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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네릭 규제 강화 방침에 중소제약사 '오들오들'

공동생동 단계적 폐지, 제네릭 약가 인하 '이중고'…소비자 안전 우선해야 반론도

2019.03.21(Thu) 16:26:08

[비즈한국]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규제를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고혈압약 원료인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뒤 나온 조치다. 제네릭 의약품을 주로 판매하는 중소제약사들에게는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 일각에서는 중소제약사 존폐 위기까지 거론된다. 중소제약사의 위기가 국내 의약품 이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제네릭 규제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네릭 의약품을 주로 제조·판매하는 중소제약사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 공동생동 폐지, 제네릭 약가 인하 유력

 

우선 ‘공동·위탁 생동학적 동등성 시험(공동생동) 제도’ 폐지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지난 13일 취임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동·위탁 생동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제네릭 허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27일 류영진 전 식약처장도 제약업계 CEO(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공동생동 제도를 3년 후 완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생동 제도란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을 다수의 회사가 비용을 공동으로 지불하고 함께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의 특허 기간이 끝나면 출시될 수 있는데, 오리지널 제품과 효능, 함량, 제형, 성분 등이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제네릭 제품을 내놓으려는 제약사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왔다.

 

공동생동이 당장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3월 중 품목허가 개정 고시를 통해 공동생동에 1개 제조사와 3개 위탁사만 참여할 수 있게 제한하는 안을 만들어 내년 상반기 중 이를 시행하는 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2023년에는 아예 공동생동이 금지된다. 하나의 제네릭당 하나의 생동자료가 필요하도록 바뀐다.​

 

식약처는 공동생동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1개 제조사와 3개 위탁사만 참여할 수 있는 1단계 방안이 추진된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문제는 해당 제도가 폐지될 경우 중소제약사에 가해지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중소제약사의 경우 제네릭 제품의 비중이 높고, 자금 여력이 부족해 공동생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생동시험에는 건당 1억~5억 원이 소요된다. 경보제약 관계자는 “생동시험을 안 하면 비용이 증가해서 (약을 내놓기) 힘들다”며 “실적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내놓은 ‘공동생동 폐지’의 연장선상으로 보건복지부가 조만간 ‘제네릭 약가 인하’ 방안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중소제약사의 고충은 더 커지고 있다. 복지부는 세 가지 조건(△생동성 시험 제약사 직접 수행 △원료의약품 등록 △등록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 의약품 제조)을 정하고,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현재 수준의 약가를 유지토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까지 약가가 보장된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안전성의 담보를 위해서 안전한 의약품에 값을 제대로 주겠다는 취지”라며 “그 방안에 대해서 확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약사들이 미리 알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3월 중으로 확정방안을 발표할지는 좀 더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고혈압약 원료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안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류영진 전 식약처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유독 제네릭에 칼날을 겨누는 정부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지난해 7월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에서 제조한 고혈압약 원료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며 발사르탄을 원료로 사용한 국내 82개사 219개 제품의 판매와 제조가 중지됐다. 제네릭이 난립한 탓에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관계자는 “국민에게 안전하게 관리되는 약들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식약처에서 나온 제네릭 관리 방안과 연계해서 약가에서도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편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소제약사들의 반발이 7년 전 약가제도 개편 이후 최대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2012년 4월,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만료 후 1년까지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를 기존 80%에서 70%로, 첫 번째 복제약도 68%에서 59.5%로 인하하고, 1년 후에는 오리지널 가격의 53.55%로 인하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당시에도 파장은 거셌다. 몇몇 제약사가 복지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중소제약사들의 구조조정도 시작됐다. 삼일제약이 전체인력의 20%인 100명을, 태평양제약은 영업사원 100명을 내보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약가 인하 정책 이후 코스피 의약품 지수가 유의하게 하락했다.

 

지난 2012년 정부가 약가일괄인하 정책을 실시한 이후 코스피 의약품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약산업 구조분석과 발전방향’


# 중소제약사 퇴출되면 소비자 선택권은?

 

이번 조치가 제약업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는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상위 제약사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대형제약사들은 제네릭을 만든다고 해도 공동생동성 실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이 없어서 대형제약사에는 영향 자체가 없을 것 같다”며 “중소형 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쟁에서 밀린 중소제약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의약품이 더욱 줄어든다. 가격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하면서 기능과 효과는 비슷한 제네릭이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약값이 당장 인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바로 소비자들에게 타격이 가지는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직접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1차 소비자’라고 보면 된다. 의사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소제약사가 미국의 테바(TEVA)사를 본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스라엘 지역 기업에서 시작한 테바는 현재 세계 1위 제네릭 업체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테바는 강점인 제네릭 의약품의 품목을 다변화시켜 경쟁 제약사를 압도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렇게 내수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초석을 쌓았다.

 

제네릭에만 몰두해온 중소제약사들이 차별화를 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네릭은 사실 모방이다. 중소제약사들은 보통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모방을 많이 하지만 나름의 특화된 분야가 있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소형 회사가 그렇게 성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연구개발, 마케팅, 영업 등에서 꾸준히 한 분야를 개척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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