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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프랑스 스타트업 쌍두마차, 시그폭스와 블라블라카

'유니콘' 등극 두 스타트업 창업자 극과 극, 한 명은 금수저 한 명은 흙수저

2019.02.11(Mon) 14:46:14

[비즈한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관점에 따라 그리고 ‘스타트업’의 정의와 범주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성장하며 프랑스 스타트업·벤처창업계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떠오른 다음의 둘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IoT·통신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시그폭스(SigFox)와 유럽 최대의 차량 공유 업체인 블라블라카(BlaBlaCar). 

 

두 회사는 2014년경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등극하였다. 

 

프랑스 스타트업계의 쌍두마차 시그폭스(왼쪽)와 블라블라카 로고. 사진=각 사 홈페이지

 

첫 테이프는 블라블라카가 끊었다. 이 회사는 2014년 7월에 Index Ventures가 주도한 시리즈 C(3차) 펀딩으로 1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데, 당시만 해도 프랑스 스타트업 역사상 한 라운드에서 가장 큰 자금을 모집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2012년에 미디어 스타트업인 디저(Deezer)가 워너뮤직 등으로부터 1억 3000만 달러를 투자 받는 등 더 큰 딜이 있기는 하였으나, 벤처캐피털(VC)이 주도한 펀딩으로는 이때가 최대였다. 

 

이 기록은 이듬해인 2015년 2월 시그폭스가 시리즈 D(4차) 펀딩을 통해 1억 1500만 달러 자금 유치에 성공하면서 깨지게 된다. 이 펀딩에는 VC와 재무적 투자자뿐 아니라 스페인의 통신사업자 텔레포니카, 한국의 SK텔레콤, 일본의 NTT 등 시그폭스를 잠재적 경쟁자로 여길 만한 기존 통신사업자들도 대거 참여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 기록은 같은 해에 블라블라카가 다시 2억 달러 펀딩에 성공함으로써 갈아치우는데, 이에 질세라 시그폭스는 다시 2016년 11월에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 등 대기업 및 사물인터넷 관련 기업들로부터 1억 6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일련의 성공적인 자금 유치를 통해 프랑스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떠오른 시그폭스와 블라블라카의 성장은, 당시 경제부 장관으로서 스타트업을 육성하여 침체되어 있는 프랑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던 에마누엘 마크롱의 입맛에 딱 맞는 사례였다. 당시 마크롱 장관은 올랑드 대통령에게 강력히 건의하여, 2016년 4월 두 회사의 창업자들은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종도뇌르 (Légion d’Honneur) 훈장을 받았다. 

 

프랑스는 2017년 1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미국의 CES에 238개의 스타트업을 참가시켜 ‘창업국가’의 위상을 과시하였는데, 이는 주최국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 번째 규모였다. 여기에서도 시그폭스와 블라블라카가 쌍두마차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두 회사는 모두 플랫폼을 사업 모델로 한다. 초기에 과감한 투자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블라블라카의 사업이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B2C로서 무형의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한다면, 시그폭스의 사업은 기업을 상대하는 B2B이며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네트워크를 설치한다는 차이가 있다. 블라블라카의 투자자가 VC와 재무적 투자자 중심인 반면 시그폭스는 사물인터넷 사업 확장의 실질적 교두보가 될 수 있는 대기업들로 이루어진 전략적 투자자들이 주축인 것은 그 때문이다.

 

사업 내용의 공통점·차이점 외에,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회사 창업자의 배경이다.

 

블라블라카의 창업자이자 CEO인 프레데릭 마젤라(Frédéric Mazzella)는 ‘금수저’ 출신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파리의 최고 명문학교인 앙리 4세 고교와 예비학교를 졸업하고 역시 명문 그랑제꼴인 ENS(Ecole Normal Superieure)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전산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이다. 미국이나 한국의 전형적인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스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시그폭스의 창업자인 루도빅 르모앙(Ludovic Le Moan)은 이른바 ‘흙수저’다. 노동자 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반항적인 10대를 보내며 고교를 중퇴한 뒤 직업학교를 전전하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다. 

 

시그폭스의 창업자 루도빅 르모앙(왼쪽)과 블라블라카의 창업자 프레데릭 마젤라. 르모앙은 노동자 계급 출신, 마젤라는 부유한 집안의 엘리트 출신이다. 사진=각 사 홈페이지

 

창업 과정도 대비된다. 블라블라카는 마젤라가 컨설팅 회사와 다국적 대기업 등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다가 창업한 첫 회사다. 반면 시그폭스는 SI(시스템통합)업체에서 일하던 르모앙이 상사와 갈등을 빚고 뛰쳐나와 뚝심과 패기만으로 창업한 뒤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일궈낸 회사다.

 

비즈한국에 매주 연재하게 될 이 칼럼의 첫 회에 두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과 성장 과정 등을 다루는 한편 창업자들의 배경과 인간적인 면 또한 소개하기 위해서다.

 

기술 발달과 투자 환경 등이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스타트업의 기술과 사업 모델 또한 닮아간다. 미국과 한국에서 AI와 블록체인, O2O와 모빌리티 등이 창업의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을 때,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장과 성공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투자 및 사업 환경 등은 여전히 각국의 시장 환경과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에 못지않게, 창업에 이르기까지 창업자들이 교육받고 성장한 배경 또한 중요하다. 특히 유럽의 창업가들은 다양한 개성과 배경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유럽의 스타트업 환경뿐 아니라 문화와 경제적인 측면에도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물론 재미는 덤이다. 

 

필자 곽원철은 한국의 ICT 업계에서 12년간 일한 뒤 2009년에 프랑스로 건너갔다. 현재 프랑스 대기업의 그룹 전략개발 담당으로 일하고 있으며, 2018년 한-프랑스 스타트업 서밋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기재부 주최로 열린 디지털이코노미포럼에서 유럽의 모빌리티 시장을 소개하는 등 한국-프랑스 스타트업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곽원철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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