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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유행 아이템으론 왜 돈 벌기 힘들까?

공급 늘어날 땐 이미 수요 감소하는 상황…'난 다르다'는 믿음 버려야

2018.10.08(Mon) 17:42:27

[비즈한국] 수도 없이 유행하는 아이템들이 등장한다. 어떤 아이템은 가게 앞에 끝도 없는 줄이 서고, 마치 유동인구의 주머니를 다 털어가는 듯이 보인다. 이런 대호황을 보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저걸 하기만 하면 매우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 듯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매우 강렬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큰 좌절을 안겨준다. 관측과 진입의 시점이 다르고, 이 시점에 따라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불일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농축산물의 엄청난 가격변동성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돼지고기나 채소는 왜 그렇게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유통업자들의 횡포라 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예를 들어 배추가 역대 최고 수준의 풍작이라고 가정해보자. 풍작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늘 기원해오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풍작이 좋은 뉴스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과거에나 통용되던 상식이다. 현재는 농업 생산성의 증가로 인해 만성적 공급 부족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유례 없는 풍작이 공급 초과로 인한 가격 하락과 손실로 연결된다. 반대로 흉작은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흉작에서 비교적 타격을 덜 입은 곳은 살아남은 승자가 된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오이 생산량 급증으로 가격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폭락하자 농민들이 오이를 산지 폐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작황이 이러한 가격 변동성을 만드는 데 더해 상품의 수익성 자체도 변동성을 만들어낸다. 수익성이 높은 작물은 다음 파종 시기에 더 많은 사람이 재배하게 되고, 이는 다음 수확시기에 공급 초과로 인한 수익성 감소를 부른다. 수익성 감소는 다시 재배 감소로 이어져 다음 수확 때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수요는 즉각적으로 변화하는데 공급 변화는 즉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가격변동을 경제학에서는 ‘거미집 이론’이라고 부른다. 거미집 이론은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창업했을 때 왜 성공하기 힘든지를 잘 설명해주는 이론이기도 하다.

 

멀쩡히 잘 있는 가게를 인수하는 것이 아닌 이상, 새로운 가게를 차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애초에 어떤 아이템이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인기라는 것은 사이클상 정점에 다가가는 중이란 것이며, 그로 인한 고수익을 노리고 많은 사람이 뛰어들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먼저 언급했다시피 새로운 가게를 차리고 시장에 진입하기까지는 시간 차이가 있기에 공급이 정점에 도달하기까진 꽤 시간이 걸린다.

 

결국 늘어나는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순간이 도달하고, 유행의 특성상 포화해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진입까지 걸리는 시간차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공급은 한동안 증가하게 된다. 이후 이미 공급이 수요를 크게 넘어선 상태이기에 점포당 매출은 크게 감소하고 결국 연쇄적인 폐업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유행 아이템에서 발생하는 버블과 붕괴다.

 

유행하는 아이템, 그리고 사업에 함부로 뛰어들 경우 망하기 쉽다는 대전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믿음을 갖고 진입한다. 이 자신감의 근원은, 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피상적인 이해만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흔히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러나 때로는 실패에서 얻는 깨달음을 실패를 하지 않고서도 얻을 수 있다. 실패는 분명 교훈이 되지만 시간과 기회와 자본의 손실을 병행한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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