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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도 지원이 필요해' 정부의 투 트랙 자영업 전략 따라잡기

'희망리턴패키지' 예산 242억 원 증액…중기부 "소상공인 재기가 세수에도 도움"

2019.04.23(Tue) 17:30:56

[비즈한국] 지난해 12월, 거래처의 부도로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A 씨는 눈물을 머금고 퇴직금을 모두 털어 넣은 옷가게를 정리한다. 설날 떡값은커녕 함께 일하던 직원들 임금까지 체불한 상황, 주변에서 폐업신고와 세금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해줬지만, A 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모든 걸 팽개치고 술로 날을 지새웠다. 

 

약 두 달 후, A 씨 앞으로 도착한 우편물 한 통. 부가가치세 납부를 독촉하는 고지서였다. 종이에 찍힌 금액은 330만 원가량. A 씨는 깜짝 놀랐다. 그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올리던 하루 매출은 90만 원, 월 3000만 원 정도였다. 부가세는 매출의 10% 정도지만 매입자료 신고를 통해 실제 A 씨가 국세청에 납부하는 세금은 100만 원가량이었다. A 씨가 부가세 신고를 하지 않다 보니 국세청에선 명목상 세금 300만 원에 가산세 20%, 연체료 9%를 추가해 부과한 것. 

 

이게 끝이 아니었다. 6월이 되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은 A 씨에게 세금 폭탄이 이어졌다. 이어 건강보험공단에선 높아진 명목상 종합소득세를 계산에 추가 건강보험료를,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선 국민연금 추가 금액을 납부하라는 요구를 했다. A 씨는 결국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신용도 하락에 카드 및 통장 등 금융거래 정지를 당한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지자 일용직을 전전하며 사회 취약계층으로 전락한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부근 상가 모습. 2017년 기준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70.7%로 나타났다. 음식점업만 놓고 보면 폐업률은 92%에 달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폐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수순이다. 대부분 삶의 의욕을 모두 잃어 폐업 후 세금처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후유증이다.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자영업자의 폐업을 돕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희망리턴패키지’ 예산이 2018년 95억 원에서 올해 337억 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정부가 나서서 폐업을 장려하는 모양새다. 

 

희망리턴패키지는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 정리 과정에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해 안정적으로 폐업을 돕는 제도다. 사업정리컨설팅, 재기교육, 전직장려수당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2015년부터 시행해 지난해까지 총 2만 8384명이 혜택을 봤다. 2015년 35억 원 배정됐던 예산은 매년 차츰 증가하다가 올해 대폭 확대돼 2만 2000명 지원을 목표로 한다.

 

서울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정영록 한경세무회계 회계사는 “폐업을 한 소상공인은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의욕을 잃어 7월과 1월에 부가가치세 신고도 내팽개치고,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도 하지 않아 나중에 세금 폭탄에 추가 건보료, 국민연금까지 누적돼 재기할 여력을 잃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폐업을 할 때 들어갈 돈이 꽤 많다. 원상복구의무에 따라 가게 인테리어 철거 비용도 만만찮다. 감당이 안 될 경우 해외로 도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 소상공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정부는 창업과 폐업을 지원하는 투 트랙 정책을 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하는 동시에 자영업 폐업을 돕는 ‘투 트랙 정책’ 정책을 펴는 정부의 움직임은 여러모로 신선하다. 개인사업자를 법인사업자로 탈바꿈시켜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가계부채를 덜어 국가 재무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은 약 26.8%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35.4%), 터키(34%), 멕시코(32.1%) 다음 네 번째로 높고, OECD 평균인 16.5%보다 10.3% 높다.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다보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의 길로 접어들수록 가계부채가 늘어나 국가 경제에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

 

공유주방 ‘위쿡’을 운영하는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는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고 은퇴 후 삶을 구축하기엔 사회 안전망이 튼튼하지 못해 자영업으로 몰린다. ‘나도 한번 해볼까’로 시작하기 때문에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가 도태되는 것을 정부도 알 거다. 그분들을 재기시켜 지금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개인사업자의 대출 규모는 기업 대출의 70%를 웃돌고 대출 연체율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2018년 6월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를 약 590조 원(가계 대출 내 자영업자 대출 포함)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40조 원 이상 증가했는데, 그 추세로 봤을 때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600조 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대출이 지난 3월 기준 837조 2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계 대출은 기업 대출의 70%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 한 건물 일부가 비어 있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말 전 금융권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전년 대비 0.1%포인트(p) 오른 0.61%에 달했다. 지난 2월 기준 은행권의 자영업자 연체율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0.06%p 상승한 0.43%였다. 후행지표 성격인 대출 연체율이 올해부터 본격 상승세를 보이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600조 원은 금액 자체로 보면 크다. 대출의 부실화가 발생하면 금융권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문제는 현재 ‘자영업 구조조정 시기’를 어떻게 잘 연착륙시키느냐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살아남은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높아져 가계 부채의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지원과 사무관은 “취업성공패키지와 연계해 경쟁력을 잃은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폐업한 뒤 적절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이 재기에 성공하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봤을 때 세수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희망리턴패키지 제도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업을 제외한 유흥주점 등 대부분의 업종 종사자가 대상자다.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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