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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서울 시민청에 조선시대 유적이! 군기시유적전시실

신청사 공사 당시 옛 무기류 대량 발견…병기 제조하던 '군기시' 터 추정

2018.10.08(Mon) 17:42:37

[비즈한국] 옛 서울시청 건물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서울 시민청 한편에는 조선시대 유적지가 발굴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군기시유적전시실’. 조선시대 병기 제조를 담당하던 ‘​군기시(軍器寺)’​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란다. 여기서 발견된 불랑기자포를 비롯한 총통, 철환 같은 무기류뿐 아니라 백자와 동전, 기와 같은 생활용품들도 구경할 수 있다. 

 

과연 등잔 밑이 어두웠다. 서울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시민청 행사를 보기 위해 여러 번 찾은 옛 서울시청 건물에 조선시대 유적과 유물 전시관이 있을 줄이야. ‘군기시유적전시실’이라는 간판을 본 듯도 한데, 아마도 ‘군기시’라는 이름이 낯설어 그냥 지나친 듯하다. 전시실이 자리잡은 곳이 시민청 한쪽 구석인 탓도 있을 것이다. 

 

서울 시민청 한편에 자리 잡은 군기시유적전시실. 서울시청 신청사 공사 당시 발굴된 유물을 그대로 전시해놨다. 사진=시민청 블로그

 

지난 2013년 서울 시민청이 문을 열 때부터 이 자리를 지켰다는 군기시유적전시실 내부에서는 밖에서 볼 때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제법 널찍한 공간이 유적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 꾸며져 있고, 전시실 곳곳에는 이곳에서 발견된 무기와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 초기에서 근현대로 이어지는 지층의 단면이 켜켜이 쌓인 세월의 두께를 그대로 보여준다. 

 

# 근대 문화유산 속 조선 초기 문화유적

 

이곳에서 군기시 유적이 발견된 것은 서울시청 신청사를 짓는 공사를 시작하던 2008년 3월이다. 부지 조성을 위해 땅을 파자 조선시대 유물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가운데는 백자와 동전 같은 생활용품도 있었으나 화살촉과 총통, 철환 같은 무기류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곳이 조선시대 병기제조를 담당하던 군기시가 있던 곳이라고 보았다. 구체적인 명문이나 자료가 나오지 않아 아직은 ‘추정’이지만 말이다. 

 

당시 옛 서울시청이 이미 근대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었으니, 근대 문화유산 속에서 더 오랜 문화유적이 발견된 셈이다. 여기서 나온 유물들은 대부분 조선 초기의 것들로 추정되니, 600년 서울의 역사가 서울 한복판에 켜켜이 쌓여 있던 셈이다. 

 

전시된 유물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보물 제861-2호로 지정된 ‘불랑기자포’다. 서양에서 쓰이던 대포가 명나라로 들어오면서 ‘불랑기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그 이름 그대로 조선과 일본까지 전해진 것이다. 불랑기(佛狼機)는 게르만족의 한 갈래인 프랑크(Frank)족을 음차한 것인데, 당시 이 대포를 전해준 포르투갈인들을 중국에서는 ‘불랑기’라고 불렀단다. 

 

보물 제861-2호로 지정된 ‘불랑기자포’. 서양에서 쓰이던 대포가 명나라를 거쳐 조선까지 들어왔다. 사진=구완회 제공

 

불랑기포는 발사틀 역할을 하는 모포(母砲)와 실탄을 장전한 후 모포에 넣는 자포(子砲)로 나뉘는데, 군기시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은 자포였다. 여기에 쓰여 있는 ‘가정(嘉靖) 계해(癸亥)’라는 명문이 이 자그마한 총포가 보물로 등재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군기시유적전시실의 불랑기포가 보물이 된 까닭

 

가정(嘉靖)은 명나라 세종의 연호이고, 계해(癸亥)는 천간지지로 살펴본 해의 이름이다. 즉 ‘가정 계해’는 서양력으로 1563년이 된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우리나라에 불랑기포가 처음 들어온 것이 임진왜란 때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당연히 책보다는 유물에 적힌 명문이 우선한다. 더구나 1563년에 제작되었다는 명문이 쓰인 불랑기포 3점이 이미 발굴된 바 있으니 더욱 확실하다. 실록의 기록은 불랑기포에 대해 잘 모르고 쓴 것일 가능성이 크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수십 년 전에 이미 불랑기포를 만들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졌을 수도 있다. 

 

전시되어 있는 화살촉더미. 무기류 외에도 조선시대 생활용품도 많아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다. 사진=구완회 제공

 

군기시유적전시실에는 불랑기자포 말고도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수십 점의 백자 그릇과 조각, 무더기로 나온 화살촉과 철환, 나무 망치와 빗 같은 생활용품들도 눈길을 끈다. 또 조선시대와 근대의 석축과 건물지들을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시내에 나왔다가 잠시 시간이 난다면, 특히 아이와 함께라면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다. 

 

여행정보

▲위치: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110

▲문의: 02)120

▲관람시간: 동절기(11~2월) : 09:00~20:00 / 하절기(3~10월) : 09:00~21:00(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휴관)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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