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젊은 세대에게 해외주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밤마다 스마트폰으로 미국 증시의 향방을 확인하는 모습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고 얼마를 ‘벌었나’보다 얼마를 ‘남길 수 있나’가 중요해지는 시점이 되면, 많은 투자자들이 예상보다 큰 세금 부담에 당황하곤 한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때문이다.
수익률 차트에서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실제 계좌에 남는 금액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종목 선택이 잘못됐다기보다, 세금 계산 방식에서 불리한 구조에 놓였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주식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양도소득세가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수익’이 아니라, ‘증권사 시스템이 산출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취득가액, 즉 주식을 얼마에 매수했는지를 계산하는 방식에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식은 ‘선입선출법(FIFO·First In, First Out)’이다. 이는 먼저 매수한 주식을 먼저 매도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나 애플처럼 장기간 우상향한 종목을 여러 차례에 걸쳐 매수해 온 투자자라면 이 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수년 전 낮은 가격에 매수한 주식이 먼저 매도된 것으로 계산되면서, 실제 체감 수익과 무관하게 세금 산정상의 이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금 부담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보유 주식 전체의 평균 매입 단가를 기준으로 하는 ‘이동평균법’을 적용하면 세 부담이 완화되는 경우도 있다.
다수의 투자자는 증권사가 제시한 계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이는 반드시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증권사는 시스템 운영의 효율성을 이유로 선입선출법을 적용할 뿐, 개별 투자자의 세 부담까지 고려해 주지는 않는다.
특히 외국계 기업에 재직하며 RSU(양도제한조건부 주식)나 ESPP(임직원 주식 매입 프로그램)를 받은 경우, 해외주식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급여의 일부이자 장기간에 걸친 보상의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 주식을 해외 브로커리지 계좌에서 국내 증권사 계좌로 옮기는 이른바 ‘대체 입고’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취득 단가 정보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거나 임시값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 계좌에 입고된 주식의 취득가가 공란으로 남거나 ‘0원’에 가깝게 표시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매수 또는 부여 시점의 가격이 아닌, 국내 계좌로 입고된 날의 기준가가 임시로 입력되는 사례도 확인된다. 이런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할 경우 양도 차익이 실제보다 과대 계산돼 불필요한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도 전에는 반드시 취득 단가가 실제 원가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정정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주식 부여 명세서, 해외 계좌 거래 내역, 매수·귀속 시점의 주가와 환율 자료를 보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주식 투자에서 기록 관리는 기본적인 전제다.
연말을 앞두고 점검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손익 통산’이다. 해외주식은 연간 250만 원까지 양도소득에 대해 기본 공제를 적용한다. A 종목에서 1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B 종목에서 5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면, 두 종목을 모두 매도해 손익을 통산할 경우 과세 대상 소득은 5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 가운데 25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다만 해외주식 양도소득은 매도 체결일이 아닌 ‘결제일(대금 청산일)’이 속한 연도를 기준으로 귀속될 수 있다. 연말에는 시장별 결제 주기와 휴장일을 고려해 매도 시점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매도 가능 시점은 해마다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거래 증권사가 공지한 연말 결제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내년을 준비하는 투자자라면 새로운 종목을 찾기보다 자신의 계좌 설정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증권사의 계산 방식은 무엇인지, 취득 원가는 정확히 반영돼 있는지, 올해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실질 수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투자에서 ‘계산’은 사후 처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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