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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하얗게 눈이 내린 바닐라타르트와 하얀 노래들

하얀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었기에 디저트도 하얀색을 골랐다

2018.11.26(Mon) 14:22:05

[비즈한국] 많이들 하는 푸념이지만 가을이 정말 짧아졌다. 가을이 끝나기 전에 가을 디저트를 마저 소개하고 싶었다. 지난주엔 밤으로 만든 몽블랑이었고, 이번주는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로 정해둔 상황이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조바심이 나서 친구에게 언제까지가 가을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전, 첫눈이 내렸다. 펑펑. 애플파이를 먹으면 어떤 음악이 떠오를까 기대하고 있었거늘. 

 

첫눈이 내리며 가을이 끝났음을 알렸기에 애플파이도 물 건너갔다. 애플파이는 나중에 이 충격이 가시고 나면 먹어야겠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요즘엔 애플파이가 1년 내내 나온다. 

 

하얀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었기에 역시 새하얀 디저트가 좋겠다. 이를테면 바닐라타르트(Tarte Vanille). 바닐라를 잘 다루는 가토 드 보야주(Gateaux de Voyage)로 향한다. 

 

가토 드 보야주의 바닐라타르트에는 바닐라 맛이 가득하다. 바닐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커다란 바닐라 축복과도 같다. 적당하게 잘 구워진 빠뜨 쉬크레 위에 마스카포네와 가나슈 베이스의 바닐라 크림이 올라갔다. 어떻게 베어 먹어도 입 안에 온통 바닐라 향이다. 

 

가토 드 보야주의 바닐라타르트. 사진=이덕 제공

 

창 밖도 하얗고 탁자 위 타르트도 하얗다. 두 개의 하얀 색을 번갈아 바라보니 문득 이맘때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보석 같은 디제이, 타이거디스코가 댄스플로어에서 종종 틀던 노래가 떠오른다. WHITE가 부른 W.H.I.T.E다. 흰색이 부르는 흰.색. 

 

디즈니와 관련없는 노래다.

 

스피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눈 앞에 동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마법의 성문을 열면 피터팬이 날아다니고 램프의 요정을 쫓으며 모험이 시작된다. 동화 속에선 어떤 춤을 출까?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있고 지금은 새벽 2시의 클럽인데 동화 같은 세계라니 정말 짜릿하다. 

 

바닐라는 아주 섬세한 향이기에 바닐라타르트를 온전히 즐기기엔 커피보다 홍차가 낫다. 홍차 중에서도 바닐라 향이 첨가된 가향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살짝쿵 쌉싸름한 얼그레이는 바닐라타르트와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비가 되어 좋고, 옅은 향의 싱그러운 녹차는 바닐라향 위에 살짝 얹혀지니 둘 다 아주 좋다. 코 끝에서 다채로운 향이 팡팡 터지는 느낌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꽃향이 나는 차도 좋겠다. 

 

첫눈이 알린 겨울을 보고 있자니 머라이어 캐리보다 한 발 앞서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릴까? 이번 크리스마스는 바닐라타르트일까, 쇼콜라타르트일까? 

 

JINU의 엉뚱한 상상.

 

이 노래 또한 이맘때 타이거디스코가 댄스플로어에서 종종 틀곤 했다. 그러면 새벽 3시, 한 손에 맥주를 든 클러버들은 흥겹게 춤을 추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원한다. 더불어 굳이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창 밖에 눈이 내리는 것을 발견하면 머리 속에 ‘창 밖을 봐 눈이 와’라는 가사가 맴돌았다. 

 

바닐라타르트를 다 먹었다. 훌륭한 바닐라타르트였다. 이토록 훌륭한 가토를 즐기고 나면 항상, 이런 가토를 만든 파티셰가 옛날엔 무엇을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해진다. 태어나자마자 이런 가토를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1996년에 저런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래를 만든 저 ‘JINU’라는 음악가는 지금 어떤 음악을 만들고 있을까? 그는 밴드 ‘롤러코스터’를 거쳐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f(x)’의 ‘피노키오’와 같은 곡을 만들더니 아래와 같은 음악가가 되었다. 

  

바로 히치하이커.

 

얼음장같이 차가워 보이는 히치하이커의 의상을 보고 있으니 이번 겨울은 과연 얼마나 추울지 걱정이 앞선다. 트럼프의 착각과는 달리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 바닐라타르트와 한 잔의 홍차로 몸을 덥히고 춤으로 체력을 보강하며 이번 겨울을 날 준비를 해야겠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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