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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현장] MS 'E2 컨퍼런스' 디지털 교실에서도 사람이 우선

전 세계 교육자 600여 명 집결…"디지털은 효율성과 형평성 높이는 교육 도구"

2019.04.05(Fri) 17:00:18

[비즈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년 교육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E2(Education Exchange)’​를 연다. 올해도 4월 3~4일 프랑스 파리에 전 세계 600여 명의 교사와 교육 공무원 등 교육자들이 모였다. 학생들의 성장 환경과 가치관, 생활 습관이 모두 바뀌었지만 교육 환경에는 변화가 없다는 문제의식, 혹은 교육을 통한 균등한 기회와 국가 발전 등 이 컨퍼런스에는 ‘교육’이라는 한 단어 속에 복잡하게 얽힌 전 세계의 고민이 담겼다.

 

#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교육은 왜 변화해야 할까? 세상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세상이 원하는 인재와 현재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교육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학생들 역시 그 부분에 우려를 안고 있다. ‘과연 내 미래에 필요한 걸 배우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감이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이 있다.

 

“점점 더 많은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해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이 교육 환경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일자리의 형태가 변화하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직업이 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나요?”

 

안토니 살시토 마이크로소프트 교육 총괄 부사장. 사진=최호섭 제공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공교육을 맡고 있는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이 키노트 무대에 올라 처음 꺼낸 말이다. 직업 형태가 변하는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한마디로 앞으로의 직업 형태는 ‘직무’ 중심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사람들은 적어도 각자의 전문성을 갖춘 15가지의 직업을 갖게 될 겁니다. 직업군이 아니라 개개인의 업무 역량이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그리고 그 능력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미 열리고 있습니다.”

 

결국 고용의 형태가 변화한다는 이야기다. 프로젝트에 따라 자유롭게 모여서 일하고 흩어지는 프리랜스 형태의 고용 환경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디지털로 사고하고 대화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은 “​몇 년 안에 8~16세 아이들 100만 명 이상이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와 관련된 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이 고민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고민이 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교육자는 교실 환경의 해커”

 

폴라 포르테자(Paula Forteza) 프랑스 의회 의원은 “디지털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설명했다. 소득이나 국가 환경 때문에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술이 교실에서 쓰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실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도구들의 편리함만큼 학생들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중요합니다. 15세 미만의 아이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개인정보가 노출, 기록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정부에서도 학교마다 학생들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책임자를 두도록 하고, 교사들도 데이터를 올바로 이용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업들의 윤리적 책임이 더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기술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기 위한 비용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기업들이 이전처럼 수익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지만 윤리적 기반 없이 기술이 깔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폴라 포르테자 프랑스 의회 의원은 “디지털 도구들의 편리함만큼 학생들의 개인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몇 달 전 마이크로소프트와 얼굴 인식 기술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한 임원이 인식률이나 속도에 대한 고민보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에 대한 고민을 더 크게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새 기술들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합의되는 것의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정부와 의회도 기업을 규제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인공지능 및 데이터와 관련된 기술은 사람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뽑아내곤 한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인식, 즉 마인드셋(Mindset)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은 “​디지털과 교육의 접목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가치는 학생과 교육자의 리더십, 자신감, 열정이 성장하는 것. 이것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목적이 명확한 기술의 활용이 주는 가치에 대한 설명이다.

 

“학생들이 아침마다 교실에 들어갈 때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이 이야기 중간에 꺼낸 한 마디는 의미심장하다. 무엇인가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교육의 책임이다. ‘왜 공부해야 할까’라는 학생들의 끊임없는 고민에 답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이 교육과 관련된 자리에서 늘 언급하는 주제다. ‘교육 문화를 해킹하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경쟁보다 소통, 협업이 교실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지식의 목마름, 다양성 해결할 수 있어야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는 지식의 목마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15세 학생 브리아나 고폴(Brianna Gopaul)은 14세 때 양자컴퓨팅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막연히 가능성과 매력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기술을 접해보고 싶었다.

 

“멘토에게 양자컴퓨팅에 대한 호기심과 어려움을 이야기했더니 ‘어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고 말해주었어요.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했지만 실제 양자컴퓨팅을 접해보고 싶었어요. 링크드인을 통해 제너두(Xenadu)사에 도움을 청했더니 선뜻 인턴십을 제안했어요.”

 

브리아나는 현재 양자컴퓨팅과 관련된 코딩을 직접 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있다. 어렵지만 흥미를 느끼는 만큼 배워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한다. 대학 이후로 모든 것을 미루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압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브리아나 고폴, 15세의 이 캐나다 학생은 양자컴퓨팅에 대한 흥미를 학교, 지역사회, 기업의 도움으로 키워가고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용기를 갖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E2에서 만난 교육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학교는 학생들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신감 넘치게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얻는 가치를 찾고, 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해요.”

 

‘그로스 마인드셋(Growth Mindset)’에 대한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의​ 설명이다. 사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문화이기도 하다. 결과를 떠나 과정에서 개인이, 또 조직이 뭔가를 배우고 깨달으면 전체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다. 자신감과 기대, 가능성을 자극해주는 장치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배우는 게 교육이 아닐 겁니다. 누군가는 더 깊은 지식을 원합니다. 학습은 그 목표를 향해서 가는 여러 가지 길을 알려주고, 각자가 스스로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도록 돕는 게 앞으로의 학교와 교육자의 역할입니다.”

 

교육의 세분화도 언급됐다. 획일적인 교육 방법에 대한 지적이다. 앞서 브리아나 고폴의 이야기는 바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장치와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예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아직 담론에 그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교실의 의미도 제품이나 기술을 익히고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의 방향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본적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데이터는 미래 시대의 ‘원유(Oil)’입니다. 원칙에 따라서 적절히 가공되어야 가치가 빛나게 되는 것이지요. 올바르게 만들어진 데이터가 세상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쓰이게 됩니다. 모든 기술이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쓰이길 바랍니다.”

 

기술은 언제든 필요하면 이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대한 기술적 장벽도 클라우드로 빠르게 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기업들이 계속해서 더 쉽고 편한 기술을 개발하고 경쟁은 더 심해진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 학생들에게, 그리고 우리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다. 

 

교육의 변화는 ‘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나라마다, 학교마다 변화의 방향은 모두 다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안토니 살시토 부사장의 말이 느리게 움직이는 교실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프랑스 파리=최호섭 IT 칼럼니스트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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