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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아이폰 XS' 혁신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혁신은 도전자의 몫…iOS를 통한 1등 다지기 전략 '적중'

2018.09.17(Mon) 11:03:37

[비즈한국] 애플이 돈을 수확하는 9월이 왔다.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출시했다. 아이폰은 총 세 종류나 된다. ‘아이폰 XS’ ‘아이폰 XS 맥스’ 그리고 ‘아이폰 XR’. 달라진 것은 세부적으로 많으나 핵심은 강력해진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와 개선된 카메라 기능 정도로 요약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애플 홈페이지를 보면 된다.

 

애플 신제품이 나오면 으레 나오는 수사가 있다. “아이폰, 혁신은 없었다”라는 타이틀이다. 네티즌들에게 하도 비판을 받아 요즘은 저런 타이틀을 자제하는 눈치다. 그래서 내가 냉큼 썼다. 다만 욕을 달기 전에 잠시만 글을 더 읽어주기 바란다.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혁신을 바라보고 있다. 애플이 혁신을 멈춘 게 아니라 할 이유가 없다는 관점이다. 좀 흥미가 생기지 않는가?

 

애플이 아이폰X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아 성능을 향상시킨 XS 모델을 필두로 화면을 더욱 키운 XS 맥스,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색상을 지원하는 XR 등 새 아이폰 3종을 발표했다. 사진=애플 제공

 

최근 애플에서 혁신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아이폰X’​에 선보인 노치 디자인은 기존 스마트폰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그걸 혁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면을 가득 메운 디스플레이는 LG전자, 삼성전자가 먼저 시도했고 이번에 추가된 ‘촬영 후 심도조절’​ 기능은 LG전자가 G7에 처음 선보인 기능이다.

 

대부분의 혁신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또는 중국 제조사들이 먼저 도입했다고 보면 된다. 눈치챘을 거다. 원래 혁신은 도전자가 시도하는 거다. 애플이 2007년 선보인 아이폰이 혁신이었던 이유는 애플이 휴대폰에서 후발주자였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폰은 명실상부한 1등 브랜드다. 삼성전자나 화웨이가 생산량 자체는 많지만 평균단가나 이익률을 보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애플은 전체 스마트폰 업계 이익 중에 80%를 가져간다(2017년 기준). 이런 완벽한 독점이 가능한 것은 애플이 2007년 선보인 아이폰의 혁신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애플이 해야 할 일은 매년 혁신을 하는 게 아니라 최초의 아이폰의 기본 철학을 유지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혁신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1등이 매번 혁신하면 소비자가 못 따라간다. 

 

아이폰의 근본 철학은 iOS를 통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이다. 단말기는 iOS를 활용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하드웨어에 카메라가 몇 개 붙는다든지,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애플은 성공적으로 iOS의 의미와 형식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1위 브랜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즉 아직까지는 도전자의 혁신이 그리 파괴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 너무 뒤처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애플은 왕좌에 앉아 있다가 삼성이나 LG가 시도한 기술 중에 반응 좋고 유용한 것을 몇 개 고른 후에 완성도를 높여서 아이폰에 적용하고 있다. 점유율이나 이익률에서 애플에게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다가 후발주자의 혁신에 밀려 사라진 기업은 역사적으로 많았다. 애플도 그렇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번 신제품 발표회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애플은 이번에 세 개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가장 비싼 아이폰 XS 맥스는 1099달러(약 123만 원)부터 시작한다. 고급 모델을 선택하면 16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벌써 이름에 빗대어 아이폰 XS를 엑세스(Excess, 지나침·과잉)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이폰 XR은 이례적으로 발표와 함께 무려 6가지의 색상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과거 ‘아이폰5C’​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사진=애플 제공

 

이에 대해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아이폰이 비싸진 만큼 2년 주기가 아닌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는 편이 지구의 환경에 더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멋진 마케팅이다. 사실 이 발언은 그냥 묻히듯 지나갔지만 대단히 전략적이다. 지금은 대부분 잊어가지만 애플은 지난해 말에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효율을 늘리기 위해 아이폰 성능을 제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아직도 미국, 한국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더 오랫동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음을 내비쳤다. 애플이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거다. 

 

비싼 아이폰을 오래 쓰게 되면 또 다른 효과가 있다. 다른 폰으로 이동하기가 힘들어진다. 특히 iOS 운영체제는 아이폰만 지원하므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내 주변에도 그동안 구입한 ‘앱’이 아까워서라도 안드로이드로 못 간다는 사람이 많다. iOS에 대한 ‘록인효과(Lock-in-Effect)’가 더 강해진다.

 

주기가 늘어나면서 떨어지는 수익률은 가격 인상으로 막는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애플의 독점은 점점 강해지면서 수익도 떨어지지 않는다. 후발주자가 역전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말하자면 가격으로 진정한 혁신을 이루는 셈이다.

 

물론 너무 비싼 가격에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할 사람을 위한 카드도 준비했다.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XR이다. 아이폰 XR은 749달러(83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 정도면 팀 쿡은 스티브 잡스를 뛰어 넘는 진정한 ‘어장관리의 달인’​이 아닐까.​ 

 

필자 김정철은?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칼럼니스트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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