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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1년, 애경 유동성 위기는 '현재진행형'

안전투자·운항 축소로 실적 둔화…애경산업·중부CC 매각에도 재무 불확실성 남아

2025.12.22(Mon) 15:54:01

[비즈한국] 무안공항 참사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애경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지 못한 모습이다. 사고 여파로 제주항공은 여전히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자산 매각과 재무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룹 전반의 재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179명이 숨졌다. 사진=최준필 기자

 

#참사 1년, 제주항공 적자 계열사 전락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가 1주기를 앞두고 있다. 당시 사고로 제주항공의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고, 모기업인 애경그룹 전반에도 위기감이 퍼졌다. 참사 직후 제주항공과 애경그룹의 주가는 하락했고, 온라인에서는 애경그룹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

 

사고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제주항공의 정상화 속도는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제주항공은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안전 투자 계획을 밝히고, 운항 구조를 보수적으로 조정하며 일부 노선의 운항 편수를 줄였다. 이로 인해 여객 수요가 줄어들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제주항공 여객 수는 1521만 782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666만 9517명)보다 8.7% 감소한 수치다.

 

여객 감소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3분기까지 ​제주항공 매출액은 1조 1053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4854억 원) 대비 25%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액은 1295억 원으로 집계됐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사고 이후 안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운항 편수를 줄였다”며 “그 영향으로 지표상 실적은 부진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때 애경그룹의 대표 캐시카우로 평가됐던 제주항공은 적자가 지속되면서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계열사로 전락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유동성 관리와 재무 안정성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애경그룹이 주요 계열사와 자산을 처분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지난 10월 애경그룹은 모태 사업이자 대표 브랜드인 애경산업(생활용품 및 화장품)의 최대주주 지분 63.13%를 4700억 원에 태광산업 컨소시엄(SPC)에 매각한다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본계약 체결 시 계약금으로 5%인 235억 원을 받았고, 나머지 금액은 내년 2월 지급될 예정이다. 앞서 8월에는 경기도 광주시의 골프장 ‘중부컨트리클럽(중부CC)’을 리조트업체 더시에나그룹에 매각했다. 인근 유휴부지를 포함한 거래 규모는 약 23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 이후 애경그룹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퍼졌다. 사진=이종현 기자

 

#AK플라자 실적 회복이 관건

 

애경그룹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이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여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AK플라자다. AK플라자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백화점업계 4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명품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던 코로나19 시기 ‘명품 없는 백화점’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며 타격을 받았다. 이후 2020년부터 적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그룹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AK플라자의 매출액은 2897억 6400만 원, 당기순손실은 659억 3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580억 9700만 원이던 적자 폭이 더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58억 400만 원으로 전년 동기(2195억 9300만 원) 대비 15.4% 감소했다. 순손실은 348억 15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9억 9200만 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적자 누적으로 AK플라자는 자본총계가 자본금에 미치지 못하는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애경그룹은 AK플라자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지주사 AK홀딩스는 AK플라자가 보유하던 마포애경타운 지분 99.11%(318만 6994주)를 인수했다. 매각 대금은 약 455억 원이다. 마포애경타운 지분은 비상장 부동산 법인 지분으로, AK플라자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매각하기 어려운 대표적 비유동자산이다. 이에 AK홀딩스가 마포애경타운을 떠안는 방식으로 AK플라자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AK홀딩스 측은 지주사와 자회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한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며 “홀딩스 입장에서는 신규 배당 재원을 확보하는 성격의 투자이고, AK플라자 입장에서는 지분 정리와 자산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애경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AK홀딩스는 올해 1월에도 AK플라자에 자회사 운영자금 명목으로 1000억 원을 대여하며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10월에는 광주투자개발과 함께 AK플라자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펀드 ‘캡스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50호’ 수익증권의 92.2%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AK플라자는 약 191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원 구조에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낸다. 지주사가 자회사의 비유동자산을 인수하거나 자금 대여에 나서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자회사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지만,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경우 지주사 차원의 부담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K홀딩스 측은 “계열사 지원 목적의 거래가 아니라 정상적인 자산 거래 및 재무 관리에 해당한다”며 “지주사에 부담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애경그룹의 재무 불확실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AK플라자의 실적 개선 여부를 꼽는다. 자산 매각과 지주사의 유동성 방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유통 부문의 체질 개선과 수익성 회복이 이뤄져야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K홀딩스 측은 패션MD를 강화하고, 체질 개선과 고정비 절감 등에 나서며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앞서의 AK홀딩스 관계자는 “여러 변수로 인해 계열사별 대응 방식에 차이가 생기긴 했으나,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 전략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그에 맞춰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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