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도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최고의 인재는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지는 직원에게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해야 합니다.”

 

# 제대로 된​ 커머스 플랫폼이 목표

 

과연 블랭크가 언제까지 이렇게 승승장구할까. 지금까지 쌓아올린 성과는 분명 대단하지만 자칫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도 든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분명히 있고, 비즈니스 모델 역시 경쟁 업체가 쉽게 흉내 낼 수 있다. 실제로 블랭크와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는 미디어커머스 기업은 이미 여럿 존재한다.

 

“소셜 미디어에 종속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페이스북이 잘 안 돼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분명 존재하고, 우리는 그 길목에 서서 사람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영상을 보여줄 겁니다. 꼭 유형의 상품에만 한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존이 유통 중심의 커머스에서 시작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회사로 발전했듯이, 블랭크도 그런 회사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블랭크는 수습 기간을 거친 모든 직원들의 직급을 ‘프로’​로 통일했다. 남 대표는 호날두나 메시가 팀은 물론이고 자신을 위해 축구를 열심히 하듯, 이러한 프로정신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블랭크는 대표적인 미디어커머스 회사이지만, 남 대표는 인터뷰 내내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미디어커머스라고 소개하지 않았다. 블랭크가 아직은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융합을 지향하는 회사라는 생각에서다. 메인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커머스가 맞지만, 거기에 머물 생각도 없다. 얼마 전 커머스 기반 기술 기업인 ‘썸머’를 설립한 것도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제대로 된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플랫폼은 놀이터여야 해요. 마케팅 비용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굴러갈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저희가 잘하는 것을 계속 해나간다면 언젠가 완성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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