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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료용 대마 합법화 첫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가보니

국내 유일 공급처, 방문객 없이 한산…의료보험 적용·거점 약국 확대 검토 중

2019.03.13(Wed) 15:09:49

[비즈한국]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치료 목적으로 대마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마성분 의약품의 구매 절차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마 단속 48년 만에 대마를 의약품으로 사용할 길이 열렸다.

 

앞으로 희귀난치 질환자들은 식약처에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한 후 승인을 받으면 대마성분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다만 허가가 났다 할지라도 모든 약국에서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하나뿐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만 공급된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첫날 분위기는 어땠을까. ‘비즈한국’이 지난 12일 오전 10시경 서울시 중구에 있는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찾았다.

 

희귀난치 질환자들은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으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대마성분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사진=김명선 기자


# 방문 대신 식약처에 전화 문의만 쇄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희귀의약품을 환자 대신 수입한 후 보관하고 제조해 환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식약처 산하 기관이다. 국내에 마땅한 대체 치료수단이 없다고 여기는 희귀난치 질환자들에게는 ‘희망’과 같은 곳이다. 대마성분 의약품을 수입해 공급하는 곳도 이곳이다.

 

일각에서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 첫날 센터가 마비될 것으로 봤다. 자가 치료 목적으로 대마를 원하는 환자가 상당해 직원들이 ‘업무 과다’ 현상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지난해 12월 강성석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대표도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3월 12일부터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첫날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센터는 한산했다. 사진=김명선 기자


12일 오전 10시 30분,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센터 앞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센터 내에는 환자에게 약에 대한 설명과 복약지도를 해주는 약국도 있었지만, 센터를 직접 찾아 의료용 대마에 관해 물어보는 환자는 없었다. 약국 안내데스크 직원 A 씨는 “오늘 아직 찾아온 환자 분은 없다. 문의 전화는 많이 왔다. 아무래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절차나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주로 물어본다”고 밝혔다.

 

한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두 명의 택배기사와 약품을 받으러 온 환자 보호자 한 명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마저도 대마성분 의약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감정기능 조절 치료제 ‘뉴덱스타’를 받으러 온 양 아무개(66) 씨는 “센터에는 처음 들렀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루게릭병 환자들도 많이 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희귀난치 질환자들이 센터를 찾지 않은 이유는 환자들이 희귀의약품센터에서 대마성분 의약품을 공급받기까지 몇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합법화 당일이지만 센터를 찾아와도 바로 의약품을 얻을 수 없는 것. 식약처에 따르면 대마성분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신청서와 진단서, 진료기록, 의학적 소견서 등을 제출해 환자가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희귀난치 질환자들이 대마성분 의약품을 공급받으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희귀난치 질환자들은 센터를 직접 찾기보다 식약처에 문의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마약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어제(11일)부터 대마성분 의약품과 관련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주로 허가받을 수 있는 절차를 물어보는 등 상담을 한다”고 밝혔다.

 

# 약값 부담에 구입처도 단 한 곳…환자들 “갈 길 멀었다​ 

 

12일부터 우리나라도 ‘의료용 대마 합법화’ 국가에 들어서며 희귀질환자들의 치료기회가 확대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우선 환자들은 의약품의 비용이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대마성분 의약품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은 아직 논의 중이다.

 

뇌전증을 앓는 자녀를 둔 황주연 씨는 “식약처에 문의해보니 이번에 허가된 제품 중 에피디올렉스(Epidiolex)의 경우 한 병에 160만~170만 원이라고 한다. 에피디올렉스는 체중에 따라 먹는 양이 달라지는데 우리 아이는 몸무게가 20kg 정도 되기 때문에 (한 병을 사면) 2~3개월 복용할 수 있다”며 “우리 아이는 1년에 1000만 원 정도가 들겠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이나 성인은 1년에 2000만~3000만 원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희귀질환자들은 대마성분 의약품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마오일 공급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촉구’ 기자회견장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대마오일 공급절차도 간소화해달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센터를 통해 공급되는 대마성분 의약품은 총 마리놀(MARINOL), 세사메트(CESAMET), 사티백스(Sativex), 에피디올렉스 등 네 종인데 모두 해외 제약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제약사의 의약품을 비싸게 들여올 것이 아니라, 해당 의약품과 같은 성분이면서 해외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규정된 CBD(Cannabidiol·​​칸나비디올)오일 등을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외 제약사에서 판매하는 네 종류의 대마성분 의약품으로 한정한 것을 두고 식약처와 해당 제약사 사이에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는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사실 대마성분을 이용한 약품이 허가가 많이 나지 않았다. 제품을 네 가지로 한정한 것은 파악된 제품이 네 가지라서 그렇다”​며 “​만약에 해외에서 대마성분 의약품이 계속해서 허가를 받으면 추가될 수 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식약처 다른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등과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지 논의 중이다”며 “의약품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성급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수요를 다 받아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대한약사회와 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30개 ‘거점약국’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거점약국은 대마성분 의약품을 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부터 전달받아 환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 환자들은 서울에 있는 센터까지 가려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데 따른 대안이다.

 

다만 어떤 지역에서 신청하는 약국이 없을 경우에 해당 지역에는 거점약국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두고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현재 거점약국 신청을 받고 있는데 적게나마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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