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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춤이 절로 나오는 마카롱과 아이돌의 멋진 안무

형형색색 호라이즌16 마카롱에 어울리는 아이돌 안무를 고르다

2018.11.13(Tue) 14:20:06

[비즈한국] 빼빼로데이를 맞이하는 양과자점의 자세로는 대략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 빼빼로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기존에 자신들이 만들던 마카롱, 파운드케이크 같은 메뉴를 기다랗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빼빼로데이 특별판을 만드는 곳이 있다. 

 

백미는 특별판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회사가 발표하는 콘셉트카나 마블이 공개하는 티저 영상과도 같다. 양과자점의 방향성이나 기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번 빼빼로데이에는 연남동의 이름난 양과자점인 호라이즌16(horizon16)의 빼빼로데이 에디션을 주문했다.


형형색색 호라이즌16의 빼빼로데이 에디션. 사진=이덕 제공

 

호라이즌16이 팬톤사이트를 뒤져가며 맞춘 마카롱의 화려한 색상조합은 빼빼로데이의 분위기를 한껏 북돋아준다. 녹색과 노랑 꼬끄 사이에 다시 녹색 필링이 들어간 마카롱을 먼저 집는다. 말차 밤이다. 말차 베이스 가나슈에 공주 정안밤으로 만든 마롱글라세가 들어간다.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에 말차향이 가득 찬다. 그 한 입은 깊숙해야 한다. 그래야 마롱글라세까지 맛 볼 수 있다. 이윽고 묵직하고 진한 밤 맛이 난다. 엉덩이가 씰룩이더니 이내 벌떡 일어서고야 말았다. 신 난다! 신 나는 맛이야. 밤! 밤? 밤!!

 

‘밤바라따따따.’

 

 

2NE1은 항상 강렬한 안무를 선보이던 아이돌이었다. 특히 유연하면서도 파워풀한 공민지, 기운이 넘치는 씨엘의 조합은 전무후무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이 뮤직비디오에선 전체적으로 자신의 강력함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안무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2분 40초부터 나오는 안무가 정말 멋있다. 누가 니가 나보다 더 잘나가 노노노노 나나나나.

 

입을 헹구기 위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신다. 달고 향이 좋은 마카롱은 도수가 높은 술에 곁들이기에 좋다. 

 

다음으로 수상한 연두색 마카롱을 한 입 먹는다. 와사비와 고흥 유자로 만든 와사비 유자 마카롱이다. 내 본능이 분명 알싸하다고 기억하지만 실제로는 알싸하지 않은, 알싸함에 다다르기 직전의 예고편 같이 옅은 와사비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어서 싱그러운 유자가 내 후각 어딘가에 엉덩이를 살짝 콩 찧고 떠난다. 

 

이미 내 몸은 와사비를 익숙하게 알고 있기에 와사비 향이 느껴지는 순간 살짝 긴장했다. 척추에서 시작되어 손 끝, 발 끝까지 얇게 힘이 들어간다. 딱 이런 상태에서 추기 좋은 춤이 있다.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최고의 안무다. 한국 아이돌의 안무는 으르렁 전후로 나눠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 전체에 얇은 긴장감을 유지한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작의 크기가 아니라 속도 제어다. 빠른 동작은 굉장히 빠릿하게, 느린 동작은 멈춘 듯 느리게 속도 변화를 극적으로 가져간다.

 

마치 필름을 빠르게 감다, 느리게 감다를 반복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 빠르고 느린 변화를 촘촘하게 배치한다. 여기에 많은 인원이 함께하고, 동선을 크게 가져가며 스케일을 더한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머리가 크고 팔다리가 짧은 한국인 체형으로도 한껏 폼 나게 출 수 있다는 것이 이 안무의 가장 놀라운 점이다. 물론 마른 몸을 갖고 있어야겠지만. 

 

세 번째 마카롱은 매혹적인 빨간색을 선택했다. 캐러멜, 헤이즐넛 가나슈에 마카다미아와 카시스잼을 더한 어텀 헤이즐넛이다. 빨간색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고, 진한 캐러멜 맛과 새콤한 카시스잼이 탕탕 튀어오르니 더할 나위 없다. 

 

 

팔동작에 주목하자. 노래와 무대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와는 달리 러시안 룰렛의 안무는 빠르고 현란한 팔동작이 주를 이룬다. 역시 현란한 팔동작으로 유명한 춤 왁킹(Waacking)에서 가져온 듯한 동작이 많이 등장한다. ‘러시안 룰렛’이라는 가사가 나올 때마다 쌍권총을 빠르게 꺼내 들었다 내리는데 저 동작 하나를 보기 위해 러시안 룰렛 영상을 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안무다. 

 

아이돌에게 안무를 짜주는 한국의 안무가들은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춤을 직수입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재료로 요리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춤, 해당 아이돌의 특징, 노래, 의상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하여 안무를 짠다.

 

차일디시 감비노의 ‘디스이즈아메리카(This is America)’에 나오는 아프리칸 댄스 중 상당 부분이 방탄소년단의 ‘IDOL’ 안무에 한국 춤과 섞여 녹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춤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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