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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 '복기'하지 않으면 반복된다

막강한 권한만큼 투명한 추천 과정과 철저한 검증 필요…제도개선 논의할 때

2019.04.22(Mon) 06:00:22

[비즈한국] 3월 20일 문재인 대통령, 문형배·이미선 후보자 헌법재판관 지명 → 이미선 후보자 측 주식 과다보유 및 이해충돌 의혹 → 이미선 후보자 측, 주식거래는 남편이 했고 이해충돌 없었다고 해명 →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 반발 → 전수안 전 대법관 등 일부 시민단체 이미선 후보자 지지 →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불채택 → 4월 19일 문재인 대통령, 두 후보자 모두 임명 → 한국당 장외 집회

 

그동안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야기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미선 재판관만큼 우리 사회를 들썩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통령 탄핵 과정을 거치며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졌고 40억 원이 넘는 재산 중에서 무려 80%가 넘는 35억 원을 주식에 투자한 것에서 불거진 의구심이 작동한 듯싶다. 

 

바둑이 끝나면 대개 복기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다음번에는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바둑을 두기 위해서다. 이미선 재판관 임명을 끝으로 현 정권에서 임명될 헌법재판관은 더 이상 없다. 다음 재판관 임명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반복되는 정쟁거리가 되는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을 복기하고 개선책을 고민할 가치는 충분하다.

 

이번 기회에 반복되는 정쟁거리가 되는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을 복기하고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 청와대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움직임을 포함한 향후 정국의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자유한국당 긴급 의원총회가 16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박은숙 기자


우선 헌법재판관 추천 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법률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고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지만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는 헌법재판관이라면 그만큼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국민 앞에 공개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어떠한 경위로 재판관 후보가 되는지 국민은 잘 모른다.

 

논란이 됐던 이미선 재판관 지명 당시 청와대가 내놓은 논평은 이렇다. “이미선 후보자는 우수한 사건분석 능력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아 성폭력범에게 술로 인한 충동 범행이고 피해자 부모와 합의해도 형 감경 사유가 안 된다며 실형을 선고해 여성 인권보장 디딤돌상을 받았다.” “재판연구관 시절부터 노동법을 연구하며 노동자 보호 강화 등 사회적 약자 권리 보호에 노력했다.” “뛰어난 실력과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신망 받는 40대 여성 법관이다.”

 

이미선 재판관에 대한 대단한 찬사들이지만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정도는 대다수 판사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존경받는 40대 여성 법조인도 여럿 있다. 그리고 과도한 주식보유와 이해충돌 의혹에 대해 검증과정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간 것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 헌법재판관 중 누구도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평균 재산이 약 21억 원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독일은 우리와 달리 16인의 헌법재판관을 모두 국회에서 임명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도 대법관 전원에 대해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히 독일은 국회에서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두어 후보자를 찾고 철저히 검증하며, 국회 정족수는 과반수가 아니라 3분의 2로 정해 놓았다. 이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단순한 정파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라는 것을 인식한 결과이기에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판사의 주식보유도 해결과제다. 이미선 재판관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주식을 자본주의 꽃이라고 하지만 이는 판사의 이해충돌 문제와 외관상 공정성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판사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은 본인 및 배우자, 본인의 직계가족 등이 보유한 주식의 총 자금이 3000만 원을 초과하면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돼 있다. 이미선 재판관은 지방법원 부장판사라서 이에 해당되지 않지만, 사건을 통해 기업의 내밀정보를 알 수 있는 ‘외관상’ 가능성은 직급과 무관하지 않을까.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있지만, 판사의 직무상 염결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면 모든 판사에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형 로펌도 마찬가지다. 대형 로펌에 재직 중인 이미선 재판관의 남편에 대해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김앤장과 태평양만 주식투자와 관련해 내부규정과 행동지침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들은 변호사들이 입사할 때 ‘어떤 유가증권의 직접투자도 제한한다’는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한다. 

 

헌법재판은 국회, 정부 등 권력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이면서도 그 권력을 복종시킬 수 있는 ‘힘’이 없다. 더구나 헌법재판관들은 국민들로부터 선출되지도 않았다. 결국은 국민의 절대적인 신뢰가 뒤따라야 하는데, 그 원천은 투명한 추천 과정과 철저한 검증에 달려 있다. 이미선 재판관 임명으로 한 판의 바둑이 끝났다. 이제 복기를 통해 제도개선을 논의할 때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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