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클라스업] 핼러윈은 그냥 핼러윈일 뿐

밀레니얼세대 덕분에 전 세계로 확산…문화엔 관대함 필요

2018.10.29(Mon) 18:51:10

[비즈한국] 핼러윈데이는 10월 31일이지만, 주말이던 27~28일에 전국적으로 핼러윈 축제가 많았다. 특히 홍대나 이태원 등에선 특이한 코스튬을 한 이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는데, 지방 소도시부터 서울 이태원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핼러윈 축제나 행사가 벌어졌다. 금융사를 비롯해 유통업계, 호텔업계, 식품업계, 패션업계, IT업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기업이 핼러윈 축제를 후원하거나 주최하고, 핼러윈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봐도 마녀모자나 드라큘라 이빨, 뿔 달린 헤어밴드와 히어로 캐릭터 옷을 비롯 각종 핼러윈 코스튬 용품들을 팔고 있고, 호박 조명이나 호박 인형도 판다. 호텔에선 핼러윈 데이 상품을 팔고, 외식업계와 주류업계도 적극 핼러윈 파티를 만들어낸다.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핼러윈 분장하고 사탕과 초콜릿을 누가 더 많이 받았느냐를 경쟁할 정도이고, 학교와 학부모까지 나서서 핼러윈데이를 적극 받아들인다. 확실히 한국에서도 핼러윈데이가 자리 잡아가는 증거다. 

지난 주말 이태원에서는 많은 사람이 모여 핼러윈을 즐겼다. 사진=차형조 인턴기자


핼러윈을 바라보는 시각도 아직은 차이가 있다. 2030, 즉 밀레니얼세대를 비롯해 10대와 그 이하에선 핼러윈에 호의적이다. 즐겁게 코스튬하면서 놀고 자기 표현하는 축제 같은 놀이이자 문화다. 하지만 기성세대에겐 아직 낯설다. 일부 기성세대는 미국 축제를 왜 한국인이 즐기냐며 눈살을 찌푸리며 아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사실 핼러윈은 미국의 대표적 축제이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즐긴다. 한국에선 2000년대 초반에 들어왔지만 그땐 이태원을 중심으로 해외 유학파와 미국 문화에 관심 많던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달라졌다. 확실히 밀레니얼세대의 문화적 영향력 때문이다. 밀레니얼세대가 확산시키는 문화를 기성세대로선 경계하며 보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핼러윈데이는 그냥 핼러윈데이일 뿐이다. 심각할 게 전혀 없다.

핼러윈데이가 과거보다 요즘이 더 뜨거워지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1980~90년대 미국의 경제 호황기를 경험한 밀레니얼세대가 어릴 적 추억을 바탕으로 적극 핼러윈 축제를 즐기면서 아이들 영역이던 핼러윈 소비를 2030세대의 소비영역으로 성장했다. 

전미소매협회(NRF)가 추산한 올해 핼러윈 기간의 소비 규모는 90억 달러, 즉 10조 원이 조금 넘는다. 2013년 70억 달러였고 매년 소비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류업계, 제과업계는 이 시기 엄청난 특수를 누려, 관련 기업들의 4분기 실적에서 중요 변수가 될 정도다. 핼러윈 코스튬 의상 소비에 32억 달러(3조 6500억 원),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사는 초콜릿과 사탕 소비에만 26억 달러(2조 9700억 원)를 쓰는 걸 보면 엄청난 일이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인 1억 7500만 명이 핼러윈 관련 축제에 참여하고 1인당 평균 86.79달러(9만 9000원)를 쓴다는 게 전미소매협회의 분석이다. 

엄청난 소비가 이뤄진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핼로윈이 일상의 축제라는 점이다. 대다수 미국인은 아이들이 찾아올 수 있게 호박과 각종 핼러윈 장식물로 집을 꾸미고, 집을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준다. 아이들은 귀신 분장이나 코스튬 의상을 입는다. 성인들도 코스튬을 하고 파티를 즐긴다. 한마디로 즐거운 날이다. 

아이들에게 핼러윈은 귀신 분장을 하고 어른들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받는 즐거운 날이다.


아직 한국에선 큰 소비가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점점 소비 규모는 커지는 추세다. 그만큼 우리에게도 핼러윈데이가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걸 또 상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자면 세상에 상술 아닌 게 어딨겠나. 우리 명절인 추석과 설만 해도 기업들이 적극 상술을 발휘하며 소비를 끌어올리는 시기다. 사실 기업은 그런 거 하는 게 일이다.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기보다 그냥 즐거운 날로 즐기는 이들이 더 많다. 추석이나 추수감사절이나 가족끼리 어울려 밥 먹으며 기념할 일인 건 마찬가지다. 핼러윈데이도 마찬가지다. 우린 남들과 어울릴 거리, 즐겁게 놀 거리들이 더 필요하다. 심각할 필요도 없고, 어느 나라 문화냐를 따질 필요도 없다. 이미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전 세계 문화와 전 세계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누리는 시대에 아직도 과거식 발상으로 우리 것이냐 외국 것이냐를 따지는 것은 쓸데없다. 

문화적 수용의 관대함은 여유에서 비롯된다. 핼러윈데이를 두고 세대 차이를 거론하는 건 오버다. 문화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내가 즐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인데, 설령 내가 즐기지 않더라도 그걸 즐기는 이들에게 관대한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핼러윈데이는 그냥 그런 날이다. 즐거우면 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역세권에도 등급이 있다
· [리얼 실리콘밸리] 평범한 주부의 유튜브 성공기 '미주리 스타 퀼트'
· [클라스업] 빈티지 시계와 중년 남자의 공통점
· [클라스업] 중년 남성이여, 편집숍에 가라
· [클라스업] 쌀밥에도 '취향'이 있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