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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의료 불균형 해법은 공공의료대학원"

중소병원 지역, 종합병원 지역 사망률 2배 이상 차이…"공공의료로 해결해야"

2018.12.18(Tue) 16:27:28

[비즈한국] “이국종 교수의 중증외상이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중증환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얘기를 못 하기 때문이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도 마찬가지다. 지역 환자들의 피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의 말이다. 안 대표의 말처럼 최근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소병원만 있는 지역과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의 사망률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앞으로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려면 수도권 외 지역 병원의 의사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도 대도시보다 중소도시에 있는 병원의 처우가 더 좋은데도 의사들이 가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역 병원 의사들의 급여가 두세 배 많은데도 안 간다. ​의사들이 ​자녀의 교육 문제에 신경 쓸 수 있고, 힘이 덜 들고, 의료사고가 덜 나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앞으로 지역 간 의료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탓에 병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병원과 의사는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 게다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서울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2025년께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지난 17일 ‘비즈한국’은 의료 불균형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온 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 “문재인 케어 이후 의료 불균형 문제 피부에 와닿아”

 

안 대표가 요즘 관심을 가지는 이슈는 ‘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이다. 그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 공공의대 설립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는 2021년 12월 첫 신입생 선발을 목표로 전라북도 남원에 49명 정원의 공공의대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신 학생은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도서 산간 지역 등 의료 취약지에서 최소 1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심화하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다. 지난 2013년 4월 남원에 있던 서남의대가 폐교한 이후 나온 대안이다.

 

공공의대 설립은 몇 년간 지체됐기에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정부가 선뜻 나섰다. 국민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안 대표는 “공공의료에 관심을 가진 건 이번 정부가 거의 처음이다. 이전 정부들도 지역 간 의료 격차가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라고 여겼다”며 “문재인 케어로 병원비가 해결되기 시작하니까 (국민이) ‘왜 내가 갈 수 있는 병원이 서울에만 있지, 왜 우리 지역에는 명의(名醫)가 없지’ 하는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대표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국립공공의료보건대학원이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현재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자유한국당과 의사협회에서는 ​여전히 ​반대 의견이 적잖다. 공공의대가 설립돼도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에 가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며 차라리 구급차나 응급 대원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또 정부가 학생들의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탓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구급차와 응급 대원을 늘리는 것과 공공의대 설립은 함께 가야 한다”며 “양질의 의사를 배출하려면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 혜택은 오롯이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소위 교육부가 전공의 수련비용을 다 지원한다. 그만큼 전문의 인력 양성을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지방 병원에 가면 한 과에 3명 정도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 지방 병원에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지방에 가려는 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지방 병원에 가면) 혼자 독박을 써야 해서 더 못 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을 환영하지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원이 49명으로 한정된 것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49명 이상으로 공공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기로 합의한 것 같다.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모른다. 이렇게 된다면 환자, 즉 국민이 정부에 반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공공의대 발판 삼아 의사 대폭 늘려야”

 

이날 안 대표는 공공의대 설립에서만 그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공공의대를 설립하지 말고 그 정원을 전국의 의과대학으로 나누자는 의견이 있다”며 “하나만 설립할 것 같으면 그렇게 하는 게 훨씬 낫지만, 지금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만큼 공공의대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체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의대를 시작으로 의사 정원을 대폭 늘려 의사를 대거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의사 인력이 부족한 데다 그들마저 수도권에만 집중되다 보니 지역 간 의료 격차가 계속해서 심화한다는 것. 그 공백을 현재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채우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병원 의사들이 PA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방조했다며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모든 보건 인력이 부족하지만 의사 인력이 특히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칼을 전해주는 등 순수한 의미의 수술보조만 해야 하는 ‘PA 간호사’가 봉합을 하거나 지혈을 하고 있다. 이것은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현장에서 3000명 이상의 PA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모두 전과자가 될 수 있는 부담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탓에, 수술보조만 해야 하는 ‘PA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진=임준선 기자

 

안 대표는 정부나 의료계가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첨단 의료기술을 도입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그런 기술들은 ‘있는 사람들’​만이 누린다”며 “무엇보다도 의사 인력을 충분히 확충해서 양질의 치료를 받는 것, 환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 의사 인력 부족 문제는 환자들에게는 생명이 달린 문제”라며 “공공의대가 적어도 도마다 하나씩 생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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