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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별에서 온 그대'는 진짜 있었다?!

2017년 태양계 스쳐간 '오무아무아', 앞선 2014년 '첫 방문자' 뒤늦게 확인

2019.04.17(Wed) 10:36:04

[비즈한국] 2017년 10월 천문학자들은 팬스타즈(Pan-STARRS) 1 망원경을 통해 뭔가 이상한 천체를 관측했다. 이 망원경은 ​태양계 외곽의 작은 소천체나 먼 별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정확하게 추적·관측하기 위해 운용한다. 관측된 천체는 ​너무 먼 거리에서 움직이는 작은 천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태양계 외곽을 도는 그저 흔한 소행성이나 혜성 정도로 생각했다.[1] 

 

멀리서 태양 빛을 받아 이 천체가 반사하는 희미한 빛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천체는 길이 약 400미터에 기다랗고 납작한 독특한 모습이다. 마치 납작하게 눌린 가래떡 같았다. 이 천체는 약 7시간을 주기로 빙글빙글 자전도 했다. 

 

그런데 자전 속도와 궤도가 놀라웠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태양의 중력에 붙잡히지 않은 것. 이미 먼 우주에서부터 시속 9만 킬로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왔고, 2017년 말 태양 곁으로 다가오면서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천문학자들은 처음으로 확인된 이 외계의 방문자에게 ‘먼 세상에서 온 메신저’라는 뜻의 하와이 방언 ‘오무아무아(‘Oumuamua)’를 이름으로 붙여주었다. 사진=NASA/ESA, M. Kornmesser, L. Calcada

 

태양의 중력에 붙잡혀 있는 태양계 외곽의 흔한 소행성이나 혜성이라면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작에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 먼 우주로 도망가버렸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수상한 천체가 어떤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는 아주 충격적이었다. 

 

이 수상한 천체는 태양계 소속 천체가 아니었다. 태양계 바깥 다른 별 곁에서 날아온 ‘레알’ 외계에서 온 방문자였다! 말 그대로 별과 별 사이 우주 ‘인터스텔라(성간)’ 우주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태양계를 방문한 외계의 방문자인 것이다.[2] 

 

먼 외계에서 날아와 태양계 안쪽을 스쳐 지나가는 오무아무아의 궤적. 수성 궤도 안쪽까지 들어왔다가 다시 먼 우주를 향해 도망갔다. 사진=NASA/ESA, M. Kornmesser, L. Calcada

 

먼 외계에서 태양계 안쪽을 진입한 후 다시 멀어지는 오무아무아의 여정.

 

오무아무아가 범상치 않은 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천문학자들은 이 방문자가 태양 곁을 지나 다시 먼 우주로 떠나가버리기 전에 부랴부랴 지상과 우주의 각종 관측 기기를 동원해 정체를 알아내려고 시도했다. 초반 관측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이 방문자가 탄소 기반 분자를 많이 가진 외계의 소행성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생겼다. 놀랍게도 오무아무아는 태양계 바깥을 향해 날아가면서 방향을 틀고 속도를 높였다. 단순히 소행성 돌멩이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언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가속을 해야만 설명이 되는 궤적을 그리며 태양계 바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처음에는 오무아무아가 쪼개지면서 가벼워진 덕분에 속도와 방향이 틀어졌다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보통 소행성이 쪼개지면 자전 속도에도 영향을 주는데, 오무아무아의 자전 속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수상한 별은 멀쩡한 상태로 갑자기 속도를 바꾼 것이다.[3] 

 

이 연구가 발표되자마자 언론뿐 아니라 실제 연구를 진행한 천문학자들까지 어쩌면 이 오무아무아가 단순히 먼 우주에서 날아온 돌멩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다. 외계인이 타고 온 UFO처럼, 오무아무아 역시 빠른 속도로 날아왔고 또 방향을 틀고 가속까지 하는 것이라면…? 정말 외계에서 날아온 외계인들의 우주선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내심 한 것이다. 

 

2018년 1월 2일 이후로 빠르게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오무아무아의 궤적. 영상 속 붉은 선은 단순히 태양의 중력만 고려했을 때 예측되는 궤적이고, 파란 선은 실제로 오무아무아가 움직인 궤적이다. 뚜렷하게 예측에서 벗어나 이상한 궤적을 그리며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나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온 외계 방문자로 확인된 것은 오무아무아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 수상한 방문자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아주 남달랐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 수상한 방문자에게서 지적 문명의 시그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전파 신호를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의미한 전파 신호는 없었다.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오무아무아의 이상한 여행의 비밀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오무아무아는 단순한 돌멩이 소행성이 아니라 얼음이 함께 얼어 있는 혜성과 가까운 천체로 추측된다. 태양 곁을 스쳐 지나가는 동안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 혜성의 얼음이 상당량 승화했고, 승화하는 얼음이 마치 우주선이 연료를 내뿜는 것처럼 혜성을 밀어내 방향과 속도를 바꾸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기존의 태양계 내 혜성들의 여행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4] 

 

혜성처럼 태양열을 받아 얼음이 승화하면서 제트를 내뿜는 오무아무아의 모습. 실제 우주선이 엔진을 분사하면서 방향과 속도를 바꾸듯이 이 이상한 혜성/소행성도 승화한 얼음을 내뿜는 ‘항법’을 사용했다. 사진=NASA/ESA

 

여전히 오무아무아가 진짜 외계인의 우주선이었을 거란 의심 섞인 바람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가 아는 한 태양계를 찾아와준 유일한 외계의 방문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은 오무아무아 이전에 또 다른 외계 방문자가 있었음을 새롭게 확인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첫 번째 방문자는 태양계 안쪽을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했다! 

 

광활한 우주 공간을 부유하는 지구를 향해 지금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운석들이 날아온다. 그런 운석 중에는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와 불 덩어리 ‘화구(Bolide)’가 되어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천문학자들은 지구 하늘에서 추락하는 화구의 경로와 속도를 보고 그 운석 조각이 어떤 궤적으로 여행하면서 지구로 날아온 것인지 역추적할 수 있다. 

 

최근까지 기록된 화구의 자료를 분석하던 중 천문학자들은 이미 2014년 1월 9일, 현지 시각으로 새벽 3시에 파퓨아뉴기니 상공으로 외계의 방문자가 왔었음을 알게 되었다. 2017년 발견된 오무아무아보다도 3년이나 더 앞선 것이다.[5][6]

 

이 운석은 아쉽게도 진작에 지구 하늘에서 불타 사라졌기 때문에 당시 어떤 성분이었는지 등 자세한 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생각보다 지구를 찾아오는 외계의 방문자가 꽤 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에서 딱 하나만 존재하는 것과 두 개 이상 존재하는 것은 의미가 아주 다르다. 딱 하나만 발견되었을 때에는 그 현상이 흔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개부터는 흔할 수 있다고 기대할 여지가 생긴다. 

 

천문학자들이 뒤늦게 확인한 첫 방문자의 존재를 통해, 이제 우리는 더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양계와 지구에는 외계의 방문자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오무아무아를 처음 발견하고 ‘유일한 존재’에 과분한 기대와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오무아무아 같은 방문자는 흔해 빠진 녀석이었다. 

 

우리 태양계와 지구를 향해 외계의 방문자는 계속 찾아왔다. 2017년에도 왔고, 2014년에도 왔다. 다만 우리가 귀한 방문객들을 제대로 맞이할 줄 몰랐을 뿐이다. 그들은 우주의 과거와 우주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우주의 미래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 중에서 

 

[1]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5020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7-08809-x 

[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254-4 

[4]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552-9 

[5]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b042a/meta 

[6] https://arxiv.org/abs/1904.07224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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