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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안정자금, 스타트업엔 '그림의 떡' 까닭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과 중복지원 안 돼…중기부 "개선 방안 검토 중"

2018.07.19(Thu) 20:23:20

[비즈한국] 2019년도 최저시급이 전년 대비 10.6%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수 스타트업은 수혜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지원금 중복’ 때문이다. 청년 고용률이 높은 스타트업 대부분은 2017년 9월부터 시행된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을 받는 상황. 하지만 장려금을 받으면 일자리 안정자금을 추가로 받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중복 신청은 가능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지원받은 금액만큼 차감해 장려금 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중복이 불가능한 셈이다.

 

아이디어 기반 스타트업은 인건비로 전체 비용의 70%를 쓴다. 소자본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픽=이세윤 PD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은 만 15~34세 청년을 고용할 경우 해당 기업에 한 명당 900만 원을 3년간 지급하는 제도다. 2017년 3286개 기업이 수령했다. 근로자 한 명당 월 최대 13만 원을 지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보다 혜택이 커서 대부분 스타트업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포기하고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을 선택한다. ‘지원금 중복’이 과도한 혜택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두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건강식 제조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스타트업이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 제도를 이용하는데 이제 지원금 중복에 걸려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을 수 없게 돼 인건비 부담이 급하게 커진다”며 “앞으로 재투자가 어렵다고 보면 된다. 사업 확장에 필수 요건은 추가 고용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 사람을 더 뽑기 무섭다”고 답했다.

 

사무실에 간편 집밥 배달 사업을 하는 구교일 그랜마찬 대표(27)는 “최저임금 인상은 수긍하지만 정부 지원금과 개인 대출로 빠듯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상황이라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며 “이미 받는 정부 지원금이 있어 중복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지 못하면서 고민이 더 깊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공동대표 둘을 제외하고 직원이 넷이다. 모두 정규직이지만 최저임금 선을 맞춰서 임금을 지급하는 형편”이라며 “인건비가 전체 지출 70%를 차지하는데 벌써 걱정이다. 사업 초기 단계라 지출이 조금만 커져도 타격이 크다. 내년 지출계획서를 다시 짜야 할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업 초기 스타트업 대표 대부분은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를 가져간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고용을 줄일 것이고, 늘어나는 업무 부담은 대표 개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월 최저임금은 174만 5150원. 주당 근로시간 40시간, 주휴수당 포함, 월 환산액 기준시간 209시간을 적용한 수치다. 월 급여가 2018년과 비교해 17만 1380원 오른다. 노동자 한 명당 연간 205만 6560원 비용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지난해 설립된 법인 9만 8330개 중 자본금 5000만 원 이하인 법인이 전체 75.5%. 자본금이 적은 스타트업에게 인건비 상승은 타격일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금 등 끌어올 수 있는 모든 자금을 고려해 사업을 꾸려가는 것이 스타트업 실정. 일자리 안정자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추가 고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담은 각 스타트업 대표 개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액세서리 제조·배송하는 스타트업 B 대표는 “직원 급여를 챙겨주고 나면 정작 대표인 나는 월 80만 원 정도 가져간다.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고 주말 하루 쉬면서 일한다. 그렇게 해도 야근하는 직원 수당 못 챙겨줄 때도 있어 미안한 마음이다. 자금이 부족해 신용 보증 대출을 받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창립 멤버로 구성된 스타트업은 고용을 최소화해 그나마 사정이 낫다. 영상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C 대표는 “직원을 둘밖에 고용하지 않고 나머지는 함께 회사를 만든 핵심 멤버라 서로 이해하며 떠안고 가는 부분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지금 당장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면서도 “대표는 고용보험을 들지도 않기 때문에 얼마나 일하든 얼마를 받든 법적 보호를 받지 않는다. 앞으로 채용이 조심스러울 거고 업무 부담이 대표 개인에게 더욱 쏠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는 “사업 초기 규모가 확장되는 과도기에 있는 스타트업이 보다 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돈 없으면 사업하지 말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긴 어려운 문제다.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창업정책총괄과 관계자는 “당장 말하긴 어렵지만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스타트업이 부담을 느끼는 사안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정리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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