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이 대격변을 앞두고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발의된 미국 생물보안법이 통과됐기 때문. 우리나라가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인도와 일본 기업들도 빠르게 역량을 확대하고 있어 시장 장악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관리예산국(OMB)은 국방수권법안 발효 후 1년 안에 ‘우려 바이오기술 기업’ 명단을 공표하게 하는데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과 유전체 기업 BGI, 의료기기 기업 MGI 등 중국 바이오기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CDMO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이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제약사로부터 신규 계약을 수주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다가, 기존 계약은 최대 5년까지 법 적용이 유예돼 5년 내 고객사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 개인 건강과 유전정보를 우려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제정된 법안인데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적대적 해외 바이오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생물보안법 통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CDMO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국내 CDMO 기업은 항체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에 강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1~5공장을 두고 세계 1위인 78만 5000리터의 의약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32년까지 8공장까지 완공해 총 132만 5000리터의 생산케파를 확보해 세계 1위 CDMO 기업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 19일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GSK의 6만 리터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시설을 2억 8000만 달러(4136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첫 해외 생산기지도 확보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개의 생산시설을 건립해 36만 리터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한다는 계획 아래 2027년부터 1공장을 가동하는 게 목표다. 이 밖에 에스티팜은 RNA(리보핵산) 치료제의 API(원료의약품)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인도와 일본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CDMO 사업역량을 키우고 있어 한국이 생물보안법 반사이익을 독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합성의약품 2대 생산국
인도는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중국과 함께 글로벌 2대 생산국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 CDMO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와 M&A(인수합병)이 활발하다. 피라말파마는 지난 5월 미국에 9000만 달러(1333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켄터키주에 무균주사제 충전시설을 확장하고, 미시간주에서는 API 생산시설 증설에 나섰다. 주빌런트 파마는 1억 3200만 달러(1955억 원)를 투자해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주에 건설한 신규 무균 주사제 충전 및 마감시설 가동을 시작했다. 신젠 인터내셔널은 M&A 전략으로 CDMO 역량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2023년 7월 인도 내 스텔리스 바이오파마의 2만 리터 규모 백신공장을 인수해 항체치료제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데 8600만 달러(1274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의 볼티모어 공장도 3650만 달러(541억 원)에 인수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인도는 합성의약품에서 미국으로 제일 많이 수출하는 국가 중 한 곳이어서 의약품 등록 전문가들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바이오 분야 영역 확장도 쉽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ADC·세포치료제 모달리티 강점
일본은 신규 모달리티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다이이치산쿄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글로벌 ADC 치료제 시장의 개화를 이끌고 있어 ADC(항체-약물 접합체) 치료제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화학·소재 강국인 일본은 ADC 필수요소 중 링커와 페이로드(약물) 분야에 강점이 있다.
후지필름은 항체 생산부터 링커와 페이로드의 결합까지 모든 공정을 수행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12억 달러(1조 7756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한 미국 텍사스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항체를 대량생산하고, 영국 그레인지마우스에서는 공정 개발 및 접합을 수행할 계획이다. 아지노모토는 자체 ADC 접합 플랫폼 기술 ‘아지캡(AJICAP)’을 보유하고 있다. 아지캡은 위치특이적 접합 기술로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아도 돼 ADC 치료제 개발기간을 줄이려는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일본 CDMO 기업은 글로벌 ADC CDMO 치료제 부문 매출 2위권의 우시바이오로직스의 ADC 전문 자회사 우시XDC에서 이탈하는 ADC 고객사를 유치하기 유리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ADC 분야로도 영역 확대에 나섰지만 아직 유의미한 수준의 상용 의약품 CMO 계약 수주 경험은 없다.
일본은 탄탄한 원천 기술력과 세계에서 가장 과감하고 유연한 규제시스템을 구축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가인 만큼 세포치료제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해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재생·세포의료·유전자치료의 사회 구현을 위한 제조 기반 개발사업’을 주도하면서 세포치료제 제조원가를 낮추고 원료 자립화에 나섰다. 기업은 제조설비 투자비용의 최대 50%를 환급받을 수 있어 투자부담을 낮추게 됐다.
CDMO 산업이 K-바이오의 주력 분야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기업을 향한 지원 방안이 나왔다. 지난 2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CDMO특별법)이 통과된 것. 기존 약사법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상 수출용 의약품도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했던 것이 신고만 하면 되도록 절차가 간소화될 전망이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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