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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걸 믿어요? 순진하기는" 부동산 앱 허위매물 분투기

싸고 좋으면 '확실 매물'이더라도 허위…"손님끌기용 광고" 당당한 공인중개사

2019.03.08(Fri) 15:19:45

[비즈한국] 이사철을 맞아 부동산 시장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부동산 앱으로 원하는 조건의 매물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다 보니 ‘손품’ 팔아가며 집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그 중에는 허위매물도 상당수라 주의가 요구된다. 

 

부동산 앱에 ‘확실한 매물’이라 소개된 물건도 직접 연락하면 허위매물인 경우가 많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의 원룸밀집지역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 ‘확실 매물’이라더니 연락해보면 허위매물 “광고일 뿐”

 

지난 7일 한 부동산 앱을 통해 서울 관악구의 오피스텔 월세 물건을 검색했다. 30만~70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물건이 사진과 함께 나열됐다. 그 중 23㎡(약 7평)가량의 오피스텔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8만 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등록됐는데 실내 인테리어도 훌륭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물 상세 설명란에는 ‘역세권에 위치해있고 보안이 철저한 오피스텔로 주변 인프라가 잘 형성돼있어 주거환경이 편리하다’고 돼있었다. ‘확실한 매물’이라는 문구도 찾아볼 수 있었다.  

 

물건을 등록한 공인중개사에게 방을 직접 보고 싶다며 연락했다. 그는 “해당 물건은 한 달만 이용 가능한 단기 상품”이라며 “다음 세입자가 전세로 들어오기 전 한 달만 이용 가능한 것이라 저렴하게 내놓은 물건이다. 실제로는 없는 상품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비슷한 가격대로 좋은 물건이 많다. 직접 만나 보여주겠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비슷한 가격대라며 안내한 집은 앱에 등록된 물건과 주거환경이 확연히 달랐다. 9.9㎡(약 3평) 남짓의 원룸은 한쪽 벽의 벽지가 찢어져 너저분했고, 역세권에서도 한참 떨어진 골목 안쪽이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앱에 올라온 물건을 그대로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앱에서는 근처에 어떤 공인중개소가 있는지만 확인해야지 올라온 가격에서 거래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앱에는 사실상 제대로 된 물건을 올리지 않는다. 집을 구하려면 직접 발로 뛰며 찾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위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를 신고하려 다시 부동산 앱을 켰지만 이미 해당 매물은 삭제된 상태라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중개업소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격을 서로 낮춰 올린다. 일종의 광고라고 생각해야지 가격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관악구 A 공인중개업소를 방문해 앱에 등록된 오피스텔의 거래 가격을 확인했다. 현재 거래되는 가격은 보증금 1000만 원에서 월세 70만 원 수준. 30만 원대 오피스텔을 찾자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혹시 부동산 앱에서 봤느냐”고 반문하며 “그건 모두 허위매물이다. 이곳 시세가 60만 원에서 70만 원대로 형성된다. 손님 끌기용으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올리는 업체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허위매물도 상당수다. 부동산 앱을 통해 인천 지역의 오피스텔을 검색하고 몇 곳의 공인중개소에 연락했지만 모두 허위매물로 확인됐다. 한 공인중개사는 “문의한 매물은 앱에 올라온 가격보다 실제 거래가가 비싸고 현재는 매물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격을 정확히 올리지 않은 이유를 되묻자 그는 “중개업소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격을 서로 낮춰 올린다. 일종의 광고라고 생각해야지 가격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부동산 앱에 올라온 저렴한 물건은 대부분 허위매물이다. 요즘 업체들이 모두 경쟁적으로 허위매물을 올리기 때문에 믿으면 안 된다”면서 “어차피 다른 물건도 다 허위매물이니 괜히 헛수고 말고 우리 공인중개소와 거래하는 것이 낫다. 직접 만나면 제대로 된 물건을 소개해주겠다”고 말했다.

 

# 부동산 플랫폼 관리 중이라지만 허위매물 근절 어려워 

 

온라인상의 부동산 허위매물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부동산, 부동산114, 카카오 등 20개 부동산 정보제공 사이트의 허위매물을 관리하는 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2017년 3만 9269건이었던 허위매물 건수는 2018년 11만 6012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1월에는 5814건, 2월에는 5198건이 허위매물로 신고됐다.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다방, 직방 등 모바일 부동산 앱은 참여하고 있지 않아 모바일 앱의 허위매물 건수를 합산하면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 다방 등의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허위매물 관리를 철저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직방 제공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 측은 허위매물 관리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직방 관계자는 “허위매물 아웃 프로젝트를 연중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허위매물 신고 건수를 지역 평균 13% 줄였다”라며 “올해는 허위매물아웃연구소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허위매물 검증을 할 것이다. 진화하는 허위매물 패턴을 연구하고 피해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방 관계자 역시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인력을 매물검수팀에 배치해 일일 단위로 매물을 검수하고 제재하고 있다”며 “허위매물로 의심되는 매물은 즉시 비공개 처리한다. 경고 징계 등이 4회 누적 시 해당 부동산은 계약 해지 및 퇴출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앱을 사용하는 공인중개사 일부가 허위매물 게시를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동중개를 하는 시스템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이미 다른 부동산에서 거래 완료된 것을 삭제하지 않아 모르고 소개하는 부동산이 있기도 해 허위매물이 많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인중개업자에게 무조건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게 바람직한 정책을 만들고, 관리 감독도 지속하며 허위매물 근절에 앞장설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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