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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 현장] '바보야, 문제는 서비스야' 애플 키노트의 행간

애플 하드웨어의 핵심 경쟁력은 콘텐츠를 아우르는 플랫폼…초심 잃지 않았다는 메시지

2019.03.26(Tue) 14:43:51

[비즈한국] 이번 애플의 키노트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 애플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이 대부분 하드웨어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드웨어보다 서비스에 무게를 실었고, 아예 하드웨어는 일주일 전에 내놓았다. 온전히 서비스와 플랫폼, 콘텐츠만으로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키노트는 두 시간을 가득 채웠다.

 

갑자기 왜 이런 낯선 이벤트가 이뤄졌을까? 과연 하드웨어의 한계가 와서 서비스로 사업을 바꾸려는 의도일까? 아마 애플은, 팀 쿡 CEO(최고영영자)는 “원래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인데?”라고 할 것 같다. 사실 애플이 오랫동안 지금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단순히 하드웨어만 있던 건 아니다. 애플의 제품 철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있고, 그 위에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완성된다. 아이폰 위에 iOS와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가 더해지는 것이 단적인 예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아이팟을 살펴보자. 아이팟이 수많은 MP3 플레이어 중에서 지배력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아이튠즈’​​ 덕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음악은 CD로 유통됐고 디지털 콘텐츠를 정식으로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아이튠즈는 가장 잘 갖춰진 콘텐츠 플랫폼이었다. 이 때문에 아이팟은 MP3플레이어와 명확히 구분됐다. 반대로 아이튠즈 역시 냅스터 같은 서비스들과 차별화된 것은 아이팟이라는 좋은 하드웨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25일 키노트의 대미를 장식한 애플TV 플러스는 애플 아케이드와 더불어 한국 서비스가 가장 유력하게 점쳐진다. 사진=애플 제공

 

이 아이튠즈의 지배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미국과 일본에서 아이폰 점유율이 높은 이유 역시 바로 이 아이튠즈를 쓰는 습관이 먼저 잡혔고, 아직도 사람들이 그 안에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어서다. 오랫동안 애플 제품을 써 왔다면 굳이 애플을 떠날 필요가 없다. 이게 바로 플랫폼의 힘이자, 하드웨어와 서비스의 시너지이기도 하다.

 

애플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아이클라우드’​를 비롯해 ‘​애플페이’ ‘​애플뮤직’​ ‘​애플TV’​ 등 애플은 적지 않은 서비스를 운영한다. 물론 모든 서비스가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 서비스들이 애플의 하드웨어를 더 잘 쓸 수 있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발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늘 하드웨어 뒤에 이야기하던 것과 달리 서비스를 발표의 중심에 두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애플은 이번 발표를 통해 기존의 가치관을 깨고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고 할 수 있다.

 

애플TV 플러스는 변화하는 영상 콘텐츠 유통 환경에서 애플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진=애플 제공

 

뉴스와 잡지는 영향력은 물론이고 유통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는 편이 맞겠다. 콘텐츠 플랫폼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사실 이를 제대로 아우르는 플랫폼은 많지 않다. 독립적으로 미디어가 바뀌는 것도 쉽지 않다. ‘​애플뉴스 플러스’​​​​​는 그 진입 장벽을 낮추고, 매거진 콘텐츠를 디지털로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모두가 이 플랫폼에 만족하지는 않겠지만 한 발 뒤에서 지켜보던 기존 뉴스 스탠드와 달리, 아예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 결제까지 직접 손대는 것이다. 마치 앱스토어가 앱을 유통하는 것과 닮아 있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는 결제 정보를 주고, 돈을 나중에 주는 현대판 외상 서비스다. 하지만 모바일과 핀테크 등 기술이 더해지면서 신용카드의 형태가 달라지 있다. 이제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안에 두는 게 익숙한 이들도 많다. 애플은 신용카드라는 서비스를 처음부터 새로 그렸다. 파트너인 마스터카드는 신용카드 사업의 변화를 원하고, 운용사인 골드만삭스는 신용카드 관련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이전의 가치관에 묶이지 않는다. 아예 서비스 중심의 금융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최적의 조합인 셈이다.

 

‘애플TV’​는 영상 콘텐츠 변화에 애플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전략을 볼 수 있다. 2012년을 즈음해 애플이 TV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시절이 있다. 소문의 진위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당시 TV 콘텐츠의 중요도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스마트TV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있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 형태의 완전한 TV 수상기를 만들 것이라는 소문도 그럴싸하긴 했다. 하지만 애플은 기기보다 서비스로서 TV를 대했고, 이는 애플TV 셋톱박스와 tvOS로 이어졌다. 그리고 iOS의 애플TV 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항간에는 애플이 넷플릭스를 꺾기 위해 콘텐츠를 긁어 모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애플은 콘텐츠 제공자들의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들이 애플TV 환경 안으로 콘텐츠를 갖고 들어오길 원했다. 그리고 로그인과 앱 관리에 이어 구독과 결제까지 플랫폼 위에서 할 수 있게 바꾸었다. 그에 따르는 수수료가 있긴 하겠지만 콘텐츠 공급자로서는 안정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내부를 더 풍성하게 채우기 위해 ‘애플TV 플러스’​를 내놓았다. 이 정도 품질의 콘텐츠가 애플TV 위에서 유통되길 바란다는 레퍼런스 같은 메시지다. 또 이번 키노트 무대에 오른 스티븐 스필버그나 오프라 윈프리 같은 인사들처럼 아티스트들이 모여들면 그 플랫폼에는 더 많은 이용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모이게 마련이다. 앱스토어처럼 말이다.

 

기존 앱스토어가 누구나 입점 가능한 아마존 스타일이었다면, 애플 아케이드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를 연상케 한다. 다만 개별 구매가 아닌 구독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애플 제공

 

물론 애플은 그에 따라 역할이 더 많아지고, 경쟁자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계속 링에 함께 올리고 싶어하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신용카드 회사, 은행, 게임 콘솔 개발 회사 등 불편한 시선을 가진 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애플의 이번 발표는 그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답은 명확하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더 많이 팔아야 하고 하드웨어의 경쟁력은 기기 그 자체에도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생태계에 있다. 이를 더 고도화하고 투자를 이어가야 다시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 꼭 해야 할 결정이었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애플이 꺼내놓은 아이폰을 통해 세상의 거의 모든 경험과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누구도 버티기 쉽지 않다. 애플은 다시 그 숙제를 콘텐츠와 플랫폼에서 찾기 시작했다.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것은 제품이 아니라 바로 그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미국 산호세=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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