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왕자의 난​에서 대표이사 박탈까지 '조양호 70년사'

8일 별세…한진그룹에서 29년, 경영능력 인정받았지만 최근 '온가족 갑질' 등 수난

2019.04.08(Mon) 17:45:18

[비즈한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 이날 새벽 0시 16분(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숙환인 폐질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임종은 고 조 회장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지켰다. 운구 및 장례 일정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고 조양호 회장은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에 올랐다. 사진=비즈한국DB


고 조양호 회장은 1949년 3월 8일 인천광역시에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네 살 많은 현숙 씨를 누나로, 두 살 터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다섯 살 터울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아홉 살 터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동생으로 뒀다. 

 

일찍이 고 조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의 훈련을 쌓게 하려는 부친 뜻에 따라 서울 경복고에 재학 중이던 1964년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쿠싱 아카데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밀워키공과대학에서 수학하던 중, 군복무를 위해 귀국해 인하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남가주대(UCLA) 경영대학원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학위 등을 취득했다.  

 

# 입사부터 ‘왕자의 난​ 승계​까지 29년, 위기 돌파

 

창업주 조중훈 회장에서 조양호 회장으로의 체제 전환까지는 29년이 걸렸다. 고 조 회장은 스물다섯 살이 되던 1974년 대한항공에 첫발을 내디딘 뒤, 상무·전무를 거쳐 1989년에 부사장, 1991년에는 수석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재계는 고 조 회장이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한진의 본격적인 ‘2세 체제’ 구축으로 봤다. 

 

경영조정실을 장악한 고 조 회장은 이후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에 올랐다. 2002년 부친 타계 후 2003년부터는 한진그룹 회장을 맡아왔다.

 

고 조양호 회장은 2002년 부친 타계 후 2003년부터는 한진그룹 회장을 맡아왔다. 2002년 고 조 회장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그는 부친이 일군 한진그룹을 온전히 물려받진 못했다. 한진가(家) ‘왕자의 난’으로 불린 조중훈 회장 유산 상속 다툼 과정에서 한진그룹이 차남 조남호의 한진중공업, 삼남 조수호의 한진해운, 사남 조정호의 메리츠금융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경영권을 되찾을 두 차례 기회도 모두 수포가 됐다. 2006년 동생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한 뒤, 한진해운 경영권 다툼에서 제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패배했다. 이후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로 2011년 이후 3년간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자, 최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2014년 고 조양호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됐다. 이후 한진그룹 자본 2조 2000억 원을 투입해 회생을 시도했지만 결국 한진해운은 2017년 2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고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굵직한 위기를 돌파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 매각 후 재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 1998년 외환위기가 정점일 때에는 주력 모델인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유리한 조건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 사스(SARS), 9·11테러 여파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에 빠진 2003년 조 회장은 차세대 항공기인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세계 항공업계​가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와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 간 경쟁 양상을 보일 것을 내다보고 2008년 7월에는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를 창립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도 했다.

 

# 일가족 갑질 논란에 사내이사직 박탈까지 ‘수난

 

고 조양호 회장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장녀의 ‘땅콩 회항’, 차녀의 ‘물컵 갑질’, 아내의 ‘폭언 논란’으로 수난을 겪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비행기에서 땅콩(마카다미아)을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 서비스를 문제 삼아 난동을 부린 뒤,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 일로 ​항공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조 전 부사장은 결국 경영에서 물러나게 됐다.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해 3월 대한항공 본사에서 한 광고업체 팀장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렸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전 전무에 대해 특수폭행·업무방해 혐의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폭행 혐의는 ‘공소권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이 사건으로 조 전 전무 역시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지난해 6월 2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 혐의로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등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운전기사 등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폭언·폭행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던지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이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11명(이명희 6명·조현아 5명)을 불법 입국시킨 뒤 고용한 혐의로도 재판에 회부됐다.

 

지난 3월 열린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다. 일가족의 구설수로 여론이 안 좋은 가운데 국민연금공단 등의 주주들이 반대한 결과다. 이로써 고 조 회장은 20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 별세 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조 회장이 폐질환이 있어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박탈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핫클릭]

· 조양호 별세, 조원태·현아·현민 세 자녀 경영권 승계 걸림돌 셋
· 스타트업 대출 연대보증 폐지 대신 '채무불이행자' 낙인?
· '거래만으론 노답'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다각화 따라잡기
· '일단은 무단?' YG 양현석의 홍대 앞 두 빌딩 건축법 위반 14건
· [풍수@비즈] 재운 좋은 대한항공 본사 '풍수륜'이 화 불렀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