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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1대 줄이면 8000만 원, 내가 '지옥버스' 타는 이유?

서울시 '감차 보상제'로 버스 매년 줄어 시민 불편…버스회사 적자 보전 줄이려 '꼼수'

2018.08.01(Wed) 14:36:18

[비즈한국] 서울 종로1가와 강남역​ 구간을 오가는 버스는 늘 승객들로 붐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두 번 이상 환승해야 하기 때문에 버스 수요가 많다. 현재 이 구간을 잇는 건 470번 버스(운행 대수 33대, 평균 배차 간격 9분)가 유일하다. 같은 구간을 운행하던 471번(운행 대수 47대, 평균 배차 간격 5.5분)이 2015년 6월 다른 노선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기사 A 씨는 “470번 버스는 출퇴근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매 시간 가득가득 승객이 차서 다닌다”며 “(471번 버스 노선이 왜 바뀌었는지) 나도 모른다. 이 구간을 가는 승객들의 불만이 많다”고 답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세먼지, 에너지 소비 절감 등을 이유로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서울시가 사실상 ‘시내버스 감차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 서울시는 예산 문제로 버스 감차는 가능하지만 증차는 사실상 막고 있다.

 

오후 6시 30분 퇴근길, 강남역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470번 버스에 타고 있다. 승객이 너무 많아 결국 타지 못한 시민도 있었다. 사진=박현광 기자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서울시는 ​서울지역 버스 회사가 인가받은 버스를 말소 처리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감차 보상제’를 운영해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버스 한 대당 감차 보상금은 8000만 원이다. 2005년 7792대였던 서울 시내버스는 매년 줄어 2017년 7405대로 387대 감소했다. 

 

운수업계 관계자는 “LNG 시내버스 가격은 1억 원 안팎이다. 감차 보상금 8000만 원 받고 인가 말소된 차량을 다른 회사에 중고로 팔면 남는 장사다. 안 줄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를 줄이려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2004년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서울시가 민간 버스회사 적자 보전을 위해 쏟아 부은 세금이 총 3조 3941억 원. 2017년 2932억 원을 집행했고, 올해는 2650억 원 예산이 배정됐다. 버스 한 대당 연평균 세금 3959만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감차 보상금 8000만 원을 지급해 차량 대수를 줄이면 장기적으로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렸다.

 

서울시는 2004년 수익성을 이유로 교통 소외지역이 생기는 것을 막고 환승할인 제도를 도입해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민간 버스회사는 버스를 운행하고, 서울시가 노선 정책 권한 등 전반적인 관리를 책임진다. 

 

이때 민간 버스회사가 적자 노선을 운행하거나 환승 손실분을 감당하면서 생기는 적자를 서울시가 보전해준다. 버스회사의 수익이 표준운송원가 68만 4945원보다 낮으면 서울시가 차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표준운송원가는 인건비, 연료비, 정비비 등 차량 한 대를 하루 운행할 때 드는 비용이다.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시는 버스회사가 버스를 한 대 줄일 때마다 8000만 원을 지급해 사실상 감차를 장려해왔다. 그래픽=이세윤 PD

 ​

‘시내버스 감차 보상제’는 시의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시가 시민 편익보다 돈을 중심에 두고 행정을 펼친다는 지적을 무시하기 어렵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민간 회사에 지급되는 과도한 보조금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서울시 감차 정책은 시민 편익을 증진하겠다는 버스 준공영제 취지에 어긋난다”며 “현재는 운행을 하지 않는 예비차량 위주로 줄여나가서 큰 불편함을 못 느끼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후에 증차, 노선 변경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준공영제의 딜레마다. 시민 복지를 위해 들어가는 세금을 시가 부담하는 건 괜찮지만 최종 수혜자가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버스정책과 노선팀 주무관은 “예산 손실이 커서 차량 대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수요가 높거나 혼잡한 노선을 파악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버스 증차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대신 다람쥐 버스나 올빼미 버스처럼 특정 시간 수요를 해소하는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무관은 “버스 감차 보상은 국토교통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근거해 문제없다”며 “경전철이나 우이신설선이 생기면서 버스 수요가 줄고 자가용 이용률이 높아져 배차를 줄이고 있다. 배차를 늘려달라는 민원은 있지만 개인이 나왔을 때 버스가 없다고 넣는 민원을 다 맞춰줄 순 없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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